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는 지구 위에서 가장 위험한 기상현상 가운데 하나로, 벼락이나 낙뢰라고도 한다. 번개에 맞으면 바로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번개는 또 누구나 경험할 만큼 일상적인 기상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된 7월에는 무서운 번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달의 재난으로 번개를 고른 이유도, 7월은 국내에서 1년 중 번개가 가장 발생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번개는 ‘파괴의 화신’이나 ‘자연의 분노’ 등으로 표현된다. 그만큼 무서운 재난인 탓이다. 번개에 대응해 개발된 피뢰침 모든 고층건물에 설치되면서 번개에 의한 피해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번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지구촌에서 매일 1명씩 번개를 맞아 목숨을 잃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일생동안 3000번 정도 번개를 경험한다. 피뢰침이 설치된 건물 안에 있다면, 번개에 맞을 가능성이 없지만, 산꼭대기나 건물 옥상 등 야외에 있을 때는 언제든지 번개에 맞을 위험이 있다.

원유탱크에 벼락 쳐 450명 사망
매순간 지구 곳곳에선 번개를 일으키는 뇌우가 2000개나 발생한다. 뇌우는 보통 몇 시간 뒤면 사라지지만 순식간에 조용한 강을 급류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번개를 일으킨다. 지구 위에선 매일 850만 번의 번개가 내리친다. 번개는 인명피해를 부르고, 화재를 일으킨다. 번개는 집과, 숲, 도시를 공격한다. 강력한 폭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1994년 11월4일 이집트 남부 드룬카 마을은 번개로 인해 대참사가 빚어졌다. 번개가 원유저장탱크에 떨어져 화재를 일으킨 때문이다.

탱크에 저장됐던 원유가 불붙은 채로 흘러내려, 마을 전체가 순식간에 화염으로 휩싸이면서 드룬카 마을은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변했다. 소방관들과 경찰이 출동해 잔화작업을 벌였지만, 세찬 바람이 불고 원유가 타면서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진화작업이 순탄치 못했다. 이날 사고로 드룬카 마을에선 450명이 숨졌다. 게다가 마을 전체가 폐허가 돼 마을 주민 5000여명은 이웃마을로 대피해야 했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선 매년 평균 100명이 번개에 맞아 숨지고 500명이 부상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달을 향해 발사된 유인우주선이 번개를 맞는 사건까지 있었다.

1969년 11월14일 플로리다 우주기지에서 아폴로11호에 이어 2번째로 달에 착류하기 위해 아폴로12호가 이륙한 직후 번개가 우주선에 떨어졌다. 우주비행사 3명이 탄 아폴로12호는 번개에 맞자마자 일부 전자장비가 고장을 일으켰다. 다행이 우주비행사들의 노력으로 전자장비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미국의 우주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발생한 플로리다는 미국 우주산업의 중심지이자, 세계적으로 번개가 가장 빈번한 지역으로 꼽힌다. 뇌우 발생에 좋은 조건인 온도와 습도가 높기 때문이다.

천둥소리로 번개까지 거리 측정
번개는 우렁찬 천둥을 동반하는 데, 천둥은 번개가 내는 소리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천둥소리를 듣고 번개까지 거리를 알아내는 방법을 배운다. 빛의 이동속도가 소리 속도가 빠른 점을 활용한 방법이다. 소리속도(음속)는 0℃일 때 초속 331.5m인데, 온도가 1℃ 높아질 때마다 초속 0.61m/s씩 빨라진다. 실온에서 소리속도는 약 초속 340m다. 그리고 빛의 속도(광속)는 진공상태에서 초속 2억9979만2458미터, 1초에 30만㎞나 이동하는 셈이다. 이 속도는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 돌 수 있는 수준이다.

빛이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데 약 1초, 태양까지는 약 8분 걸린다. 번개까지 거리 측정은 초당 340m씩 이동하는 소리속도를 이용한다. 이런 원리에 따라 번개를 본 뒤 천둥소리가 들릴 때까지 시간을 재면, 번개까지 거리를 알 수 있다. ‘번쩍’한 번개를 보고 하나, 둘, 셋까지 숫자를 세었을 때 ‘꽝’ 소리가 들린다면, 1㎞쯤 떨어진 곳에 번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숫자를 다섯까지 세었다면 번개까지 거리는 약 1.6㎞다. 그렇다면 왜 번개는 천둥을 동반할까. 번개는 대기를 지나면서 주위의 공기 온도를 올린다. 이 때 공기의 팽창속도는 소리속도를 넘어선다. 때문에 충격파가 발생하면서 소리가 생기는 것이다. 만약 야외에서 번개를 보자마자 천둥소리가 들린다면, 바로 근처에 번개가 떨어졌다는 뜻이어서,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번개는 왜 어떻게 생기나
번개를 일으키는 건 번개구름(뇌운)이다. 번개구름은 얼음덩어리를 포함하고 있는데, 번개구름에 포함된 얼음덩어리가 번개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이는 전기를 일으키는 원리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번개가 바로 전기이기 때문이다. 번개가 전기의 방전현상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것은 미국의 과학자이자 정치가인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다. 프랭클린은 1752년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금속열쇠를 매단 연을 날려 번개구름 속에 전기가 있음을 알아냈다.

이 실험을 통해 그는 번개와 전기의 방전은 동일한 것이라는 가설을 증명하고, 전기유기체설을 제창했다. 프랭클린은 전기 방전을 이용해 번개 피해를 막는 피뢰침을 개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전기는 번개구름 속에 포함된 얼음덩어리와 물방울 등이 만든다. 번개구름 속에서 공기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면 물방울과 얼음덩어리가 부딪쳐 많은 정전기가 발생하는 데, 이 정전기가 엄청난 규모로 방출되는 현상이 바로 번개다. 번개의 온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태양 표면의 3배나 될 만큼 뜨겁다. 번개가 땅에 땋는 순간 발생하는 에너지는 전구 1300만개를 켤 수 있는 수준이다. 번개 칠 때 모습이 전기가 공기의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름 속 전기가 땅으로 이동하는 걸까. 번개구름에는 음전기와 양전기가 몰려 있다. 음전기와 양전기는 각각 전지의 양쪽 전극과 같은 성질을 지녔으므로, 다른 전극과 만나면 전류의 흐름이 생기게 된다. 즉, 번개는 번개구름에 몰려 있던 음전기와 양전기가 만나서 땅 위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번개는 고층빌딩을 좋아해
번개는 인명피해뿐 아니라 건물, 자동차, 나무, 철탑 등에도 피해를 입힌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금속물체나 큰 건물이 번개의 첫 번째 목표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번개가 가장 좋아하는 목표는 도시의 대형 고층빌딩이다. 번개는 가장 간단하고 빠른 경로를 선택하는 특징이 있는데,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가 가장 먼저 만나는 물체가 고층빌딩이기 때문이다.

1931년 완공된 미국 뉴욕 맨해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은 매년 100번 이상 번개에 맞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빌딩 꼭대기에 설치된 대형 피뢰침 덕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금속으로 만든 피뢰침은 번개를 땅으로 유도해 전력을 방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금속제 대형 피뢰침은 번개를 끌어들이는 자석과 같은 셈이다. 실제로 우리가 눈으로 보는 번개는 지상에서 구름으로 돌아가는 전기의 흐름이다.

번개는 한 번의 흐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최대 30번까지 전기가 이동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점멸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눈으로도 작은 반짝임을 확인할 수 있다. 번개를 이동할 대상을 찾기 위해 여러 갈래로 나뉜다. 그런데 공기는 금속과 달리 전도율이 낮다. 따라서 저항이 낮은 이동경로를 찾아 이동하므로 번개가 지그재그 형태를 띠는 것이다.

7월에 33% 발생…피해도 집중
기상청은 낙뢰감시를 위해 전국 21개소에 낙뢰센서를 설치해 운영중이며, 낙뢰 위치 및 강도 등의 실시간 관측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이 최근 발간한 <2009년 낙뢰 연보>에 따르면, 1년 중 7월에 낙뢰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원남부 내륙지방에서 낙뢰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한반도 내륙과 부근 바다에서 발생한 낙뢰 횟수는 약 67만 여회로, 2002년 낙뢰 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

이 가운데 33%인 22만여 회가 7월에 집중됐다. 또 강원남부 내륙지방이 다른 지역보다 낙뢰가 많아 연간 약 1만회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은 낙뢰 연구 및 재해 경감에 활용하기 위해 매년 낙뢰 연보를 발간하고 있다. 낙뢰 연보엔 지역별 낙뢰발생 횟수 및 일수가 월별, 계절별, 년 누계로 구분돼 지도에 나타나 있고, 낙뢰에 대한 안전대책이 담겨있다. 낙뢰로 인한 피해도 6~8월에 집중됐다. 서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 3년(2006~2008년)간 낙뢰에 의한 피해건수는 총 42건으로 6~8월에 36건(85.7%)이 집중됐다.

이 기간 낙뢰로 인해 사망 13명, 부상 1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주로 등산과 야외활동 중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인명피해 가운데는 2007년 7월29일 경기도 고양 북한산 등산 도중 벼락을 맞아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가장 컸다. 또 같은 날 의정부 수락산에서도 사망 1명, 부상 2명 등 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낙뢰사고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