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하는 안전점검만으론 사고를 막지 못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배계완 건설안전실 국장(국채사업 재해예방 추진단장)은 지난 4월7일 행정안전부가 개최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긴급 점검회의’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안전 주무과장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건설공사장 안전사고 대책에 대해 발표한 배 국장은 “선진국에 견줘 우리나라 건설현장 안전사고율이 창피한 수준”이라면서 “공사장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안전교육과 자율적 안전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천 부평구에 자리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찾아 배계완 국장으로부터 자율적 안전관리시스템에 대해 들어봤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국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공사장 안전사고로 숨지는 근로자가 매년 600명에 이른다.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와 건설시장 규모와 건설 근로자 수가 비슷한 영국은 50명밖에 안 된다. 영국과 견줘 12배나 많은 건설 근로자가 매년 아까운 목숨을 잃는 것이다. 시장규모, 근로자 수 등에서 우리와 비교하기 어려운 일본도 400명 수준이다.

왜 그렇게 안전사고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나?
건설현장에 가보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게 ‘안전제일’이란 말이나 안전을 강조하는 표어다.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안전문화가 문제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수많은 ‘안전운동’을 해왔다. 하지만 20여년간 건설안전 일을 해오면서 느낀 것은 운동차원으로 접근해선 단기성과조차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점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점검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같은 근로자들이 매일 같은 일을 하는 제조공장 등에선 안전점검의 효과가 크다. 그러나 공정변화에 따라 1주일 안에 근로자들이 바뀌는 경우가 많은 건설현장에서 점검 효과는 길어야 1달이다.

안전사고가 줄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그동안 안전사고는 크게 줄었다. 사망자 수도 많이 감소했다. 그러나 문제는 더 줄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근로자와 현장의 안전 등을 책임진 관리자들의 의식이다. 안전에 대한 의식이 아직 크게 부족하다. 그들의 의식부터 바뀌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의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 궁금하다.
안전문화를 장착시켜야 한다. 안전문화가 정착되면 안전부터 챙기게 돼 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려면 교육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특히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노동부의 지원으로 일부 건설 근로자들에게 4시간동안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효과가 매우 컸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에게선 안전사고가 60%나 줄었다고 한다.

지금도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형식적·일시적 교육이어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여주기식’이나 ‘시간때우기식’ 교육으론 안 된다. 반드시 일정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고, 교육을 받은 근로자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런 제도가 도입된다면 근로자 안전의식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하다.
자율적 안전관리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전점검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안전한 현장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른다. 우리가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건설업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 1800)이 좋은 사례라 볼 수 있다.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 제도와 자율적 안전관리시스템이 결합되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전사고가 감소할 것으로 확신한다.

KOSHA 1800 도입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입증됐나?
한국도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발주기관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두산건설 등 종합건설업체가 인증을 받았는데 효과가 큰 것으로 입증됐다. 발주기관의 경우 인증 전과 비교해 인증 후 재해율이 31% 감소하고, 산재보험료도 크게 줄어들었다. 인증건설업체의 환산 재해율은 1000대 건설업체 환산 재해율의 평균 57% 미만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조사결과 2007년 평균 환산 재해율이 2003년 대비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