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더위와 함께 한여름 물놀이철이 성큼 다가왔다. 벌써부터 더위를 피하기 위해 강과 계곡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7월에 접어들면 전국 수많은 해수욕장이 개장할 예정이다. 제주도의 일부 해수욕장은 벌써 문을 열었다. 본격적인 물놀이철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물놀이 인명피해 절반 줄이기’를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인 소방방재청은 6월8일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 시연회’를 마련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자연재해나 산불로 인한 사망자보다 매년 여름철 물놀이 안전사고 사망자가 훨씬 더 많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들이 물놀이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하는 말이다. 실제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여름철 물놀이 도중 아까운 목숨을 잃은 경우는 자연재해와 산불 사망자수를 더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최근 3년간 물놀이 사망자가 366명인데 견줘 자연재해와 산불은 각각 40명과 20명에 불과(?)했다. 막대한 재산피해를 부르는 자연재해·산불과 재산피해가 거의 없는 물놀이 안전사고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여름철 물놀이 안전사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므로 여름철 가장 중요한 인적재난으로 꼽을 수밖에 없다.

소방방재청이 지난해부터 물놀이 인명피해 절반 줄이기를 역점사업으로 정한 까닭은 물놀이 안전사고는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관리하기에 따라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절반 줄이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데서 입증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물놀이 사망자수를 최근 3년 평균 사망자수의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대적인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 시연회를 연 이유이기도 하다.

“잘 준비되고 짜임새 있었다” 평가
6월8일 강원도 홍천군 팔봉산 유원지 홍천강에서 열린 시연회에는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을 비롯해 최월화 예방안전국장 등 소방방재청 관계자와 강원도 행정부지사, 강원도 소방본부장, 지자체 담당공무원, 한국재난안전네트워크 회원, 지역자율방재단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시연회와 지난해 시연회를 함께 취재했던 기자들은 올해 시연회가 지난해에 비해 훨씬 짜임새 있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시연회를 준비한 소방방재청 시설안전과 쪽은 “시연회는 물놀이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음을 강조하고, ‘여름철 물놀이 인명피해 절반 줄이기 종합대책’을 집중 추진한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여서 철저히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시연회가 홍천강에서 열렸다는 점도 중요하다. 홍천은 지난해 전국에서 물놀이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날 시연회에 참석한 박연수 소방방재청장도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홍천에서 물놀이 인명피해가 가장 많았다는 사실을 빼놓지 않았다.

‘물놀이 안전에 대해 이처럼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지난해처럼 희생자가 많아선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시연회에선 물에 빠진 어린이 2명을 구조한 중학생들이 박연수 청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아 관심을 끌었다. 원주 대성중학교 3학년 윤민호, 김국철 학생은 지난 5월21일 원주시 용수골 하천에서 물에 빠진 초등학생 2명을 구조하고 심폐소생술로 목숨을 살려내 표창을 받았다. 윤민호 학생은 “학교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 어린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연수 청장은 두 학생에게 표창을 준 뒤 “물놀이사고 인명피해를 예방하려면 국민 스스로 안전수칙과 대처 요령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청장이 특히 음주 후 물놀이의 위험함에 대해 설명하며 “술을 마신 뒤 물놀이는 백약이 무효”임을 강조했다. 술을 마시고 물에 들어가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어서 수영을 잘한다고 무리하지 말고 노약자는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물놀이 사고예방은…안전수칙 실천
박 청장은 이날 시연회에서 지난해 물놀이 안전사고 절반 줄이기 목표는 눈에 보이기 위한 일회성 행사로는 절대 불가능하고, 몸으로 막아야 가능하다는 점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지난해 물놀이 안전사고 절반 줄이기를 주문하기에 앞서 캠페인에 의지해선 안 되고 현장에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몸으로 지켜야 가능한 목표”임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박 청장은 또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을 한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작동하는 방재’를 강조했다.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이란 목적처럼 이날 시연회의 핵심은 안전교육이었다. 박하용 소방방재청 시설안전과 사무관의 물놀이 구조장비 배치기준과 행동요령 설명에 이어 진행된 장비사용 및 구조시범은 이말 시연회의 백미로, 참석자들의 눈길을 집중시켰다. 남궁규 홍천소방서 예방안전과장과 구조대원들은 구조장비 사용 시범과 물놀이 익수자 구조 시범, 심폐소생술 시범을 선보였다. 구조장비 사용 구조시범은 다슬기 채취, 급류, 실족 등 3가지 유형별 구조시범으로 진행됐다. 심폐소생술 실습은 홍천소방서 구조대원의 설명과 참석자들이 직접 심폐소생술을 체험하는 기회가 됐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올해 물놀이 인명피해 절반 줄이기 목표 달성을 위해 “과거 물놀이 사망·실종 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집중 관리하며,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 재난안전네트워크, 119시민수상구조대 등 연인원 24만여명을 현장 안전관리요원으로 고정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물놀이 취약지역 1527개소에 위험표지판, 인명구조함 등 1만9000여점의 안전장비 배치 등을 통해 물놀이 희생자를 최소화하겠다고 소방방재청 쪽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