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와 관련된 이론 가운데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있다. 산업재해 이론으로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은 보잘 것 없이 보이는 위험 징후가 큰 재난으로 연결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작은 위험 징후를 포착해 잘 대응하면 미래의 커다란 재난을 미리 막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방방재청은 이 하인리히 법칙을 활용해 ‘재난전조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올해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는 올해 소방방재청의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와 관련해 소방방재청 예방안전국은 지난 6월3일 발표한 올 상반기 주요정책 성과 보고서에서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를 통한 위험예측·해소를 첫머리에 올렸다. 이 정책의 추진배경으로 예방안전국은 “재난예방을 위한 안전점검이 시기별, 취약시설별 표본점검 또는 1회성 확인 위주”여서 “점검노력에 비해 그 성과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양한 재난전조정보가 체계적으로 수집·분석되지 않아 선제적 안전조치 없이 사고 후 대응 위주로 관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난전조정보 왜 중요한가?
그러면서 재난관리 주무부처 장들이 재난전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6일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재난에는 ‘전조’가 있으므로 방대한 정보 수집을 통해 위험요소를 해소하는 체계적·과학적 방재가 중요”하다고 지시했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도 지난해 12월4일 “예방전략과가 핵심이 되어 관련부서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면서 재난전조정보 수집 및 관리업무를 차질 없이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생활주변에서 위험요소를 직접 발견하거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재난위험을 사전에 예측·해소할 수 있도록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해 상반기에 ‘재난전조정보 민간모니터요원’(6만42명 위촉) 운영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하반기 재난전조정보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데이터베이스 정보화 시스템 등을 구축해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소방방재청은 이미 “하인리히 법칙을 재난관리 행정에 최초로 도입해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체계’를 구축했다”며 “지방자치단체·언론 등을 통해 수집된 재난전조정보를 5등급(A~E)로 분류해 기획점검 및 긴급 안전조치 등을 실시함으로써 재난위험요인의 선제적 사전 해소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올해 소방방재 R&D 신규과제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가 재난예방을 위한 핵심여서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체계를 갖췄다 해도 지자체와 언론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특히 오늘날 정보기술(IT)이 시시각각 발전하고 있는 환경에서 제보에만 의존해선 ‘수박 겉핥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첨단 IT를 활용한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시스템 개발이 소방방재청의 올해 ‘소방방재연구개발사업’에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 개발에 대해 “위험시설물 및 부실관리 공사현장 등 구체적 취약요소에 대한 실효성 높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재난발생 전 언론보도, 민원 등 전조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해 재난전조정보를 생성하고 현지점검 및 안전조치를 함으로써 예방중심의 선진적 재난관리체계 구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재난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즉시, 단기, 중장기적으로 대처해 재난 및 안전사고를 경감하는 재난정보 공유체계 구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진되는 재난전조정보 수집 및 관리시스템 개발의 최종목표는 “재난전조정보의 과학적·체계적인 수집·관리를 통해 재난위험 요인을 사전에 해소하는 예방중심의 선진적 재난관리체계 구축”이다. 단위목표는 △재난전조정보 관리시스템 확산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재난전조정보 콘텐츠 연계 및 수집, 조회 및 관리 기능 개발 △신속한 의사결정 지원 및 사후관리를 위한 기능 구축 △통계 및 추적관리 기능 개발이다.

메타라이츠 내년 5월 완료 목표
올해 소방방재연구개발사업 신규과제에 포함된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 개발은 메타라이츠(주)가 수주했다. 메타라이츠는 김장규 연구소장을 연구책임자로 올 6월부터 내년 5월까지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사업비는 정부가 4억, 민간이 1억4000만원을 부담키로 했다. 메타라이츠는 최종 성과물로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 시스템 1식,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 시스템 매뉴얼,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 시스템 완료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시스템에 대한 기술동향으로 소방방재청은 온라인상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하기 위해 시맨틱 웹 기술을 사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원하는 재난전조정보를 자동 수집하기 위한 기반 기술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미 구축된 각종 재난정보 데이터베이스 사이의 관계 및 연관성 등 의미 있는 단어(위험, 붕괴 등)와 관계들로 구성된 일종의 사전을 구축해 의미 있는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할 수 있는 검색엔진이 상용화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메타라이츠 쪽은 재난정보학회와 공동으로 소방방재청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재난전조정보 관리 프로세스 정립과 재난전조정보 디렉터리(디렉토리) 분류 체계 수립, 재난전조정보관리시스템 확대 발전방향 제시 등 재난전조정보관리시스템 ISP는 재난정보학회에서 맡고 메타라이츠에선 기술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메타라이츠가 맡은 것은 재난전조정보 연계, 수집, 관리 및 조회 기능, 재난전조정보 수집 및 데이터 구축, 의사결정 지원 및 사후 관리 기능, 통계 및 추적 관리 기능 등 실제 적용될 시스템 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