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녀스타 가운데 한 명이자 서울대 출신이어서 ‘엄친딸’로 불리는 김태희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영화가 <그랑프리>다. 이 영화는 올 3월25일 전역한 대한민국 대표하는 연기파배우 양동근이 전역 후 처음 출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두 배우의 공통점은 인기와 인지도에 비해 출연했던 영화의 흥행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 재난포커스 - 박진수 기자 >

그랑프리(grand prix)는 큰상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영화제에서 주는 상에도 쓰이고 자동차경주 이름에도 쓰인다. 매년 5월 프랑스 남부 깐느에서 열리는 칸영화제 대상의 정식 이름은 황금종려상이지만 주로 그랑프리라고 부른다. 또 올림픽, 월드컵 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꼽히는 국제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원(FI)도 최고란 의미에서 그랑프리로 불린다. 그랑프리란 프랑스어가 많이 쓰이는 또다른 분야는 경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상경주’나 세계 주요대회는 그랑프리란 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그랑프리>는 사고로 말을 잃은 뒤 우승에 대한 욕심에 말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과 다시는 말을 탈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기수 ‘서주희’(김태희)가 새로운 말 ‘탐라’를 만나 다시 그랑프리에 도전하는 내용을 그렸다. 양동근은 ‘주희’에게서 자신과 같은 아픔을 발견하고, 그녀의 재기를 응원하며 묵묵히 지원해주는 기수 ‘이우석’을 연기한다. 애초 이준기가 ‘이우석’으로 캐스팅됐지만 군 입대로 빠졌고, 대신 군에서 제대한 양동근이 5월부터 합류했다는 후문이다.

대표미녀 김태희와 대표연기파 양동근의 만남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겨냥해 개봉할 예정인 많은 영화 가운데 <그랑프리>가 눈에 띄는 점은 단연 대한민국 대표미녀 김태희 주연이다. 각각 정우성, 설경구와 함께 주연을 맡았던 <중천>(2006년)이나 <싸움>(2007년)에 견줘 <그랑프리>는 김태희의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양동근이 출연하는 영화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바탕으로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 양동근이 군 전역 후 처음 고른 작품이 <그랑프리>다. 아역배우로 출발한 양동근은 그동안 <수취인불명>(2001년) <해적, 디스코 왕 되다>(2002년) <와일드카드>(2003년) <마지막 늑대>(2004년) <바람의 파이터>(2004년) <모노폴리>(2006년)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상 <그랑프리> 두 주연 배우의 공통점은 바로 흥행 성적이 ‘별 볼 일 없다’는 것이다. 특히 양동근의 출연작 가운데 몇 작품은 많은 영화평론가의 호평과 관객들로부터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흥행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김태희도 제각각 티켓파워를 가진 정우성, 설경구란 스타배우와 호흡을 맞춰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우생순> <국가대표>, 그리고 <그랑프리>?
<그랑프리>를 제작한 영화사 ㈜네버엔딩스토리 쪽은 이 영화에 대해 “오늘을 힘겨워하는 당신에게 다시 달릴 수 있는 희망을 안겨줄 감동드라마”이며 국내 “웰 메이드 스포츠 영화 계보 잇는 <그랑프리>”라고 홍보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과 <국가대표>처럼 비인기 스포츠를 소재로 했지만 흥행에 성공한 “웰 메이드 스포츠 영화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 퇴물 취급을 받던 노장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선수들이 의기투합해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이겨내고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우생순>은 전국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07년 설 연휴 극장가를 장악했다. 지난해 여름 개봉했던 영화 <국가대표>도 <우생순>과 비슷한 스토리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국가대표>는 미국 선수 출신 입양아를 중심으로 스키점프에는 문외한이지만 어렸을 때 스키선수였던 이들로 이뤄진 국가대표 스키점프팀이 동계 올림픽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국가대표>는 전국관객 800만을 훌쩍 뛰어넘어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 8위를 기록했다.

두 영화는 여자핸드볼과 스키점프라는 비인기 종목을 소재로 했으나, 주인공들이 시련을 이겨내고 목표를 이루어 가는 과정을 그려내 흥행에 성공하며 웰 메이드 스포츠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랑프리>도 <우생순>과 <국가대표>처럼 좌절을 겪었던 주인공들이 시련을 이겨내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통해 건강한 웃음과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국내 “웰 메이드 스포츠 영화의 계보를 이을 것”이라는 게 제작사의 설명이다. 과연 <그랑프리>가 관객들로부터 <우생순>과 <국가대표>에 버금가는 영화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