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매년 한 번씩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난대응훈련이다. 이 훈련을 통해 중앙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는지와 재난대응 지휘체계 등을 점검하고 있다. 올해 훈련은 해군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한 차례 연기되는 우역곡절을 겪었다. 올해 훈련에 대한 주관기관의 평가를 살펴본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주관하는 소방방재청은 “보여주기식 훈련에서 ‘실제적 훈련’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로 올해 훈련을 기획했다. 그러나 애초 4월28~30일 실시될 예정이었던 훈련이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장병들에 대한 국가애도기간(4월25~29일)과 겹쳐 5월12~14일로 2주 연기되고 말았다. 훈련 연기에 따라 김이 빠진 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무난히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공무원이 아닌 국민이 훈련을 평가하는 ‘국민평가단 제도’를 도입해 관심을 모았다. 또 중앙안전관리위원장인 국무총리를 비롯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행정안전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훈련현장을 찾기도 했다.

재난대응능력 향상에 기여
소방방재청은 지난 6월24일 올해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관계자와 국민평가단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훈련실시 결과보고’를 했다. 이날 소방방재청은 올해 훈련에 대한 총평에서 “금년 훈련은 ‘천안함 사태’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나 높은 시기에 온 국민이 참여한 가운데 더욱 체계적이고 강화된 실질적 재난대응훈련으로 추진됐다”고 밝혔다. “또 재난위험 경보발령에 따라 전국 주민대피 및 차량이동통제, 유치원 및 초·중·고생의 지진대피훈련 등 전 국민의 참여 확산을 통해 국민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고 국가의 재난 대응능력 향상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훈련의 주요성과로는 △실질적 훈련으로 패러다임 전환 △‘국민평가단’ 제도 신설·운영 △통합현장훈련 성과 극대화 추진 △국민참여형 훈련으로 전환 확대를 꼽았다. 먼저 소방방재청은 올해부터 보여주기식 훈련에서 실질적 훈련으로 바꿨다며 사전 의전행사 생략, 실제상황과 유사한 대응훈련, 근접대기 출동에서 실근무지 출동으로 전환, 재난유형별 목표가 명확한 상황 부여에 따른 실제훈련 등을 제시했다. 훈련기간 230개 전국 배수펌프장 현장방문 직접가동훈련을 동시에 실시하고, 4대강 보설치 현장에 대한 핫 라인(Hot line) 작동상태를 확인해 풍수해 위험지역 사전점검을 통한 피해방지에도 기여한 것으로도 자평했다.

‘국민평가단’ 제도 신설·운영에 대해선 일반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훈련평가제도를 처음 도입해 256개반 1080명의 국민평가단을 통해 훈련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14명이 훈련현장에 임석 치휘하고 재난안전실장 등 행안부 공무원 23명의 통합훈련현장 방문점검, 소방방재청 간부공무원 15명으로 시도별 책임담당관제를 운영해 통합현장훈련 성과 극대화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국민참여형 훈련으로 전환 확대에 대해선 재난위험 경보발령에 따른 전국 주민대피 및 차량통제 훈련, 전국 유치원, 초·중·고생 800여만명이 참여한 지진·화재 대피훈련, 전국 7개소에서 실시한 대도시 지하철 화재대피훈련에 탑승객 훈련 동참 등을 들었다.

새로 도입한 제도 정착 미흡
이날 보고에서 소방방재청은 올해 훈련에 대한 문제점도 제시했다. 문제제기는 주로 올해부터 처음 시행한 제도에 집중됐다. 훈련계획단계에서 나타난 문제점으로 의전행사 관행과 기관간 갈등 및 업무기피문제를 꼽았다. 훈련참여기관이 그 동안의 보여주기식 훈련에 익숙해진 탓에 관행처럼 이어져온 초청인사 위주의 의전행사를 계획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소방방재청은 행안부장관과 국회 행안위원장, 소방방재청 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5월13일 실시된 인천 문학경기장훈련에서 사전의례행사를 준비해 폐지하도록 소방방재청이 수정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훈련 주관부서와 훈련참여 기관·단체 사이에 훈련규모, 인원, 임무부여 등에 대한 갈등과 업무기피문제가 생겼다는 점도 지적했다.

훈련단계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기출동 사례와 교통통제 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 표시 따위였다. 소방방재청이 누누이 설명했던 현장중심의 실질적 훈련을 위해 실근무지 출동을 강조했으나 일부 대기출동 사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난포커스>가 취재했던 인천 문학경기장훈련의 경우 훈련이 시작되기 직전에 훈련장 바로 옆 지하통로 입구에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 등 훈련차량들이 떼를 지어 대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또 도상훈련 시 시도에서 시군구에 메시지 여러 건을 동시에 부여하거나 너무 짧은 시간(20분)에 처리결과까지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예컨대 충남도에서는 부여군에 1차 메시지를 1시간 22분이나 늦게 부여하고 9분 안에 지체된 메시지 3건을 부여하는 사례가 나왔다. 대국민 홍보와 인식부족으로 많은 국민이 지진대피훈련에 동참하지 못했고, 교통통제와 건물통행 제한조치 등에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개선방안이 요구된다.

소방방재청은 평가단계 등에서 불거진 문제점도 여러 가지 제시했다. 먼저 국민평가단에 참여한 일부 국민이 재난대응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충분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평가표의 평가항목이 중복되고 종류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 일부 지자체가 시도 및 시군구 국민평가단에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지자체와 중앙부처 일부에선 훈련평가에 부정적 의견을 표시하고 국민평가단의 평가에 협조하지 않는 사례조차 있었다고 한다. 훈련참여 가능여부 사전검토 등 노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것도 문제였다.

재난대응훈련 발전방안 제시 
소방방재청은 6월24일 결과보고를 통해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발전방안’을 선보였다. 소방방재청의 훈련 발전방안은 크게 △한국형 재난대응훈련 모델 개발 △안전한국훈련 표준지침 보완·발전 △국민 참여형 훈련으로 정착이다. 세 가지 발전방안에 대한 세부과제도 제시했다.

먼저 한국형 재난대응훈련 모델 개발을 위해 소방방재청은 실제 훈련 방식의 맞춤형 훈련 내용 개발, 훈련을 통해 내용을 보강해나가는 모형 개발, 재난(관리책임)기관 기관장이 직접 훈련현장 참여, 훈련단계별 명확한 목표 설정, 매뉴얼에 의한 현장대응 진행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번째 안전한국훈련 표준지침 보완·발전과 관련해선 실제상황 메시지 부여에 따른 대응활동 훈련, 전체 대응과정을 확인·점검하는 실질적 훈련, 재난기관별 실근무지 출동, 훈련단계별 목표에 맞는 평가지표 개선, 재난유형별 담당조직을 훈련조직과 일체화, 훈련 주관부서와 참여기관 사이의 협조의무조항 신설 등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안전한국훈련을 국민 참여형 훈련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지속적 대국민 홍보활동과 재난위험경보에 대한 집중홍보, 훈련관련 기관·단체와 긴밀한 협조체제 강화, 전문성을 겸비한 국민위주로 국민평가단 선발 등을 제시했다. 특히 자율방재단, 민방위대, 마을이장 등을 훈련의 주축으로 육성하고 노약자 배려와 응급대응계획을 보강할 방침이다.

안전한국훈련과 관련해 소방방재청의 앞으로 추진일정을 보면, 8월 중 중앙부처와 시도 훈련관계관이 참여하는 종합강평회를 개최해 훈련 우수기관과 단체, 유공자를 포상하기로 했다. 8~10월 안전한국훈련 보완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10월에는 한국형 재난대응훈련 표준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어서 11월에 안전한국훈련 표준지침을 보완·개편하고, 12월엔 내년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