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유치원·특수학교·보육시설에 다니는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정·관리되는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교통안전 시스템이 크게 바뀐다. 행정안전부는 5월11일 발표한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통해, 등·하굣길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행안부 재난안전실이 마련해 이날 발표된 대책 안에는 교통법규 위반 처벌 강화, 스쿨존 지정 확대 등이 포함됐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스쿨존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마련한 까닭은 최근 몇 년 새 스쿨존 안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더욱이 전체 교통사고는 해마다 줄어드는 데 견줘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여서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스쿨존 교통안전 강화대책과 함께 행안부가 발표한 국내 교통사고 통계를 보니, 최근 5년간 전체 교통사고는 감소추세가 뚜렷하다. 2005년 2만495건이던 전체 교통사고는 1만9223건(2006년)·1만8416건(2007년)·1만7874건(2008년) 등 해마다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1만8092건으로 전년대비 소폭 증가에 그쳤다.

스쿨존 교통사고 증가 심각한 수준
그러나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거꾸로 가는 추세다. 2005년 349건에서 이듬해 323건으로 줄었지만, 2007년 345건으로 늘더니 2008·2009년엔 각각 517건과 535건에 이르렀다. 지난해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2006년과 견줘 212건(60.4%)이나 늘어났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우리나라 어린이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3명으로, OECD 평균(1.9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스쿨존 내 교통사고가 해가 갈수록 줄지 않고 오히려 느는 데 대해, 행안부는 스쿨존 지정·관리 시스템에 여러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스쿨존 미지정으로 인한 교통안전관리 애로 △차량 위주의 도로환경 △안전의식 부재를 꼽았다. 개선방안으론 △스쿨존 지정 확대 추진 △보행자 위주의 도로환경 개선 △법규위반 처벌·단속 강화 및 교육·홍보 활성화를 제시했다. 스쿨존 교통안전 강화대책은 맹형규 행안부 장관이 직접 발표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맹 장관은 11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교육과학기술부, 경찰청, 시민단체 등과 협의를 거쳐 스쿨존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마련했다”면서 “이날 아침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에게 먼저 보고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날 맹 장관은 현재 국내 스쿨존 지정·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정비율 부족 △교통안전시설 위주 투자 △관리주체 다원화에 따른 책임소재 불분명 △운전자 안전의식 부재로 정리했다. 따라서 대책도 이 4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쿨존 지정 확대 △도로구조 개선 및 CCTV 설치 확대 △교통법규 위반 처벌 강화 및 관리체계 개선 △교통안전활동 강화 및 안전의식 개선이 그 내용이다.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과태료 2배 부과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대책은 세 번째 ‘교통법규 위반 처벌 강화 및 관리체계 개선’. 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을 철저히 단속하고 처벌을 크게 강화하겠다는 게 뼈대다. 맹 장관이 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도 교통법규 위반 처벌·단속 강화 방안에 집중됐다.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탓이다. 행안부 계획은 도로교통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해 스쿨존 내 주·정차 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범칙금·과태료·벌점을 2배 가중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안부의 계획은 미국 콜로라도주 사례를 본 따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콜로라도주는 행안부 계획처럼 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한 범칙금을 2배 가중하고 있다. 맹형규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호위반, 과속 등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92.7%에 이르는 점을 감안해 불법 주정차, 과속 등 법규 위반 시 범칙금·과태료 등을 2배 이상 가중 부과해 단속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 안을 보면, 속도위반의 경우 현행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스쿨존 내 최대 시속 30㎞를 40㎞ 이상 초과하면 범칙금 9만원과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되지만, 앞으론 각각 18만원과 20만원으로 오른다. 주·정차금지 위반 범칙금·과태료도 4만원에서 8만원으로 인상된다. 벌점도 2배로 늘어난다. 게다가 주·정차금지 위반과 시속 20㎞ 이하 속도위반의 경우는 벌점이 없었지만, 행안부 안은 20점씩 벌점을 부과하도록 했다.<표1 참조>

이처럼 2배 이상 가중처벌 방안이 등장한 데에는 스쿨존 내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교통법규 위반이란 배경이 깔려 있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스쿨존 내 교통사고 535건 가운데 운전자의 법규위반이 496건으로 92.7%를 차지했다. 위반 내용은 안전운전 불이행 288건,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103건건, 신호위반 105건 등이다. 또 “스쿨존 안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 때문에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운전자가 돌출횡단 하는 어린이를 보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도 빈번하다”고 경찰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가중처벌 방안 올 연말부터 적용 예정
경찰청에서 발표한 최근 3년간(2007~2009년) 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 단속현황<표2>을 보면, 주정차 위반 전체 단속건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신호위반과 통행금지 위반이 급증했다. 신호위반 단속은 2007년 1만6018건, 2008년 2만6878건이었으나 지난해 6만3307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4월까지 1만7140건이 단속됐다.

통행금지 위반도 2007년 333건, 2008년 420건에서 지난해엔 713건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4월까지 382건이나 단속돼 1000건이 넘어설 전망이다. 이 두 종류의 교통법규 위반 가운데 행안부가 발표한 가중처벌 방안에 포함된 것은 교통법규 위반뿐이며 단속건수가 가장 많은 신호위반은 빠졌다. 행안부가 들고 나온 가중처벌 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행안부와 공동으로 가중처벌 방안을 마련한 경찰청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가중처벌 방안에 들어있는 “4가지 위반행위는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규칙’ 제9조에 따라 경찰서장과 지방경찰청장이 조치 가능한 것들이어서 먼저 발표했을 뿐 가중처벌 대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보행자 보호의무 불이행 등과 함께 신호위반을 가중처벌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 검토중이며, 5월말로 예정된 추가조치 발표 때까지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의 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 단속강화 방안은 올해 말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맹형규 장관은 “도로교통법 시행령(범칙금·과태료)과 시행규칙(벌점)을 개정을 통해 올 10월부터 시행이 가능하다”면서 “(늦어도)올 연말부턴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맹 장관은 또 “전국 스쿨존에 설치된 CCTV와 보행안전 도우미 등을 활용해 속도 및 일단정지 위반, 주·정차 위반 등을 철저히 감시하고 단속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 2배 이상 가중처벌 방안과 함께 행안부는 새로운 스쿨존 관리·점검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교과부, 경찰청,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분기별로 스쿨존 내 교통사고 발생현황 및 교통안전관리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개선하겠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행안부 계획에 따르면, 중앙의 경우 총리실 ‘교통사고사상자 절반 줄이기’ 프로젝트 공동 추진위원회와 연계해 태스크 포스를 운영하고, 지방에선 자치단체장, 경찰서장, 교육관서장, 민간단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사설 보육시설, 스쿨존 지정 확대
행안부는 스쿨존 지정비율이 낮아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 3월말 현재 전국의 스쿨존 지정현황을 보면, 지정 대상 초등학교·유치원·특수학교·보육시설(100인 이상) 1만5498개소 가운데 9609개소에만 스쿨존이 지정돼 있다. 지정비율이 62.0%에 불과한 것이다. <표3 참조> 이에 따라 행안부는 스쿨존 지정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올 7월 말까지 섬지역 등 일부를 제외한 4890개소를 추가 지정해 지정비율을 93%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행안부 계획이다. 이 가운데 초등학교·유치원·특수학교의 경우 미지정 대상시설 3729개소 가운데 보호구역 지정 필요성 조사를 거쳐 2610개소를 빠른 시간 안에 추가 지정할 예정이다. 특히 지정비율이 33.7%에 그치고 있는 사설 보육시설에 대해선 중점 점검을 통해 2280개소를 추가 지정키로 했다.

스쿨존 지정·관리
‘도로교통법’ 제12조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에 대한 규정과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규칙’에 따라 초등학교·유치원·특수학교·100인 이상 보육시설의 주 출입문 반경 300m 이내 도로 중 일정구간을 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은 행정안전부·건설교통부·교육과학기술부 공동부령으로 제정됐다. 스쿨존 지정절차는 초등학교·유치원·특수학교·보육시설의 건의에 따라 해당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서에 신청하면 경찰서(장)의 현장조사를 거쳐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지정하는 것이다.

704억원 투자해 CCTV 추가설치
도로환경을 차량 위주에서 보행자 위주로 개선하고, CCTV 및 단속카메라 설치도 확대한다. 도로환경에 대해 행안부는 교통표지판, 미끄럼·과속방지시설 등 교통안전시설 위주의 투자로는 근본적인 교통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보행자 위주의 도로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먼저 포스트 희망근로사업인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을 활용해 도로구조개선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사업 내용은 미설치 지역의 어린이 보행환경 정비를 위해 전국 232곳(시·군·구당 각 1개)에 총 276억원 투자하는 것으로, 기존 교통안전시설 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노점상·전신주 등 보행 장애물 일제정비, 보도와 차도 분리 등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아파트 단지 개발 등 각종 개발 사업에 따라 학교, 유치원 등을 신설할 때 스쿨존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서행 노면표시, 고원식 횡단보도 등 시설 개선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맹 장관은 이를 위해 “올해 안에 관계부처와 협의해 보행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설 개선 내용에 대해선 △횡단보도 전·후 30m 이내에 서행 노면표시(지그재그선) 설치 △노면보다 10㎝ 높은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 확대 △노면 요철, 과속방지턱 등 부속시설 적극 확충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부속시설 확충은 ‘어린이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게 행안부 계획이다.

또 올해 교통법규 위반 단속 등을 위한 CCTV를 2327대 추가 설치키로 했다. 스쿨존 안에 CCTV가 부족해 교통사고 예방효과가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다. 행안부가 발표한 스쿨존 내 CCTV 설치현황에 따르면, 설치대상 1만5498개소 가운데 지난해까지 4419개소에만 CCTV가 설치돼 있다. 이에 대해 맹 장관은 “올해 704억원을 투자해 CCTV 2327대를 추가 설치하면, 총 6746대가 되는데, 이 CCTV 모두를 활용해 불법주정차, 과속 등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CCTV 설치 확대는 교통법규 위반 단속과도 관련이 깊다. 맹 장관의 설명처럼 행안부와 경찰청은 CCTV를 통해 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을 철저히 추적하고 단속할 방침이다. 행안부는 또 사고요인이 높은 대로변에 대한 과속·신호위반 단속용 카메라 설치를 확대키로 했다. 제한속도가 시속 60㎞인 편도 3차로 이상 스쿨존 362개소에 단속카메라를 우선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11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행안부는 예상했다.

‘하굣길 교통안전지킴이 사업단’ 운영
최근 급증하는 스쿨존 내 교통사고 중에서도 특히 하굣길에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년별 하교시간이 다르고, 자율학습, 놀이 등으로 귀가시간이 달라 12~18시 하교시간대에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게 행안부의 분석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스쿨존 내 교통사고의 65%인 348건이 하교시간대에 일어났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행안부는 ‘하굣길 교통안전지킴이’ 사업단 운영과 ‘보행안전 도우미’(walking school bus) 제도 시범운영 등을 내놓았다.

하굣길 교통안전지킴이 사업단은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을 활용해 추진되는 것으로, 1개 시·군·구당 2~3개씩 전국적으로 500개 사업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134억원 투자해 5000명으로 구성된 하굣길 교통안전지킴이 사업단을 1000여개소에 배치한다는 게 행안부의 계획이다. 맹형규 장관은 “하교시간대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전직 교사와 경찰 등을 2인 1조로 편성한 ‘하굣길 교통안전지킴이 사업단’을 운영하는 등 교통안전 지도활동을 펼칠 계획”이라 설명했다.

맹 장관은 “이와 함께 등·하교 때 방향이 같은 아이들을 모아서 자원봉사자가 인솔해 집단 보행토록 하는 보행안전 도우미를 처음으로 시범운영할 계획”이라고도 말했다. 영국 등에서 보행안전 도우미 제도를 운영한 결과 교통사고가 70%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행안부는 또 경찰청, 교사, 녹색어머니회 중심으로 등굣길 교통안전 지도를 강화하고, 녹색어머니회 등의 안전교사를 활용해 전국 초등학교 1∼3학년 40만명을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도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