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판데믹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3년간 17억 엔(약 225억9000만원)을 투자한 일본의 한 반도체장비회사가 언론에 소개됐다. 이 회사는 2003년부터 재해복구 프로젝트를 시작해 이듬해 3월 업무연속성계획(BCP) 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빠르게 BCP를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10월6일부터 도쿄에서는 위기관리산업전이 열린다. 이번 산업전에선 최근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BCP와 위기관리컨설팅 등을 주제로 한 전시가 별도로 꾸며질 예정이다.

< 재난포커스 - 다카자와 도모미 기자  tomomi@di-focus.com >

책임경영을 위한 ‘디스코’의 도전
고객과 직원 안심할 수 있는 기업 목표
(주)디스코(DISCO)는 1937년 창업한 반도체장비회사다. 5월말 현재 자본금 145억 엔에 전 직원이 1661명(3월말 현재)인 이 회사는 일본 반도체장비 업계에서 업무연속성계획(BCP) 도입의 선구자로 꼽힌다. 디스코는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난 뒤 미국 반도체회사들을 중심으로 위기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자 BCP 도입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디스코는 BCP의 대처로서 고객에게서 SSQA(Standardize Supplier Quality Assurance)가 요구되자 2003년 9월 재해 복구 프로젝트를 마련해, 10월부터 재난관리시스템 도입을 시작했다.

2004년 3월 BCP 위원회를 발족시키고 10월엔 BCP를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리고 2005년 1월에는 BCP를 그 해의 경영방침으로 결정했다. 이 기간 디스코는 BCP 도입을 위해 17억 엔을 투자했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회사라곤 하지만 회사 규모에 비하면 재난관리 분야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한 셈이다. 디스코가 BCP 도입을 서두르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은 고객과 임직원들의 안심을 중시하는 경영방침 때문이다.

지진 및 신종 플루 대책 중심
디스코는 여러 가지 재해대책 가운데 먼저 지진에 대한 투자를 집중했다. 최고경영자(CEO)인 미로조기 히토시 회장을 비롯해 디스코 임직원들은 ‘고객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업,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원칙에 따라 BCP대책에 대한 자원투자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디스코의 재난관리 프로그램 책임자 시부야 마사히로는 17억 엔이란 결코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데 대해 “사고가 났을 때 입은 손해에 비교하면 훨씬 더 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투자를 하지 않으면 BCP를 할 수 없다”고도 강조한다. 디스코는 2005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정보에 BCP를 포함시키고 있다. 기업의 재난관리 참여를 사회에 대한 책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디스코에서 최근 시행한 재난관리 대책 가운데 하나가 2월 중순까지 모든 방문자들에게 마스크를 쓰게 한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새로 짓는 사옥이나 건물은 모두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디스코 경영관리부서에서 일하는 사원들은 업무연속성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2003년 처음 BCP를 도입했을 때부터 손으로 만든 ‘가까운 미래 재해 소설’을 배포해 재해에 대응한 자사의 이미지 만들기를 하는 등 참신하고 독특한 관점으로 BCP의 꾸준한 개선과 훈련을 실시해왔다. 이와 함께 지역 방재활동에도 앞장서는 기업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10월6일부터 ‘위기관리산업전’ 개최
방재·방범·리스크관리 주제로 도쿄 빅사이트서
10월 6일부터 8일까지 토쿄 코토구에 위치된 토쿄 빅사이트(Tokyo Big Sight)에서 ‘위기관리산업전(RISCON TOKYO)2010’이 열린다. 위기관리산업전은 2005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일본에서 유일한 위기관리 종합 무역전시회다. 올해는 ‘방재’ ‘방범’ ‘리스크 관리’를 주제로 350개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특별기획전으로 ‘테러대책특수장비전(SEECAT)2010’ 함께 열려 다양한 대테러 장비가 전시된다. 위기관리산업전은 (주)토쿄 빅사이트가 주최하고 내각부(방재 담당), 경찰청, 총무성 소방청,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 기상청, 해상보안청, 방위성 등 거의 전 일본부처가 후원하는 전시회다. 올해는 미국 대사관 상무부와 독일 정보처리추진기구도 후원단체로 참여했다.

BCP 등 리스크관리 주목
이번 전시회의 전시대상은 주로 지진대책, 재해대책, 소화 및 인명구조 장비 등 방재와 관련된 것들이다. 방범 분야에선 지역 방범 관련 제품 및 설비, 경비 서비스 등을 전시한다. 여기에 최근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고 BCP, 사무실 보안, 위기관리컨설팅 등 리스크 관리에 대한 전시가 포함됐다. 특히 올해는 신종 플루 대책이나 BCP 대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회사들의 참석이 눈에 띈다. 지난해 전시회엔 277개 회사가 전시에 참여하고 경찰서, 소방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6만4640명이 참석했다.

위기관리전시회에서는 빠른 대책을 원하는 참석자들을 위한 특설 구역도 설치된다. 특설 구역은 4개로, ‘지진대책구역’에서는 내진공법, 긴급 지진속보, 비상식량, 재해용 화장실 등이, ‘신종플루대책구역’에선 마스크, 방호복, 소독제, 공기청정기 등이 소개된다. 이와 함께 ‘천둥재해구역’에서는 전원, 통신용 보안기, 경보장치 등 천둥 대책 관련 제품을, ‘고기능감시시스템구역’은 고기능 카메라 및 주변기기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다양한 부대행사 함께 열려
위기관리산업전과 별도로 빅 사이트 서쪽에서는 방범 카메라, 긴급 통보 시스템 등을 선보이는 ‘지역방범’전이 열린다. 또 기밀문서 관리 및 처리, 입·퇴실 시스템을 다루는 물리 시스템과 메일관리, 침입감시시스템 등을 전시하는 정보 시큐리티로 구성된 ‘오피스 정보관리’, 조울병 등에서 회복된 직원들을 적절히 도와주는 ‘멘탈 헬스&EAP(종업원 지원 프로그램)’ 전시도 함께 마련된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위기관리산업전은 매년 위기관리 업무와 관련된 많은 기업(담당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긴급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로 관련 기업에 정보를 계속 제공하고 싶다”(리스크 관리 관련 단체)거나 “신형 인플루엔자 대책 상품을 찾아보기 위해 참석했는데, BCP의 중요성도 알게 되면서, 여러 가지 대책을 생각할 기회가 됐다”(개인 참석자) 등의 평가가 있었다.

위기관리산업전을 주최하는 토쿄 빅사이트의 시마다 켄이치 사장은 “사회 환경의 변화와 함께 위기관리산업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며, 이번 위기관리산업전의 3대 주제인 방재, 방범,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번 전시회가 출전 기업들의 활발한 정보 교류나 계약을 맺는 기회가 돼, 위기관리산업의 성장·발전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한편 토쿄 빅사이트는 위기관리산업전의 영문 표기인 ‘RISCON’에 대해 리스크(Risk)와 컨트롤(Control)의 합성어로 리스크(위험·위기)를 완전하게 피하는 것은 어렵지만, 가능한 컨트롤(관리)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초동대응이 기업 운명 좌우한다
3시간 내 필요한 대책·정보 제공
위기관리정보 서비스회사 레스큐 나우는 7월부터 재난을 당한 기업이 초동대응 활동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재난 발생부터 3시간동안 필요한 대응정보를 정리한 레스큐9(Rescue9)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서비스는 초동 활동에 필요한 3개의 대응과 3개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3개의 대응이란 시간을 축으로 한 ‘상황 파악’ ‘의사결정’ ‘커뮤니케이션’이며, 3개의 정보는 ‘발생 사상’ ‘자사의 피해 상황’ ‘거래처의 피해 상황’을 말한다.

레스큐 나우의 이치카와 게이치 대표는 “많은 회사가 평상시부터 재난에 대비해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막상 재해가 일어나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며 “그 이유는 예측한 그 대로 재난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때문에 재난을 맞았을 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재해대책본부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 담당자나 사원, 거래처 등과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초동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커뮤니케이션 목적
3개의 정보 가운데 발생 사상이란, 거리의 상황이나 교통, 라이프라인의 재해 상황 등을 말한다. 자사의 피해 상황은 사원의 안부와 같이 건물·설비나 상품 등의 자산이며, 거래처는 구입처와 판매처를 뜻한다. 초동의 기준이 되는 재난 발생부터 3시간 사이에 이러한 정보를 모아 재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거쳐 필요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레스큐9의 목표다.

이치카와 대표는 이에 대해 “BCP를 책정하고 있는 기업에서도 초동대응에 대해서는 누가 어디서 재난 상황을 어떻게 조사하고 누구와 서로 연락을 하는지, 누가 의사결정을 하는지, 그 결정을 어떤 수단으로 누구에게 어떻게 전할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체계가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반대로 이 3×3의 항목을 모두 충족을 시키는 회사는 비교적 제대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레스큐 나우는 지금까지 안부확인서비스나 피해예측서비스, 재해리포트서비스 등 초동대응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많이 다루어 왔다. 7월부터는 재난대응 매뉴얼과 재난발생 시 대응순서처럼 실제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