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많아 나무가 많고, 나무가 많아 물 좋고 공기 좋은 봉화에서 수박향이 나는 은어회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한여름인 7월31일부터 8월8일까지 9일간 봉화읍 체육공원과 내성천 일원에서 열리는 ‘봉화은어축제’는 맑고 시원한 내성천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면서 은어를 잡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 재난포커스 - 박진수 기자  yijh@di-focus.com >

은어축제가 열리는 봉화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어종 열목어가 서식하는 고장으로 태백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시원하고 맑은 물이 하천을 이뤄 각종 민물고기가 풍부하다. 특히 내성천은 매년 여름 수많은 은어로 ‘물 반 고기 반’이란 소리를 듣는다.

봉화군이 1999년부터 매년 7월말이나 8월초부터 개최해온 ‘봉화은어축제’는 올해로 올해로 12회를 맞이한다. 봉화은어축제는 재난과 깊은 관련을 가진 축제이기도 하다. 1999년 7월31일 시작돼 8월15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제1회 축제가 집중호우로 8월2일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밖에 2002년(8월9~13일) 제4회 축제도 집중호우가 쏟아져 중단되고 말았고, 최근엔 2008년(7월26~8월3일) 축제가 집중호우 때문에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제12회 축제는 지난 2월말 경상북도가 지원하는 최우수축제로 선정되면서 6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열리게 됐다.

온가족이 참여하는 ‘은어잡이체험’
‘가족과 함께 떠나는 동심여행 봉화로!’란 주제로 봉화읍 체육공원과 내성천 일원에서 열리는 올해 봉화은어축제는 크게 공식행사와 체험행사, 연계행사, 부대행사로 나뉜다. 이 가운데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누구나 인정하는 것은 체험행사에 포함된 은어잡이다. 은어잡이는 은어반두잡이, 은어맨손잡이, 야간고기잡이 등이 있는데, ‘물 반 고기 반’이라던 내성천이 은어축제기간 동안에 ‘물 반 사람 반’으로 바뀐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내성천을 찾아 은어잡이체험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양쪽 끝에 가늘고 긴 막대로 손잡이를 만든 그물인 ‘반두’로 은어를 잡아 즉석에서 구워 먹는 맛은 ‘한 번 경험해보면 절대 잊지 못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다. 은어반두잡이에 대해 어떤 지난 축제 경험자는 “은어 잡이 행사가 시작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반두를 든 어부가 된다. 아빠가 반두를 물속에 집어넣으면 아들과 딸이 은어를 몰아주고 (이 모습을) 엄마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서 흐뭇하게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은어잡이 외에 은어숯불구이, 수상자전거, 은어마차트레킹, 로봇바이크, 나무피리·요술피리, 페이스페인팅, 봉화솔숲체험, 문화유적탐방버스투어, 수중달리기, 은어퀴즈왕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공식행사론 개막식, 개막축하공연, 락을락하다, 한여름밤의 은어환경콘서트, 문화예술공연, 은어가요제, 은어가족왕 선발대회, 폐막식 등이 예정돼 있다. 연계행사와 부대행사 가운데 청암정 놀이마당, 봉화물놀이장 운영(연계행사) 코레일과 함께하는 은어관광열차(부대행사) 등도 가족과 함께 무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하다.

임금님 수랏상 올랐던 ‘수박향’ 은어
은어는 오염된 곳에선 살지 않으며, 맑고 깨끗한 1급수가 흐르는 하천과 그 하구에서만 서식하는 소류성 민물고기다. 은어는 예로부터 진귀한 민물고기로 여겨져 왔다. 임금님에게 진상돼 수랏상에 오른 것도 그 때문이다.

은어는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비타민 등 영양가가 높을 뿐 맛이 담백하다. 특히 살아 있을 때는 수박향 또는 오이향이 나고 비린내가 없어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초고추장에 찍어 깻잎 등에 싸 먹으면 맛이 일품이라는 것. 은어에게서 수박향 또는 오이향이 나는 까닭은 오염되지 않은 1급수에서 돌이끼(규조류)를 갉아먹고 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어가 풍기는 향기를 ‘이끼냄새’라고도 한다.

은어는 회, 구이, 죽 등으로 요리되는데, 내장과 간에는 사람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함유돼 내장 째로 튀기거나 매운탕을 끓여 먹기도 한다. 1590년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지은 약학서 <본초강목>에는 훈제은어가 편도선염에 특효인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