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번 째 산업안전 강조주간을 맞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주최한 제28회 국제산업안전보건전시회(KISS 2010) 부대행사의 하나로 안전보건 세미나가 열렸다. 5가지 주제로 마련된 35개 세미나 가운데 ‘산업재해감소를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소개한다. 7월7일 열린 이 세미나는 제1주제 미래를 위한 안전보건전략(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지향하며…)의 일환이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산업재해 감소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세미나를 주최한 대한산업안전협회 쪽은 세미나 목적에 대해 “10여년간 0.7%대에서 정체되어 있는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산업재해예방 정책과 기법, 기술 등에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재해예방을 주도하는 학계, 사업장 안전보건관계자 등을 대표하는 발표자를 초청해 산업재해 감소 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함으로써 산업재해를 감소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함”이라는 설명이다.

과정지표로 결과지표 보완해야
이날 세미나에서 백종배 충주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면 새로운 개념의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백 교수는 먼저 “국내 산업재해 예방정책이 결과지표에 의해 결정되면서 근본적인 예방정책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사업장의 위험요인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자의 활동, 나아가 사업장의 안전문화까지 객관화하고 정량화시켜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백 교수는 국내에서 중시하는 산업안전 결과지표의 대표 격인 재해율을 예로 들며 사고예방을 위한 과학적인 지표가 정확하게 산정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보상을 위한 산정 기준으로 사용된 척도를 산업재해에 도입하면서 오늘날까지 결과에 중점을 둔 재해율이 돼 왔으며, 10년이 넘게 산업재해 예방사업에 커다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한 가지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재해율에 안전문화(Safety Climate)나 안전활동과 같은 과정지표가 보완돼야 한다”고 백 교수는 제안했다.

그는 특히 결과지표에 많은 비중을 두어온 국내 산업안전 정책에 대해 따끔하게 꼬집었다. 재해율이 낮으면 자율안전관리 업체로 지정하고 재해율이 높으면 위험한 사업장으로 판단해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왔지만 성과가 신통치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만 보더라도 중대재해는 자율안전관리 현장으로 지정받은 건설현장에서 많이 발생했다. 이는 “재해율이 낮으면 안전하고, 재해율이 높으면 위험하다는 정의가 잘못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위험성평가 정착·확산 시급한 과제
다양한 산업변화에 따른 안전관리방법으로 백 교수는 위험성평가를 꼽았다. 산업구조가 서비스, 복합, 하이테크 산업으로 변화됨에 따라 안전관리도 변화돼야 하는데, 여기에 알맞은 안전관리방법이 위험성평가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백 교수는 “지난해 유해·위험 요인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평가해 관리·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에 근간을 마련하였으나 아직 제도화 기틀이 마련되지는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위험성평가를 정착시키고, 이를 사업장에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에선 사고 예방을 위한 중간 과정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었다. 복잡 다양한 재해를 단순히 결과만 놓고 분석한다면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고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불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그는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생각 자체를 바꾸기 위해선 재해율 산정방법부터 바꿔야 하며, 기초연구부터 접근해 사고예방 중심의 재해율 산정법을 개발하고 이를 조속히 적용해야 할 것”이라는 해결방안을 내놨다.

위험성평가 방법으로 그는 잠재위험(Hazard)을 확인해 위험 크기(Risk)를 정하는 위험분석과 대책을 세우고 위험을 잘 제어하기 위한 안전관리, 비용과 연관된 손실방지 개념까지 위험성평가에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위험성평가는 위험분석 결과를 안전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에 포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전문화 핵심은 ‘안전 분위기’ 조성
백 교수는 재해율 산정을 위한 과정지표에 안전문화를 포함시킬 것을 제시하면서 안전문화 정착의 중간단계인 ‘안전 분위기’를 강조했다. 그는 “흔히 우리는 안전문화라고 하면 ‘근로자의 행태’와 ‘분위기’, ‘문화’까지 총체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것도 체계적으로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안전교육도 중요하지만 안전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전 분위기를 위험성평가에서 다뤄 좀 더 객관화시키고 정량화시켜서 어디가 취약한지 알고, 그에 맞는 대책을 신속히 적용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앞서 밝힌 “과정지표도 결국 안전 분위기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율안전관리의 시작”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안전공학은 타 학문을 안전에 적용시키는 응용학문”이란 점을 강조했다. “사고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나므로 한 분야의 깊은 지식만으로는 안전관련 업무에 한계가 있다. 즉, 근로자의 안전 측면에서 화공, 기계, 전기, 건설 등을 바라볼 때 보다 쉽게 안전 관련활동을 할 수가 있는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또 안전관리자들의 수치표현능력 개발도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상적인 개념을 보다 과학적으로 객관화하기 위한 수치표현능력은 안전관리를 하는데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위험성도 정량적 수치로 표현을 해야 하고, 안전문화와 안전에 따른 손실개념도 수치로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수치를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자료로 제시하기 위해서는 수치표현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치표현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안전보건경영 활동
이날 세미나에선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안전보건 활동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전재호 삼성전자 부장은 삼성전자의 녹색영영 활동과 삼성전자 안전보건의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전 부장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태동기(1978~1989)인 1978년 3월 방재파트를 출범시켰고, 성장기(1990~1999)인 1995년 6월 녹색경영을 선언했다. 녹색경영은 환경, 안전, 보건을 기업경영의 핵심요소로 인식한 것으로 한 환경, 안전, 건강을 중시한 2005년 3월 경영원칙에서도 나타난다. 세계화 시대인 2000년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인간공학적 작업장 구축(2000년 8월), 환경안전체험관 개관(2001년 3월) 등 직원들의 안전보건을 위해 투자하고 있으며 올 5월엔 근골격계질환 예방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특히 전 부장은 “새로운 형태의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삼성전자의 녹색경영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설명하며, 그는 “작업 외 재해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중반부터 추락, 낙하, 협착, 전도 등 전통적 재해가 크게 줄어든 반면 2000년대 중반부터 행사 및 출장 중 재해, 요통 등 비업무성재해가 가파르게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작업 중 재해는 전체 재해의 20%에 머물렀고, 작업 외 재해가 80%를 차지한 게 이를 방증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근골격계질환 모니터링, 개인별 맞춤운동 프로그램, 인간공학적 작업환경 개선 등을 통해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나가고 있다고 전 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 임직원 개인별 맞춤 건강관리, 사내 건강증진시설 운영 등 직업병 예방을 위해 노력함은 물론 안전보건교육도 주입식 집합교육에서 쌍방향 소통 열린 교육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게다가 안전보건조직을 99년 도입한 관리감독 위주의 사업부별 스태프(staff) 조직에서 지난해 환경안전 스태프는 기획 및 법적업무만 수행하고 근로자 전원이 참여하는 자율안전관리로 적착시켰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매년 1회 삼성전자 임직원과 유관기관 합동으로 안전연극제를 개최중이며, 안전보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무재해 기원제, 삼성의 중국 법인인 중국삼성 전 그룹사가 참여하는 위험예지훈련 경진대회 등을 통해 안전보건문화를 조성하고 있다”고 전 부장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삼성전자 안전보건 활동의 미래에 대해 “2013년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보건관리 달성”이라면서 세 가지 목표를 소개했다. 그가 제시한 세 가지 목표는 글로벌 전 사업장 무재해 달성, 글로벌 베스트 작업환경 구현, 상생 협력하는 안전보건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