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빈번한 태풍·집중호우로 인해 재해위험이 상존하는 외딴마을 이주사업이 시작된다. 행정안전부 재난대책과는 지난 3월31일 침수, 산사태, 낙석 등 재해를 거의 매년 반복적으로 겪어온 전국 15개 마을을, 가능한 한 올해 우기 전 안전한 장소로 이주시키기 위해 특별교부세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행안부는 지난해부터 재해위험 상존 외딴마을 안전대책을 추진했다. 행안부 재난대책과에 따르면, 먼저 과거 피해사례, 위험성 상존여부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행안부 재난대책과 직원들이 현지 점검을 통해 해당지역 주민들로부터 이주희망 여부를 확인하는 등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3월30일 이주지원 대상을 선정했다.

외딴마을 이주…대통령 지시사항
행안부가 올해 처음 추진하는 외딴마을 이주대책 지원은 대통령 지시사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14일 호우피해 대처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중앙재난대책본부를 찾았을 때 “지구온난화로 기상예측이 어려운 만큼 외딴마을 피해 방지를 위해 안전한 곳에 모여 살도록 하는 방안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마을을 통째로 옮겨 안전한 곳에 모여 살도록 하다니’ 얼핏 무모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발상이다. 그러나 거의 매년 피해가 반복되는 외딴마을임을 고려하면, 마을 전체를 안전지대로 이주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대책으로 보인다. 

몇 가구밖에 안 되는 마을을 위해 큰돈을 들여서 재해예방사업을 벌이기보다 재해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장소로 옮겨 살도록 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행안부의 현지점검 결과 이주대상 마을 주민들 모두 이주에 찬성했다고 한다. 매년 재해위험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안전한 마을에서 마음 편히 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외딴마을 이주지원은 그 지역 주민들에게 항구적인 안전대책이 되는 셈이다.

강원·전남·경남 31가구 70명 이주지원
지난해 실시된 지자체 수요조사와 행안부 현지 점검 결과 선정된 올해 이주대상은 전국 15개 외딴마을로, 모두 31가구 70이 살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 8가구(16명), 전남 9가구(26명), 경남 14가구(28명)이며, 재해위험 유형별로는 낙석ㆍ산사태 위험 6가구, 하천범람 등 침수위험 20가구, 붕괴위험 5가구다. 이주대상 마을 가운데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외딴마을(4세대 5명 거주)은 소하천 옆에 자리해 2002년 8월 태풍 ‘루사’, 2004년 6월과 2006년 7월엔 집중호우로 토사유출 및 침수피해가 반복된 곳이다.

전남 순천시 조곡동 주택(2세대 4명 거주)도 대지가 도로·하수도보다 30∼80㎝ 낮아 2007년 태풍 ‘나리’,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노면수와 하수도물이 흘러들어 침수피해를 입는 등 여름철 재해위험에 노출된 탓에 이주 대상에 포함됐다. 경남 의령군 봉수면 외딴마을(4세대 8명 거주)의 경우 지방하천과 서로 잇닿은 곳으로 지대가 낮고 하천폭이 좁아서 태풍 루사와 2003년 9월 태풍 ‘매미’, 2006년 7월 집중호우시 반복적인 침수피해를 입었다.

경남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외딴마을(2세대 8명 거주)도 지방하천 신음천 제방 안에 자리해 홍수시 상습침수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우려된다. 그밖에 이주사업 대상에 포함된 외딴마을은 모두 과거 태풍과 집중호우 등에 따른 피해가 반복돼 그대로 둘 경우 피해위험이 큰 곳들이라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행안부 이주비…지자체 토지보상비 부담
올해 추진하는 전국 15개 외딴마을 이주사업에 행안부는 특교세를 지원한다. 각 지자체에서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실시한 감정평가 결과를 행안부에 보고하면, 토지보상비를 뺀 주택보상, 건물철거, 이사비 등을 행안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토지보상비는 국비로 지원하기 곤란하므로 해당 지자체가 지방비로 부담하고 지자체에서 토지를 수용하게 된다. 김언호 행안부 재난대책과 주무관은 “4월 중 감정평가 결과를 보고하도록 각 지자체에 시달했다”면서 “확실한 것은 감정평가 결과가 나온 뒤에야 알 수 있겠지만, 행안부 지원 특교세 30~40억원, 지자체 부담 토지보상비 15억원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번 외딴마을 이주사업을 되도록 우기 전 7월까지 끝낼 수 있도록 빠르게 추진할 방침이다. 사업이 지연돼 이주가 지연될 경우 올 여름 태풍·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가급적 올해 우기 전 7월까지 외딴마을 이주사업을 끝내도록 하고, 이주지역에 대해선 지역여건에 따라 항구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등 재해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피해 재발방지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