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다. 재난이 무서운 이유이기도 하다. 미리 알 수 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거의 모든 재난이 그렇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여기저기선 예기치 못한 재난이 줄을 잇고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어이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들으면 황당한 재난을 소개한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프러포즈 순간 ‘벼락 꽝’
민둥산에서 낭만적 프러포즈하려다 그만

	사랑하던 연인 한 쌍이 벼락을 맞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 근처 맥스 패치 민둥산 꼭대기.

산꼭대기에서 남녀 한 쌍이 프러포즈라는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려던 찰라 벼락에 맞는 사고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국 <애슈빌 시티즌 타임스> 6월7일자에 따르면, 리처드 버틀러란 30세 남성이 25세 여자 친구 베서니 로트와 함께 민둥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프러포즈를 하려는 순간에 벼락이 떨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베서니 로트가 목숨을 잃고 프러포즈 하려던 리처드 버틀러는 3도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테네시 주 녹스빌에 사는 버틀러가 여자 친구 로트와 함께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 근처 맥스 패치(Max Patch) 산에 오른 건 로트가 평소 맥스 패치 민둥산(bald mountain)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버틀러는 이 민둥산 꼭대기에 올라 사랑하는 로트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낭만적으로 프러포즈할 계획을 세웠다.

현지시각으로 6월4일 둘은 맥스 패치 산을 올랐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날은 마침 많은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하지만 프러포즈를 위해 버틀러는 차 안에서 쉬다가 잠시 비가 그친 사이 로트와 함께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버틀러는 <애슈빌 시티즌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날씨는 좋지 않았느나 로트가 먼저 올라가면서 내게 ‘멋진 광경을 보라’고 말하며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 내리는 날 위험을 무릅써가며 산에 오르던 둘의 행복은 곧 악몽으로 변했다. 오후 4시30분께 자기 벼락이 내리치기 시작한 것이다. 민둥산이어서 마땅히 피할 데가 없었기에 둘은 그만 벼락에 맞고 말았다. 벼락이 떨어지자 로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다. 버틀러도 180도로 돌며 뒤로 나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버틀러는 “벼락을 맞은 뒤 돌아보니 로트가 쓰러져 있었다. 로트에게 기어가 15분 정도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휴대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려 했으나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벼락을 맞는 순간 “다리는 젤리처럼 변하고 신발에선 연기가 났는데, 발바닥은 불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며 “로트의 마지막 말은 ‘정말 아름답다’는 것이었다”고 가슴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혼자 힘으론 로트를 데리고 내려올 수 없었던 버틀러는 차를 몰고 가까운 인가를 찾았다. 마침 휴가 나온 미 해군과 그의 아버지가 사는 집을 발견한 버틀러는 그들과 함께 로트가 쓰러진 곳으로 돌아왔다. 돌아와보니 로트는 이미 맥박이나 호흡이 멈춘 상태였다고 한다. 버틀러는 “도움을 준 딘 파머 부자는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20여분간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 사이 더 심해진 폭우를 뚫고 구조대가 도착했다. 구조대는 로트를 회생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버틀러는 바닥에 쓰러진 로트의 손가락에 프러포즈 반지를 끼워준 것으로 알려졌다. 버틀러의 어머니 재닛 들래니는 며느리가 된 뻔했던 로트가 산을 매우 좋아했다며 “로트는 수천마일을 걸었고 2년간 유타 주에서 하이킹만 한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미국 산림청의 지역 관리자 티나 틸레이는 “버틀러와 로트가 민둥산을 함께 오르는 동안 둘은 벼락 취약지역에 노출돼 있었다. 둘은 높은 곳을 피해 저지대로 내려와 차에 탔어야 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침실에서 교통사고로 사망
뉴질랜드 노인, 벽 뚫고 돌진한 차에 치여

	7월1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도로변 집에 살던 88세 노인이 대낮에 침실 벽을 뚫고 들어온 자동차에 치여 숨졌다. 사진은 사고를 일으킨 자동차와 같은 도요타 캠리.

대낮에 자기 집 침실에 있던 80대가 자동차에 들이받혀 목숨을 잃는 교통사고(?)가 뉴질랜드에서 일어났다. <연합뉴스>는 7월2일 뉴질랜드 경찰의 말을 빌어 전날 오후 1시께(현지시각) 오클랜드 북부 도로변 집에 살던 88세 로런스 모어가 자기 집 침실에 있다가 벽을 뚫고 들이닥친 자동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사고를 일으킨 도요타 캠리 자동차를 몰던 운전자도 노인으로 언덕길에서 자동차를 제대로 운전하지 못하고 이 같은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이 사고를 조사한 뉴질랜드 경찰의 카알 베빈 경사는 운전자는 목숨을 건졌지만 부상을 입어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다며 “사고를 목격한 다른 운전자들과 사고 현장을 지나던 비번 경찰관이 자동차에 치인 모어 할아버지에게 응급처치를 했으나 살리진 못했다”전했다. 그는 또 모어 할아버지 이웃과 사고 현장을 지나던 사람들은 모두 황당한 사고를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한편 현지 경찰당국은 이날 어이 없이 목숨을 잃은 모어 할아버지는 아내와 딸, 사위 등과 모여 살던 집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할머니는 다른 방에 있어서 화를 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