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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방지 미담집 <땀과 눈물로 숲을 지키는 사람들>
2010년 10월 14일 (목) 17:33:40 편집국 marketing@di-focus.com

지난 8월 산림청에서는 울창한 숲을 지키기 위해 신불과 싸웠던 산림가족들의 애완을 담은 미담집 <땀과 눈물로 숲을 지키는 사람들>을 펴냈다. 이 책에는 올 봄철 산불방지 미담사례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산불감시원 진광범씨의 체험수기 ‘내 인생의 녹색신호등’ 등 35편이 실려 있다. 특히 이 책은 산림청이 산불방지에 노력을 기울인 산불진화요원, 산불감시원 및 그 가족, 담당공무원, 일반국민 등 산불 방지에 노력을 기울였던 산림가족의 애환을 담을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들의 노력으로 인해 아름답고 울창한 산림이 보전되었다는 점을 기억하며, 그들의 노력을 담긴 미담집을 소개하고 한다.

‘내 인생의 녹색신호등’
- 최우수상 산불감시원(단양국유림관리소) 진광범

   
   
누구의 인생에도 크고 작은 굴곡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은 마치 교차로의 신호등과 같다. 몸도 건강하고, 긍적적인 마인드와 더불어 하는 일 마다 잘되는 녹색신호등이 켜진 시설도 있고, 모든 것이 악화 되며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주황신호등이 켜질 때도 있다. 그리고 종국에는 모든 것이 막혀 버린 듯 정지되는 붉은 신호등도 인생에는 가끔 들어온다.

내 인생의 주황색 신호등은 내가 퇴직하던 무렵일 것이다. 오랜 군 생활, 특히 벙커에서 정보를 다루던 나는 심한 스트레스와 지하벙커생활로 인해 기관지 악화 상태가 심각했고, 면역력 감소로 일년 내내 감기약을 달고 살았다. 스트레스로 매일 매일 두통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되었고, 앉아서 만 근무하는 환경 탓이었던지 하복부비만과 각종 내장 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이대로 가다간 모든 것이 멈출 것 같았다.

더 이상 군 생활을 지속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퇴직을 하고 미리 점찍어 놓은 충북 단양으로 내려와 버린 것은 5년 전 일이다. 소백산의 좋은 공기와 맑은 물을 마시며 차츰 건강을 회복하던 내게 단양은 천국과 같은 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1년 정도 지난 후 부터는 점차 할 일이 없다는 무료함과 일에 대한 보람이 없는 삶을 술에 의지하게 되었고 그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다시 늘어난 체중은 고도 비만의 지경에 이르렀으며 악화되는 간 수치와 점점 어려워지는 가정형편으로 인생이 끝없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인생의 정지등이 들어온 내게는 새로운 희망이 필요했다.

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까지 극복 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새 삶을, 새 희망을 찾던 내게 산림청 홍보물 속의 ‘녹색 알자리 사업’은 한동안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평소 공공 근로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던 내게 천한일이라며 만류하는 지인도 있었고, 위험하다며 다른 일을 알아보라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눈에 녹색 일자리 사업은 희망을 보였다.

새로운 출발을 해도 좋다는 녹색 신호등처럼 지금 나는 단양국관리사무소 산림보호감시원 4년차다. 산불진화대를 거쳐 산림감시원이 되었고 현재는 부족하지만 조장까지 맡고 있다. 도솔봉과 죽령, 황정산, 도락산 등의 절경에서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근무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행운 같다. 돌이켜보면 지난 4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번은 근무중에 근처 산등성이 니무가 벼락을 맞아 불이 난적이 있었다.

벼락이 떨어진 곳으로 달려가 보니 벼락 맞은 나무는 산산이 쪼개져 있었으며 주변으로 불이 조금씩 나고 있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릿한 날씨는 이내 빗방울을 떨어 뜨려주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화재를 막았지만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과연 벼락에 맞아 불이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눈으로 목격 목격한 순간이었다. 그 이후론 순찰중에 더 신중을 기해 주변을 관찰하게 되었다.

작년 이맘때였을 것이다. 대강면 황정초등학교 근처에 신불이 나서 1박 2일이 걸렸던 적이 있었다. 오후부터 시작돼 산불은 저녁이 되어도 잡히질 않았다. 밤사이 정신없이 진화를 하고 말이 밝아 현장을 보니, 그곳은 낙석과 추락사고가 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곳이었다. 간밤에 진화를 생각하니 아찔하기도 하고,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도 했다. 산불 현장 도착은 반드시 능선을 따라 우회해야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경험 이었다.

그 당시 산불 진화 때문에 왕복 1시간 거리에 있는 식수를 가져 올 수 없었던 진화대원들은 주변의 엄청난 열기로 흐르는 땀과 심한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우리들에게 관리소 직원들이 가져다 준 생수는 정말 꿀맛이었다. 다 생각해봐도 그렇게 고마운 일이 아닐수 없다. 요즘같이 산불조시 기간에는 주말도 휴일도 없이 고생하고 있는 관리소 직원들에게 더더욱 고마움을 느낀다. 마치 전쟁을 하는 군인들처럼 산불을 예방하고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하는 그들을 보며 산은 그곳에 당연히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이렇게 지켜 주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게 보존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또한 내손으로 그 것을 하고 있다는 보람과 긍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녹색사업을 4년째 하다 보니 나 나름의 노하우도 많이 생겼다. 산업재해가 많은 산림청 녹색사업에서 매일 아침 조회를 통해 대원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안전교육지침을 강조하여 무재해를 만들려 노력한다. 귀가 따갑도록 듣다보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말이다. 특히 요즘 같은 때면 벌집을 잘못 건드려 사고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선 벌집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일단 벌집을 건드리면 급소를 우선 보호하라고 강조한다. 나 또한 벌집을 잘못 건드려 한번 호되게 고생한 후에 깨달은 것은 목과 머리 등 급소를 우서 보호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줄 일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벌은 높은 곳에서 공격하는 습성이 있으니 차라리 엎드려서 주사 맞는 기분으로 엉덩이를 내주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한다. 급소를 공격 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각종 식물도감을 사다 놓고 나무이름, 꽃 이름을 익힌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즐겁지만, 그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간혹 묻는 등산객에게 이름을 알려줄 때면 전문가가 된 기분이다. 봄에는 어디에 복수초, 노루귀가 많아서 볼만한지, 여름에는 동자꽃, 여로, 앵초 가을에는 구절초 등이 어디에 많은지, 각 계절마다 가기기 다른 볼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물론 무단 채집은 과태료부과 대상이니 자제를 부탁한다. 단양군의 산들은 산세가 험하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데 이러한 환경은 산불발생시 진화에 어려움이 따르니, 산불예방에 특히 주의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한 내가 알고 있는 휴대전화 불통지역을 미리 알려주어 응급상황 발생시 침착하게 대처 할 수 있게 해준다. “정말 좋은 일을 하시네요, 수고하세요” 웃으면서 인사하는 사람들과 마주 칠 때면 피로는 온데 간데없다.

이렇게 산림감시원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지만 때론 부끄러울 때도 있다. 어느 작업환경에서나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만 근무지에서 수면을 하는 동료를 볼 때는 같은 동료인 내가 보아도 좋지 않은데. 관광객이나 주민이 보면 얼마나 더 심할까 하는 마음에 얼굴이 뜨거워 질 때가 있다. 대자연의 정기 앞에서 잠이 웬말인가.

4년 전 인생의 붉은 신호등 앞에서 한때 절망했던 나는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도보로 순찰을 하는 덕으로 체중이 15킬로가 넘게 빠졌으며 혈압과 당뇨, 간수치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좋은 경치에서 근무를 하니 매일매일 진달래꽃을 노래하는 김소월과 같은 시인의 마음으로 살게 된다. 계절별로 변하는 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과 그것을 지킨다는 보람은 출근길을 즐겁게 해준다. 이와 더불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골현실에서 매달 들어오는 수입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녹색 일자리 사업은 내 인생의 녹색신호등이 되었다.

건강한 몸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경제적 안정까지 안겨준 녹색신호등. 우리내 인생이 늘 그렇하듯이 붉은 정지등 다음에는 항상 녹색 신호등이 켜진다. 지금의 이 녹색 신호등이 푸르고 힘찬 소백산처럼 늘 이어지길 기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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