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집권 후반기 정책 기조가 ‘친서민 중도실용’으로 바뀌면서 재난안전 분야에서도 ‘친서민’ 수식어가 붙은 정책·대책이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들어 행안부·소방방재청 등이 발표한 대책에 ‘친서민’이란 표현이 부쩍 자주 쓰인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눈에 띄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도 최근 재난 피해지역을 잇달아 방문하며 ‘친서민’ 총리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반도 상륙에 앞서 8월10일 오후 중앙재난위기상황실을 찾아 중대본 근무자들에게 재난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강조했다. “특히 서민 등 재난취약계층이 해마다 피해를 많이 당하고 있는 만큼, 재난취약계층이 밀집된 지역에 대한 사전예찰을 강화해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대비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소방방재청도 최근 들어 서민층 또는 재난취약계층 안전대책을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소방방재청은 올 7월20일부터 8월23일까지 폭염대책 관련 브리핑을 세 차례나 가졌다. 모두 ‘폭염 취약계층 안전대책 강화’에 내한 내용을 강조하는 브리핑이었다.

이처럼 행안부와 소방방재청이 재난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대책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재난 피해 및 안전사고가 재난취약계층(서민층)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방방재청의 폭엄 브리핑은 ‘재탕’ ‘삼탕’이란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폭염특보도 자주 내려졌을 뿐 아니라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도 컸기에 당연한 조처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세 차례 브리핑 모두 비슷한 내용이었던 탓이다.

‘친서민’ 안전한 고향 만들기 캠페인
소방방재청은 8월16일 “親서민 국정기조 정책 일환으로, 최근 3년 평균 화재 사망자(434명) 대비 10% 저감(391명)을 목표로 금년도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추진 중”이며 “박연수 청장을 비롯한 전 직원(554명)이 ‘안전한 고향 만들기’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소방방재청 전 직원이 참여하는 고향집 부모·형제, 친지·가족들에게 ‘단독경보형감지기 선물하기’ 운동을 시작으로 안전한 고향 만들기 범국민 캠페인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앞서 소방방재청은 지난 7월29일 올 상반기 ‘화재와의 전쟁’ 성과를 발표하면서 “‘단독경보형감지기 선물하기’ 운동 캠페인을 8월 중순 이후부터 전개하고, 소방방재청 전 직원들이 최우선적으로 참여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단독경보형감지기 선물하기 캠페인은 고향 부모님과 친지·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단독경보형 화재감지기를 지원하는 ‘안전한 고향 만들기 운동’의 하나다.

소방방재청의 캠페인 참여계획은 직원들이 화재감지기 구입을 위한 구좌를 신청하면, 직원들이 신청한 감지기를 한꺼번에 구입해 신청서와 함께 관할 소방서에 전달하고, 이를 전달받은 관할 소방서에서 의용소방대와 함께 설치대상 가구를 찾아 감지기를 설치해준다는 게 뼈대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화재감지기 설치 때 화재감지기의 중요함과 효과, 사용 및 점검요령 등을 설명해줄 예정이다. 또 의용소방대 및 활동력 있는 주민들을 ‘안전지킴이’로 지정해 주기적으로 작동상태를 확인·점검하고 고장·건전지 방전 등 문제가 생기면 관할 소방서에서 조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 우수기업들과 화재취약마을을 연결(자매결연)해주는 참사랑 나눔 ‘1사1촌 운동’도 전개해 ‘화재 없는 안전마을’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게 소방방재청의 설명이다. 화재 없는 안전마을에는 현판부착과 명예소방관(마을이장 등) 위촉, 주택안전점검 실시 등 사후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한다.

영세사업자 위해 규제개혁 실시
그밖에도 소방방재청은 올해 들어 ‘규제혁파를 위한 맞장토론회’ 등을 통해 ‘친서민’ 정책 기조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세한 중소사업자들의 건의를 검토한 뒤 타당하면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소방방재청은 지난 5월24일 ‘규제혁파를 위한 맞장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토론회에서 결정하였던 2개 안건 중 “1건은 완료되고, 1건은 법령 개정을 추진중”이라고 소방방재청은 8월6일 밝혔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5월24일 ‘맞장토론회’는 모의재판 형식을 도입해 민원인, 소방서, 소방방재청 관계자와 함께 배심원단이 참여한 토론회로서 ‘고시원 복도폭(내부통로) 완화’와 ‘PC방 등 다중이용업소 방화문 개선’을 결정한 바 있다. 2가지 가운데 고시원 복도폭 완화는 양쪽에 방이 있을 경우 일률적으로 150㎝를 적용했으나, 양쪽에 방이 있지만 문이 한쪽 방향에만 있을 경우는 120㎝로 완화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6월16일 이에 대한 개선 지침을 마련해 시도 소방본부에 시달했다.

개선이 추진중인 PC방 등 다중이용업소 방화문은 다중이용업소의 안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방화문을 실내가 잘 보이는 유리문으로 설치토록 했으나 ‘ 중이용업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방화문을 불연재료로 설치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 개선안은 7월23~월13일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9월게 공포·시행할 계획이라고 소방방재청은 밝혔다.

재난지역 돌며 ‘친서민’ 이미지 강화
검소한 ‘서민총리’로 유명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최근 산사태, 홍수 등의 재난으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들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친서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8월22일 티베트족 자치주 저우취현 산사태 피해지역을 시찰한 원 총리는 베이징으로 가려던 일정을 바꿔 홍수 피해가 발생한 쓰촨성 멘양시로 날아갔다.

원 총리는 멘양시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지휘하면서 이재민들을 돌봤다. 2008 쓰촨 대지진 당시 9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던 멘양시는 폭우에 따른 홍수로 최근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지역이다. 이에 앞서 원 총리는 저우취현 산사태 현장을 2번이나 방문해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로한 바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미 재난 현장을 자주 찾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발생 이후 8번 이상 지진지역을 방문했다고 한다. 올해도 1월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발생한 폭설 한파, 4월 칭하이성 강진 등이 발생한 뒤 재난 현장을 찾아 구조 활동을 지휘하고 이재민들을 챙기는 행보를 보였다.

이처럼 부지런히 재난 현장을 누비며 ‘친서민’ 행보를 보인 탓인지 몰라도 원 총리는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원자바오 할아버지’ ‘인민의 총리’ 등으로 불리며 중국인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뽑은 존경받는 지도자 10명에 들었다. 하지만 중국의 유명한 사회정치 평론가 위제(余杰)는 8월16일 홍콩에서 펴낸 <중국 최고의 연기자, 원자바오 中國影帝,溫家寶>란 책에서 원 총리를 인민의 감성을 조작해 최고 권력자가 된 인물로 그려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