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확대되는 사막화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17일(현지시간) 밤 브라질의 사막건조지대인 포르탈레자에서 열린 ‘사막화방지를 위한 UN의 10년(UNDDD·The UN Decade for Deserts and the Fight against Desertification)’ 출범식이 그 시작이다. 이날 UNDDD 출범식에 대해 국내외에선 UN이 주도하는 사막화방지 실천 움직임이 첫 발을 뗐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한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사무국이 주관한 17일 출범식은 지난 2월 UN총회가 2010~2020년을 ‘사막화방지를 위한 UN의 10년’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그 결의안 실천을 시작했음을 널리 알리기 위한 국제행사였다. 우리나라 사막화방지 주무부처인 산림청은 “UNDDD 출범식은 건조지의 토지황폐화를 방지하고 사막화의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움직임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행사를 주관한 UNCCD 럭 낙가자(Luc Gnacadja) 사무총장을 비롯해 유엔환경계획(UNEP), 유엔개발계획(UNDP) 등 많은 국제기구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토지황폐화의 심각성과 UNDDD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을 표시하고, 지구촌 모두가 국제적 사막화 방지와 관련 교육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브라질, 스위스, 세네갈 등의 산림담당 장관이 참석해 UNDDD에 지지를 나타냈다.

‘사막화방지를 위한 UN의 10년’
산림청 등에 따르면, 현재 세계 60억 인구 가운데 21억에 이르는 이들이 육지 표면의 41.3%를 차지하는 건조지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사막화는 이러한 건조지역에서 토질이 저하되거나 토지가 황폐화됨을 뜻한다. 이미 사막화는 세계 100여개 나라 10억명이 넘는 이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또 사막화로 전 세계적 경작 가능한 지역의 44%가 파괴된 상태다.

이는 곧 지구촌 전체가 사막화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지난 2월 열린 UN총회에서 2010~2020년을 UNDDD로 결의한 까닭이기도 하다. UNCCD는 앞으로 UNDDD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11월까지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지역별 출범식을 가질 계획이다. 17일 포르탈레자에서 열린 출범식이 첫 번째다.

UNDDD 출범식에 대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는 “UN이 환경, 식량 관련기구 등이 모두 참여하는 UNDDD를 시작하는 것은, 지구 규모의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문제가 식량문제 등 인류생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잘 대변한다”고 말했다. 곽상수 박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중국 과학기술부가 함께 설립한 한중사막화방지생명공학공동연구센터에서 국내 센터장을 맡고 있다.

한편, UNCCD는 지난 7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권병현 녹색대사(미래숲 대표)를 비롯해 UNEP 사무총장, 유엔식량계획(FAO) 사무총장 등 UN기구 대표와 각국 각료, NGO 관계자 등 세계 토지 및 환경 관련 저명인사 15명이 UNDDD 지지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국내서도 UNDDD 출범식 개최
UNCCD는 11월까지 대륙별로 UNDDD 출범식을 연다는 계획에 따라 10월에 한국에서 아시아 지역 UNDDD 출범식을 개최하자고 산림청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은호 산림청 국제협력과장은 이에 대해 “그동안 동아시아 사막화 방지를 위한 우리나라의 활동과 내년에 개최할 UNCCD 제10차 총회 준비 노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는 가장 심각한 사막화 피해를 받고 있는 대륙으로 꼽힌다. 사막화는 황사와 같은 재난을 부른다. 이에 우리나라는 산림청을 중심으로 중국·몽골 등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2000년 이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사막화방지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내년 열릴 UNCCD 제10차 총회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산림청은 UNCCD 제안을 받아들여 UNDDD 지역출범행사를 2007년부터 매년 주최해온 ‘사막화방지를 위한 국제심포지엄’과 함께 개최할 예정이다. ‘사막화방지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은 동아시아 지역 사막화방지 관련 기술 및 연구교류에 많은 기여를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산림청은 내년 10월10~21일 2주간 경남 창원에서 열릴 UNCCD 제10차 총회를 위한 별도기구 설치를 준비중이다. 2년마다 열리는 UNCCD 총회는 협약 가입국들이 모두 참석하는 최고권위를 가진 회의다. 산림청은 이 행사가 국내 녹색성장 정책과 사막화방지 노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반기문 총장 등 지도자 15명 위촉
UNCCD는 17일 UNDDD 출범식에 앞서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비롯해 UNDDD 추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도자 15명을 위촉한 바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17일 포르탈레자 출범식에서 성명을 통해 “사막화는 전지구의 문제이므로 이번 UNDDD를 시작으로 인류의 안정을 위해 토지를 보살피는 노력에 힘을 모으자”며 사막화방지를 위해 지구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반기문 사무총장 외에 아킴 스타이너(Achim Steiner) UNEP 사무총장, 자크 디우프(Jacques Diouf) FAO 사무총장을 포함한 UNCCD, UNDP,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CBD), 세계기상기구(WMO) 등 UN 산하기구 대표가 대거 UNDDD 지도자에 포함됐다. 독일(유럽), 아르헨티나(중남미), 알제리(아프리카), 부탄(아시아) 등 4개 대륙의 환경 및 농업장관도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UNDDD 지도자 15명중에는 세계 수많은 NGO 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권병현 미래숲 대표(전 주중대사)가 포함돼 큰 관심을 모았다. 권병현 대표가 2020년까지 UN의 환경·기후변화정책과 관련된 UNDDD에 유일한 민간전문가로 참여하게 된 것은 지난 10년 가까이 중국의 쿠부치 사막 일대에서 나무심기활동을 꾸준히 펴온 데 대한 평가로 보인다. 권 대표는 17일 출범식에서 “UNDDD 지원활동에 동참해 100여개국 12억 인류를 위협하는 사막화로부터 인류를 구하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