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기억하듯이 올해 첫 출근길 서울엔 100년만의 폭설이 내렸지요. 얼마 전 봄엔 100년만의 황사와 100년만의 봄추위를 겪기도 했고요. 이 좁은 한반도 가운데서도 남한에서만 올해 벌써 세 번이나 100년만의 기후변화를 겪은 겁니다.

그리고 보니 얼마 전 브리핑 때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이 한 말이 생각나는군요. 박 청장은 우리나라도 100년 단위의 기상이변을 예사로 겪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호에 이어 이번 6월호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국토가 바닷물에 잠겨가는 있는 인도양의 ‘낙원’ 몰디브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와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지요. 투발루에 견주면 사정이 좀 나아서, 투발루(2050년)보다 50년쯤 더 버틸 수 있다곤 하지만 90년 뒤 2100년이면 지구에서 몰디브란 나라가 없어질 거라고 하네요.

‘과연 기후변화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것일까?’ 의문을 갖다가도 이런 소식들을 듣다보면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데 공감해 머리를 끄덕이게 됩니다. 게다가 박 청장 말처럼 기후변화가 남의 나라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바닷가 마을들에서도 벌써 오래 전부터 바닷물이 불어나 땅덩어리가 조금씩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큰 섬인 볼라 섬은 40년 전에 비해 면적이 반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합니다. 이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 때문이지요. 그러고 보니 섬들이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네요. 우리나라 섬들도 걱정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는 투발루나 몰디브, 방글라데시 볼라 섬처럼 심각한 지경에 다다르는 경우가 반드시 나타날 겁니다.

벌써 제주도 같은 섬에선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지요. 제주도를 대표하는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로 제주시 북쪽 바닷가에 서있는 용두암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과거 제주도가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던 때에는 용두암이 신혼부부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너도나도 용두암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언제라도 누구나 걸어서 갈 수 있었다지요.

그런데 앞으론 용두암까지 가려면 배를 탈 수밖에 없을 거라고 합니다. 바닷물이 계속 불어나, 얼마 지나지 않으면 용두암 가는 길이 바닷물에 잠길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용두암까지 배를 타고 가야 하다니, 과장이 조금 섞였을 수 있는 말입니다. 또 현지 사정을 모르고 과거 신혼여행 때만 생각하는 이들은 어이없는 말이라고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용두암이 갈수록 조금씩 바닷물에 잠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만큼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후변화는 지구촌 모두가 참여해 해결해야 할 문제여서 당장 뚜렷한 대책이 생긴다는 건 무리일 테지만, 우리 주변에서 용두암 같은 사례들을 찾아보고 관심을 갖는다면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다가간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