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사에 가장 큰 비극으로 기록되는 6·25전쟁 60돌을 맞았다. 6·25전쟁은 같은 조상을 가진 민족끼리, 나아가 같은 부모를 둔 형제가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우리 민족 최대의 재앙이라 할 수 있다. 이 동족상잔의 비극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천안함 사태’ 등의 영향으로 남북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60년 전 일어났던 6·25전쟁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무서운 재앙이다. 자연재해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피해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6·25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겼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6·25전쟁에 대한 다양한 행사가 매년 6월25일 안팎으로 열린다. 6·25전쟁 60돌을 맞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셀 수 없이 많은 행사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열린 수많은 6·25 관련 행사 가운데 6월16일 막을 연 ‘1950..서울..폐허 속에 일어서다’ 특별전은 6·25전쟁을 겪고 난 뒤 달라진 서울 모습과 서울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전시여서 눈길을 끈다. 이 전시회는 서울 신문로2가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에서 8월8일까지 계속된다. 6·25전쟁 앞뒤로 달라진 서울시내 모습, 직접 6·25전쟁을 몸으로 겪은 이들의 경험 등을 듣고 볼 수 있어 전쟁의 아픔을 잘 모르는 세대가 전쟁의 비극을 간접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6·25 뒤 ‘달라진 서울’에 포커스

	쌀배급받는서울시민 : 미처 피난하지 못한 서울시민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식량난이었다. 인민위원회 소속인 듯 완장을 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민들이 줄을 서서 배급을 받고 있다.

“서울 반세기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6·25전쟁 60돌을 맞아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쟁 자체보다 전쟁으로 인해 ‘달라진 서울’, 전쟁 이후 서울사람들의 의식과 생활방식에서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역사박물관 쪽은 ‘1950..서울..폐허 속에 일어서다’ 특별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처럼 6·25전쟁 특별전은 1950년 6월25일 전쟁이 터지기 전 종로, 중앙청 등 서울시내 한복판의 평안한 모습과 6·25전쟁을 겪으며 폐허로 변한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각종 그래프를 통해 전쟁이 서울시민들의 의식과 생활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음을 설명한다.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굴의 투지가 바로 서울 성장의 든든한 밑거름’이 됐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특별전은 ‘폭풍 전야의 서울’ ‘폐허의 서울’ ‘내가 겪은 6·25전쟁’ ‘6·25전쟁을 보는 제3의 시선’ ‘달라진 서울’ 등 5개 주제로 나눠 서울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먼저 ‘폭풍전야의 서울’에서는 6·25가 발발하기 전 서울의 조용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곳곳에서 전쟁 조짐이 엿보이는 폭풍 전야 속에서도 평시와 다름없는 서울의 모습을 서울역사박물관이 새로 입수한 컬러 슬라이드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주제 ‘폐허의 서울’은 말 그대로 전쟁 뒤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을 모형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6·25전쟁으로 인해 서울에선 약 13만명에 이르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당시 서울인구 약 170만명의 7%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서울시 주택 19만1260호 가운데 29%인 5만5082호가 파손될 정도로 재산피해도 컸다. 인천상륙작전 뒤 서울을 수복하는 과정에서 치러진 연희고지 전투 등에선 남북한군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엄청난 폭격으로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박완서의 소설이름) 의심할 만큼 서울은 잿더미로 변했다.

6·25 체험세대의 생생한 경험담
세 번째 ‘내가 겪은 6·25전쟁’에서는 6·25전쟁을 직접 체험한 이들의 증언을 담은 영상물이 상영된다. 서울은 전쟁 3일 만에 옛 소련제 탱크를 앞세워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온 북한군에 점령되고, 서울시민은 9월28일 서울 수복 때까지 90일 동안 북한군의 점령 아래 놓였다. 이 시기 북한군 치하에서 “시민들은 각종 부역이나 궐기대회에 동원됐다. 또 강제이주와 인민재판의 위협에 시달렸으며, ‘자발적’ 의용군 입대를 강요당했다.

더욱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서울 수복 후 (남한정부로부터) ‘잔류파’ 또는 ‘부역자’로 낙인 찍혀 다시 한 번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는 점이다.” 6월24일엔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를 지은 소설가 이호철이 6·25전쟁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6·25와 서울과 나’란 특별강연도 열렸다. 함경도 원산에서 태어난 이호철은 남쪽으로 피난해 군인으로 6·25전쟁을 체험한 사람으로 특별강연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자세하게 들려줬다.

	사진1. 전쟁 이전 무교동 : 6ㆍ25전쟁 발발 이전 청계천 주변 도심모습. 가운데 넓은 길이 청계천 상류. 왼쪽에 화신백화점이 보이고, 오른쪽 붉은 벽돌 건물은 조흥은행이다. 사진2. 우유죽무료급식소 : 6ㆍ25전쟁기간 중 전쟁으로 재난을 입은 전재민(戰災民) 구호를 위해 서울지역 여러 곳에 구호소가 설치됐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네 번째 ‘6·25전쟁을 보는 제3의 시선’에서는 미국의 <라이프>(LIFE), 프랑스의 <르 파트리오트 일뤼스트레>(LE PATRIOTE ILLUSTRE) 등 외국 주요 언론들이 6·25전쟁을 어떤 눈으로 바라봤는지 알아본다. 6·25전쟁을 취재한 외국 특파원의 수는 약 600여 명으로, 175~250명의 특파원들이 일본 도쿄와 한국에 상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기록한 자료들은 당시 서울과 서울시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 ‘달라진 서울’에선 6·25전쟁이 엄청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불렀을 뿐 아니라 서울사람들의 생각과 생활방식을 크게 변화시켰음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각종 그래프를 통해 “가족제도의 분화,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의 팽배, 서구 생활방식의 유입과 맘보댄스의 유행, 반공의식 고착화, 엄청난 교육열, 전근대적 질서의식의 붕괴, 새로운 말과 유행어의 등장 등 서울사람들의 의식과 생활방식 전반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성장의 밑거름
6·25 직전인 1950년 서울인구는 169만3224명이었다. 하지만 전쟁으로 많은 시민이 피난길에 나섰던 1951년에는 64만8432명으로 무려 43.8%나 줄면서 1년 만에 ‘시민 없는 도시’로 변했다. 1953년 전쟁이 끝나자 피난민이 되돌아오고 농촌인구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1954년부터 서울인구는 다시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1957년 167만1563명으로 전쟁 전 인구 수준을 되찾았다. 이후 서울은 ‘한강의 기적’이란 말로 대변되는 경제 성장과 함께 글로벌 도시로 성장했다.

	사진1. 피난민증(1950.12.14) : 전쟁기간 중 피난민증은 생명증과도 같았다. 피난을 가기 위해, 식량배급을 받기 위해, 무엇보다 북쪽 부역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피난민증이 필요했다. 사진2. 폐허가 된 세종로

오늘날 서울은 인구 1000만명의 거대도시이자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수도,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도시가 됐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세계 최빈국의 수도라는 오명 속에서 일궈낸 성과다. 서울역사박물관 쪽은 이와 관련해 “지난 60년 동안 서울의 엄청난 성장과 변화를 가지고 온 역동적인 힘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묻고는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서울 반세기를 회고해 보면, 바로 전쟁의 아픔을 딛고 폐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을 위한 불굴의 투지가 바로 오늘날의 서울을 일으킨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다”는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는 6·25전쟁 그 자체보다는 전쟁으로 인한 서울시민들의 달라진 의식과 생활방식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것이 바로 현대 서울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되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6·25전쟁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관람문의 : 서울역사박물관 02-724-02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