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폭발 연구는 지하에 있는 마그마가 어떤 속도로 얼마 만큼의 양이 이동하는지 분석해 폭발 규모나 발생가능성을 예상하게 된다. 일단 폭발 시기나 규모가 예상되면 그에 따른 대책마련도 훨씬 수월해진다. 하지만 백두산이 중국과 북한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는 만큼 국내 연구진이 접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화산학은 초보적인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관측장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쪽의 관측장비를 설치하기 위해선 북한과의 공동연구팀 구성이 필요하다. 중국도 상황은 좋지 않다. 중국은 백두산에 한국이 관여하는 걸 오래전부터 꺼려왔기 때문에 중국 쪽으로 접근해 조사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부산대 윤성효 교수는 “남북한 공동연구와 중국, 일본, 러시아와 같은 주변국들이 동북아협력팀을 구성해 마그마를 모니터링 해야 폭발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중국 등 주변국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봤다.

 '화산위기' 규정, 곧 닥칠 수도
지난 1996년 중국에서도 백두산의 활화산으로서의 분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처음 제기됐다. 저명한 지질학자인 워커(Walker) 박사와 길(Gill) 교수 등이 백두산을 답사한 후 매우 위험한 화산이라는 의견을 제출했었다. 워커(Walker) 박사와 길(Gill) 교수의 의견에 따르면 “지난 2002년 6월 말까지 비교적 조용하던 백두산 지하에서 굉음이 들려 왔다”며 “지진계에 규모 3.7 이하의 미진이 군집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후 3년 동안 한 달에 최대 260회 이하의 지진이 발생했다” 고 전했다.

그들은 “2003년 8월 규모 2.3의 지진으로 암반이 균열되고, 산사태가 발생했다. 2003년 천지 온천을 따라 새어나오는 화산가스에서 수소(H2)와 헬륨(He)의 농도가 2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급증했으며 GPS 관측 자료에서도 2002년에 비해 2005년 천지 칼데라호수 주변의 지형이 약 10cm 이상 팽창했다” 고 강조했다. 또 “화산성 지진의 진앙과 진원을 분석한 결과, 진앙은 대부분 천지 칼데라호수와 그 주변에 두 방향으로 집중돼 있었고, 진원은 해수면 아래 2~5km에 몰려 있었다. 일부는 천지 호수면(해발고도 2189m)의 지하 1km에까지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언급했다.

한편 윤교수는 이런 현상은 백두산 지하 마그마방의 에너지가 축적돼 스스로 발산한 것이 아니라면, 우연 의 일치로 2002년 6월 중국 동북부 왕청현의 지하 566km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한 후에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방을 교란해 활성화됐을 가능성이 제기했다. 그는 “2006년에 들어와 화산성 지진의 횟수는 감소했으나, 2002년 이전보다 큰 규모로 지속됐다” 며 “지난해 5월 규모 4.7의 지진이 백두산 인접지역에서 발생했고, 올해 2월에는 규모 6.9의 심발지진이 지하 574km에서 발생했다.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고 말했다.

중국, 천지화산관측소 지진 자료 제공하지 않아
한편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방이 활성화됐는지의 여부는 현재 중국 당국이 천지화산관측소의 지진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백두산이 폭발적으로 분화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지구물리탐사 결과에 따르면 지하 10km 지점에 큰 유문암질 마그마방이 있고, 그 아래로도 대략 지하 20km, 27km, 32km의 위치에 3개의 마그마방이 차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백두산 화산이 역사시대에 분화한 결과를 야외답사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분화된 마그마는 규장질 마그마 즉 알칼리유문암질 마그마와 조면암질 마그마로 점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마그마는 지하 10km에 위치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만약 이 마그마가 활성화돼 수직상승한다면 현재 진앙이 밀집한 천지 칼데라호수 내에서 뿜어져 나올 가능성이 유력해진다. 백두산에서 큰 규모의 폭발적인 분화가 1000년에 한 번 꼴로 발생했으며, 100년에 한 번 정도는 크든 작든 분화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의 마지막 분화가 1903년에 있었기에 화산학자들은 이제 분화 시기가 다가왔다고 예측한다. 중국인 학자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100년 주기설에 따라 백두산 화산이 분화할 가능성이 80%라면, 우리가 살아 있는 시기에 백두산이 불과 화산재를 뿜어내는 광경을 볼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화산 폭발 시기는 산술적으로 정확하게 예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백두산 화산체 지하의 수직 마그마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면 폭발적인 분화의 시기와 장소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북한 핵실험이 지하 마그마층 자극
반면 북한의 핵실험이 지하 마그마층을 자극해 ‘백두산 화산폭발’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기상청 국감자료, 중국 국가지진국, 러시아 기상관측 위성 등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지질학계의 자문을 받아 백두산 지하 마그마 층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다.

이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한 함북 길주군 풍계리 일대는 백두산에서 110여 km 거리지만, 백두산 지하와 연결된 1층 마그마(지하 10km 지점)와 2층 마그마(지하 20km 지점)는 핵실험 장소 바로 아래를 통과하고 있다. 백두산과 연결된 마그마 층과 핵실험 장소 간 거리는 8km밖에 안 되기 때문에 핵실험이 마그마 층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기상관측 위성 테라(Terra) 측정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 후 2006년 10월 18일 백두산 정상에서 고온의 가스와 열이 분출됐다. 백두산 정상의 가스 분출은 마그마 활동이 분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부산대 윤성효 교수는 북한의 2차 핵실험(2009년 5월 25일) 이후 올해 2월 두만강 유역에 리히터 규모 6.2의 지진이 발생했고 백두산 지하 1층 마그마가 천지 아래 2km 부근까지 접근한 것으로 추정했다. 홍태경 교수(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으로 규모 6.5 이상의 인공지진이 발생하면 백두산 분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한반도 전체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中 “폭발설 근거 없다. 이상 징후 감지 안돼”
한편 국내 학계의 잇따른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 제기에 백두산 부근 주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으나 중국 지질학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폭발 임박설을 일축했다 중국 장춘만보(長春晩報) 11월 16일 보도에 의하면 “최근 한국 지질학자들이 잇달아 백두산 화산 폭발 임박설을 제기하면서 바이산(白山)이나 퉁화(通化) 등 백두산 부근의 주민들이 오랜 삶의 터전을 포기해야 하는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바이산에 거주하는 여성 장(姜)모씨의 말을 인용 “화산이 폭발한다면 바이산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다”며 “올해 옷 가게를 수리했는데 아무래도 바이산을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퉁화에 사는 류(劉)모씨도 “화산이 터질지 모른다는 얘기가 자꾸 나와 불안하다”며 “올 연말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으로 이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화산 폭발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백두산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한국의 지질 전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백두산 자연보호구 관리사무소의 리웨이가오(李偉告) 주임은 “지난해부터 화산이 폭발할 것이라는 얘기가 부쩍 많이 들리고 백두산을 조사하기 위한 학자들의 방문도 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중국 지질 전문가와 현지 주민들을 인용, 백두산 화산 폭발 임박설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산의 한 주민은 “백두산에서 나오는 온천의 수온이 62-65℃를 유지했는데 올해 전문가들의 측정 결과 60℃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화산 폭발이 임박했다면 오히려 온천의 수온이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백두산 천지 화산감측소도 “올해 백두산 부근에서 66차례 지진이 발생했지만 2002-2005년 연평균 100여 차례 발생했던 것에 비하면 감소한 것”이라며 “2006년 이후 백두산 화산대가 평정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 감측소 류궈밍(劉明國)소장은 “올여름 한국 학자들이 방문, 데이터를 요구했지만 관련 규정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며 “백두산 폭발 임박설을 주장하는 한국 학자들은 지진과 관련된 정확한 데이터가 없으며, 그들이 주장하는 폭발 임박설 역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과학적이고 다각적인 검측 기법을 동원, 백두산을 감시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백두산 폭발 징후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 기자 (jjlee@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