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여름이 시작되기 전 이미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발생빈도와 강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 지구촌 곳곳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내에서도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 등 폭염특보가 예년에 견줘 크게 늘었다고 한다. 올 7월20일까지 폭염특보가 33회 발령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회나 증가한 것이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폭염은 여름철이면 으레 겪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폭염 발생빈도와 강도가 증가한다는 게 문제다. 이는 지구촌의 기후변화와 관련이 깊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07년 발표한 4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는 지난 100년간(1906~2005년) 0.6~0.74℃상승했으며, 앞으로 100년간 1.8~6.4℃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후변화는 전 세계 평균을 상회해 더욱 심각한 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 6대도시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약 1.5℃ 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치 0.74℃의 2배가 넘는 것이다. 앞서 기상청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21세기 말까지 평균 3.3℃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평균 기온 상승은 폭염 발생빈도와 강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평균 기온이 약간 상승하거나 기온의 변이가 조금만 증가해도 극단값을 보이는 날은 크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폭염 빨라지고 잦아져
7월20일 소방방재청 발표에 따르면, 올 6월부터 7월20일까지 국내에선 폭염특보가 33회 발령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9회에 불과했다. 지난해에 견줘 폭염특보가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더욱이 첫 폭염특보 발령일도 빨라졌다. 기상청은 올해 첫 폭염특보를 6월16일 발령했다. 그런데 지난해는 첫 폭염특보가 6월24일, 2008년엔 7월5일, 2007년은 7월25일이었다.

이에 따라 폭염 피해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최근 경북 포항에선 텃밭에서 일하던 75세 할아버지가 불볕더위에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충북 청원의 한 공장에서도 납품시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근육 마비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사건들 외에 다행히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폭염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와 일본 등에선 폭염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수십년 만의 폭염으로 7월20일 무더위를 식히려 강과 호수에 뛰어들었던 71명이 익사하는 등 올해에만 익사자 수천명이 발생했다. 벨기에도 4월부터 이상고온현상이 이어지면서 50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웃나라 일본도 폭염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최근 일본에선 열사병이 유행해 5명이 숨지고 2000여명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폭염이 심해져 신칸센이 약 30분간 운행을 중단하는 일까지 있었다.

소방방재청, 폭염대비 종합대책
올 여름 폭염에 대비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방방재청은 7월20일 범정부 차원의 ‘2010 폭염대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예년보다 기온변화가 크고 폭염이 잦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작년보다 1달 앞당겨 6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넉 달간 폭염대비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박종윤 소방방재청 기후변화대응과장은 무더위 휴식시간제 운영, 재난문자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국민행동요령 홍보 등 폭염피해 예방과 상황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노약자·독거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대책을 강화해 전국 소방서 및 119안전센터에 얼음조끼, 얼음팩, 정제소금, 구급차 냉방기기 등 폭염관련 구급장비를 갖춘 폭염특수구급대를 운영하기로 했다. 폭염특수구급대는 폭염특보가 발령됐을 때 농어촌 노인 밀집지역에 전진 배치되고, 순회구급 활동을 벌인다.

박 과장은 또 7월15일 기상청, 보건복지부 등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폭염특보제 운영 효율화, 무더위쉼터 관리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방방재청은 폭염특보제도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폭염특보제도란 열지수(Heat Index)와 최고기온을 사용해 국민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 정도에 따라 주의보와 경보로 나뉘어 기상청이 발표한다.

폭염특보 발표기준은 주의보가 6~9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 일 최고열지수 32℃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경보는 6~9월 일 최고기온이 35℃ 이상, 일 최고열지수 41℃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다. 열지수는 날씨에 따른 인간의 열적 스트레스를 기온과 습도의 함수로 지수화해 표현한 식이다. 일 최고열지수란 하루 중 열지수의 최고값을 뜻한다.

기상청, 도시고온건강지수 제공
기상청은 여름철 국민 건강관리 및 여가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국내 7개 도시에 대한 도시고온건강지수를 7월20일부터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도시고온건강지수는 과거 기상자료와 보건자료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모델화해 기상예보에 따른 일별 고온 위험도에 대한 건강피해 예보를 지수로 제공하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과거 대도시 폭염을 야기한 기상조건과 일평균 이상으로 발생한 초과사망자수 통계와 관련성을 바탕으로 도시고온건강지수를 개발했다. 또 도시고온건강지수를 통해 제공되는 고온건강정보는 폭염이 대도시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기후변화와 폭염에 따른 국민 건강보호를 촉진하기 위해 개발됐다. 현재 국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수원 등 7개 대도시에 대한 정보를 국민보건 및 방재 관련 정부기관을 제공중이다.

도시고온건강지수는 기상청이 2007년부터 운영중인 폭염특보제와 별개로 고온에 따른 도시별 보건 위험도를 기온, 습도, 풍향, 풍속, 운량, 기압 및 과거의 초과사망률 자료를 이용해 보건기상정보로 제공하는 것이다. 기상청은 도시고온건강지수는 고온 기상조건의 초과사망자수 통계에 기반을 둔 보건기상기술이며, 각 도시의 특징적인 고온의 강도와 지속일수를 고려해 2일간의 도시별 4단계 위험도 정보를 제공한다.

한편 기상청은 7월25일까지 기상청 주요 관측지점(72개소)의 평균 열대야일수는 1.97회로 최근 10년간(2000~2009년) 같은 기간 평균인 1.37회보다 44%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서귀포가 9회, 광주·정읍 8회, 포항·전주·고창 7회, 부산·청주 6회 서울은 3회였다. 열대야가 가장 많이 발생한 서귀포에는 7월16~23일까지 8일간, 광주와 고산은 7월17~23일, 포항도 7월19~25일까지 7일간 열대야가 이어졌다.
※열대야는 밤(18:01~익일 09:00) 최저기온이 25℃ 이상 인 날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