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서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을 위한 ‘소방관 올림픽’이 국내에서 열린다. 8월21일부터 29일까지 9일간 대구광역시 일원에서 개최되는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전현직소방관 등이 참가해 ‘세계 최고 소방관’의 명예를 차지하기 위해 힘과 기량을 겨룰 예정이다.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 앞서 대구에선 18일부터 3일간 아시아소방기관장회의, 20일부터는 4일간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개최된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소방관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세계소방관경기대회는 스포츠를 통한 국가간 소방정보 교류와 전현직소방관 및 그 가족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 1990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처음 열렸다. 대회 개최에 따른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돼 화상을 입은 어린이들을 돕는 데 쓰인다. 1회 대회 이후 매 2년(짝수 해)마다 한 번씩 세계 주요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외에 미국 라스베가스(2회), 호주 퍼스(3회), 캐나다 에드몬트(4회),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5회), 프랑스 망뜨(6회), 뉴질랜드 크리스트쳐치(7회), 영국 쉐필드(8회), 홍콩(9회), 영국 리버풀(10회) 등에서 대회가 열렸다.

75개 종목서 금메달 놓고 경쟁
올림픽이나 세계대회 등 다른 스포츠대회와 같이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면 금메달이 주어진다. 1990년 4월22일부터 29일까지 열렸던 1회 대회 때는 17개국에서 3200명이 34종목에 참가했지만, 이후 종목 수와 참가자가 크게 늘었다. 올해 대구대회에선 세계 40개국의 전현직소방관과 그 가족 등 6000여명이 참가해 75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놓고 겨룰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1회와 3회 대회를 빼고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5회 더반대회 때까지는 3~5개 종목에 7~21명만 참가했으나, 6회 망뜨대회부터 10개 이상 종목에 국내 소방관들이 참가중이다. 2008년 8월25~9월3일 열렸던 10회 리버풀대회 때는 15개 종목 70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세계소방관경기대회 종목은 야구, 농구, 배구, 축구, 탁구, 육상, 수영, 마라톤, 권투, 레슬링, 테니스 등 일반적인 스포츠뿐 아니라 소방관들과 관련된 것들이 많이 포함된다. 수중인명구조, 물통릴레이, 소방차운전, 계단오르기, 최강소방관경기 등이 그것이다. 그밖에 두뇌 스포츠인 바둑, 체스, 포커 등과 취미생활을 위한 낚시(바다·민물), 당구(스누커·캐롬·포켓), 골프, 페인트볼, 수상스키 등도 대회종목에 들어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개최하는 만큼 족구, 씨름, 태권도 등 한국 고유의 전통 스포츠가 포함돼 관심을 모은다. 대회 운영본부에서 요구하는 37개 필수종목을 빼고 개최국에서 여건에 따라 종목과 그 수를 선택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하철참사’ 극복 위해 대회유치
대구시는 2003년 2월18일 중구 성내동 중앙로역에서 일어난 지하철 화재사고(대구지하철화재참사)의 아픔을 극복하고 안전도시를 이루기 위해 이번 대회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직위원회 쪽은 “경쟁도시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호주 골드 코스트를 물리치고 이번 대회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엑스코(대구전시컨벤션센터) 게임빌리지, 시민운동장, 대구체육관, 두류수영장 등 대구시내 주요 체육시설과 팔공산 인공암벽장, 영일 신항만 및 북부해수욕장(포항시), 청도천(청도군), 경산생활체육공원(경산시) 등 38곳에서 치러진다. 개회식은 21일 두류공원 내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문화행사와 함께 열릴 예정이다.

이번 대회를 ‘역대 최대, 최고’로 만들기 위해 대구시는 ‘대회 준비추진단’을 운영하고 공식캐릭터를 개발했다. 공식캐릭터 ‘파일로(Fi1ro)’는 최고 안전지킴이 소방관(firefighter+1+hero)을 뜻한다. 이 캐릭터는 친근함과 민첩성을 가진 대구 신천 ‘수달’을 상징하면서, 대구의 녹색도시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표현했다고 한다.

대구시는 또 이번 대회 성공을 위한 결의를 다지고 시민들에게 널리 홍보할 목적으로 ‘2010 대구세계소방관경기대회 자원봉사자 발대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7월7일 오후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발대식에는 조직위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등 1350여명이 참석했다. 이기환 소방방재청 차장도 이날 발대식에 참석해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이번 대회 자원봉사자는 통역, 교통, 안내, 안전, 의무, 진행보조, 사무지원 등 7개 분야에서 2334명에 이른다.

국제소방안전박람회 동시 개최
대구시는 제11회 세계소방관경기대회 각종 경기가 열릴 엑스코에서 ‘제26회 아시아소방기관장회의(IFCAA 2010)’와 ‘제7회 대한민국국제소방안전박람회(Fire & Safety EXPO KOREA 2010)’를 동반 개최한다. 8월에 소방관련 ‘빅3 행사’가 대구에서 동시에 열리는 셈이다.

소방방재청과 아시아소방기관장협회가 주최하는 아시아소방기관장회의는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이란, 일본, 한국,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22개국과 2개 지역(홍콩, 대만)의 소방기관장 1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아시아소방기관장회의 참석자들은 8월18~20일 2박3일간 ‘세계 재난환경의 변화와 소방의 역할’을 주제로 △지구촌 대규모 재해 시(대비) 국제지원 강화 △화재예방행정의 효과적 추진 △소방대원 보건안전관리체계 구축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소방방재청과 대구광역시가 주최하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8월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개최된다. 이번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소방과 안전 중심의 종합박람회로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30일 참가신청을 마감한 결과 220개 업체가 650부스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최 쪽은 “세계소방관경기대회와 아시아소방기관장회의가 동시에 개최되는 데 따라 업계의 높은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오텍(앰블런스), 에버다임(소방차), 동일필드로봇(소방로봇), 위니텍(긴급구조시스템) 등 국내 업체와 미국의 오시코시 코퍼레이션, 일본의 모리타·야마토 프로텍·사쿠라 러버, 중국의 상해붕신소방기재유한공사와 남통삼전소방장비유한공사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소방안전박람회 사무국에서는 핵심 바이어 유치를 위해 코트라와 공동주관계약을 맺고 참가업체가 추천하는 국내외 바이어에게 숙박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를 ‘화재저감 원년의 해’로 정하고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소방방재청은 스프링클러·화재감지기 특별관을 마련해 화재저감대책을 홍보한다. 또 소방관련 학술행사, 국제컨퍼런스, 보수교육, 참가업체 기술세미나 등이 동시에 개최되고, 야외행사장에서는 소방장비전시, 제품시연, 야외체험행사 등이 마련된다. 소방안전박람회 사무국에서는 국내 참관객 유치를 위해 8월6일까지 단체관람신청을 받고 있다.
※관람문의 053-601-5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