행안부 소방방재청 등에서 잇따라 재난 및 안전관리표준(기준)을 공시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재난관리 국제표준화 제정이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ISO/TC 223 사회안전(Societal Security)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재난관리 국제표준이 올해 말부터 제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재난관리 국제표준 제정은 지구촌을 경악시킨 2001년 ‘9·11 테러’ 이후 출범한 ISO/TC 223이 2006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쓰나미)을 계기로 표준화된 재난관리시스템이 필요해진 때문이다.

재난관리국제표준 동참은 대세
이미 자체적으로 재난관리표준을 개발·운영중인 방재선진국들도 매년 2회씩 열리는 ISO/TC 223 총회에 참여하며 국제표준화 제정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은 ISO 표준 제정에 맞춰 ANSI/NFPA1600 규정을 도입할 방침이며, 영국도 BS25999를 ISO 규격에 따라 개정할 뜻을 밝힌 상태다. 이미 자체 재난관리표준을 제정을 마친 싱가포르는 ISO/22399에 따라 국제표준에 맞게 바꿀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기술표준원이 2007년 발표된 ISO/PAS22399(사회안전-사고대비 운영연속성 가이드라인) 한글화 작업 등을 거쳐 2008년 12월 ‘KS A ISO/PAS22399’로 고시한 바 있다.

이처럼 주요 나라들이 재난관리 국제표준 제정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까닭은 국제표준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예기치 못한 재난을 당했을 때 국제적 외톨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재난관리 국제표준 제정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52여개국과 국제기구 등이 참여하고 있다. 2004년 쓰나미 발생 후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구호에 국가간 조직간 효율적 협력’, ‘재난정보 전달 및 경보체계’, ‘재난관리 요소기술 개발’ 등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재난이 발생했을 때 서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자는 취지에서 재난관리 국제표준이 제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스웨덴 비상관리사무국 상임고문이자 ISO/TC223 의장인 크리스터 쿰린은 “재난관리 시스템을 표준화하면 위기관리 대응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시켜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국가와 국가 사이는 물론 글로벌회사와 감독기구, 기관과 기관 사이에도 더 많은 정보 교류가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국제표준제정 완성 예고
ISO/TC223은 2006년 5월10~1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첫 번째 총회 이래 세계 각국을 돌며 매년 2회씩 회의를 개최한다. 마지막 회의는 지난해 11월16~2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복스버그에서 개최된 제8회 총회였다. 한국도 52개국 재난관리 전문가 150여명이 참가한 5차 총회를 2008년 5월20~2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바 있다. ISO/TC223은 8개 분야 재난관리(사회안전) 국제표준 제정을 추진중인데, 올해 말부터 단계적으로 발표될 전망이다.

지난해 제8차 국제표준화기구 사회안전총회에 참석했던 국내 재난관리 전문가들은 올해를 재난관리 국제표준 원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9차 사회안전총회에서 윤곽이 잡히면 11월로 예정된 제10차 총회부터 재난관리 국제표준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관련해 제9차 사회안전총회가 5월말부터 6월초까지 스웨덴에서 열린다. ISO/TC 223 한국 간사기관인 한국BCP협회(회장 황효수) 정영환 상근부회장에 따르면, 5월31일부터 6월4일까지 닷새 동안 스웨덴표준연구소(SIS) 주최로 제9차 ISO/TC 223 사회안전총회가 개최된다.

제9차 총회에선 사회안전 표준체제(WG1), 용어(WG2), 명령·조정·공조 및 협력(WG3), 대비 및 연속성(WG4), 비디오 감시(WG5)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 8차 총회 때 WG4에서 ISO/PAS 22399 유효기간인 올해 10월 안에 국제표준이 제정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데 따라, 재난관리 국제표준 제정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