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업과는 달리 군 조직은 예기치 못한 일을 예상토록 운영되고 항상 비상시를 대비(Ready, Always Ready) 하도록 조직화되어 있다. 최근 연평도 포격 사태, 그리고 군 관련 여러 사건, 사고로 인해 우리 군은 대내외적으로 위기대응 능력에 쇄신을 요구받고 있다. 경제, 사회 안정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보다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에서 유연성과 탄력성을 가지고 최강의 전투력을 보유해야 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노트에서는 이러한 역량을 ‘고신뢰 조직(high reliability organization)’이라는 용어로 표현, 2010년12월)

전시상황 또는 훈련 중이더라도 항공모함(Aircraft Carrier)의 갑판 만큼이나 예상하기 어렵고 실수를 허용치 않는 환경은 보기 드물다. ‘바다위의 도시’라고 불리우는 미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경우 6천명 이상의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2개의 원자로에 의해 추진되며, 80대의 전투기들이 탑재되어 있다고 한다. 분당 4대 꼴로 전투기가 이륙할 수 있는 항공모함의 갑판에는 캐터필터(사출장치)를 통해 전투기가 발사되고, 짧고 좁은 활주로에 주간이든 야간이든, 악천후를 불문하고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긴밀히 운영되고 있다.

동시에, 항공모함은 전투를 하는 동안에 항모의 위치를 감추기 위해 레이더와 무선통신(radio signal)을 중단한 가운데서도 전투그룹에 속한 약 10대의 지원 함정들의 행동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일상적인 오퍼레이션(operations) 중에 항공모함은 수직적인 지휘체계에 따라 규율은 엄격히 집행되고 절차는 ‘교과서대로’ 지켜진다. 그러나, 전투기 이착륙과 같은 작업과 같이 매우 분주한 때에는 전체 조직이 별개의 오퍼레이션 방식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상부로부터 명령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간에 집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동료와 같은 협력체계가 지휘 및 통제 체계를 대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투기를 갑판에 착륙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팀이 참여하는데, 브리지의 지휘팀, 관제팀, 착륙와이어팀, 갑판비상팀, 수색/구조팀, 그리고 ‘오퍼레이터’로 불리우는 조종사와 조종사에게 최종착륙 어프로치를 지시하는 착륙신호 담당자들이 포함된다.

이들 팀들은 전투기가 항공모함에 접근하는 동안 항상 상호간에 연락을 지속함으로써 어프로치가 열려 있고, 와이어는 맞추어져 있으며 갑판도 열려 있고 비상팀이 대기할 수 있도록 한다. 동시에 착륙신호 담당자는 조종사와 어프로치에 관해 교신하고 비행 관제탑은 조종사와의 교신을 통해 갑판의 환경과 공중 상황을 알린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같은 대화는 필요 없는 잡담으로 들릴 수도 있으나 이를 듣는 장교들이나 사병들은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를 알고 있으며, 문제가 생기는 첫 번째 징조는 예상과는 다른 어구의 사용, 말투 내지는 반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통해 함장과 비행편대 지휘관, 그리고 갑판의 팀원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계자들이 진행되고 있는 위험상황을 즉각 알아차리도록 한다.

장교와 갑판 승무원(사병)들은 지휘체계를 거치고 상황을 설명하며 지시를 들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 필요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비행 작업중의 갑판의 환경은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를 보여준다. ‘리스닝 네트워크(listening network)’는 모든 관계자들로 하여금 전반적인 상황(비행중인 전투기, 미션, 그리고 갑판의 상황 등)에 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이 네트워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는 관련된 모든 승무원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주지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모든 환경 상태에 관해서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승무원들은 항공모함과 미션, 전투그룹의 상황 등 각종 환경의 동태적 변화에 대하여 지속적인 브리핑과 디브리핑(debrief)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으며, 매일매일의 회의와 항모 전체에 걸친 안내방송을 통해 연락을 받는다. 갑판에서 비행작업 중에 내리는 핵심적인 결정에 있어서도 조직 내에서의 높은 직위나 계급보다는 ‘전문성’의 존중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갑판의 팀원들은 노련한 하급장교나 베테랑 하사관들을 따르며, 이 같은 환경은 개인적 네트워크와 팀워크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높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해준다. 군 조직을 단지 “예 또는 아니오”라는 경직된 절대 명령하달과 이행 환경으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놀라운 일이겠지만, 실제로 항공모함의 갑판에서는 계급이 가장 낮은 사병이라도 필요한 상황에서는 상급자와 의논할 필요 없이 비행작업을 즉각 중단시킬 권한과 의무를 갖고 있다.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비행작업은 항공모함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항공모함 갑판에서 비상 시 비행작업을 중단시키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황을 기업에 비유하면, 수백억 원 어치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6,000명 인원 규모의 공장의 조업을 갑자기 중지시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 매우 큰 판단이다. 하지만, 비행 갑판에서의 상황은 너무나 빨리 바뀌기 때문에 정상적인 지휘체계를 사용할 수가 없으므로 팀에 속한 각 승무원들은 충격을 피할 수 있는 조치를 재량 것 취할 수 있도록 권장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작업을 중단시키는 사람이 상황을 잘못 파악하고 판단을 내렸다는 것에 대하여 어떤 제재조치나 벌을 받지 않는 반면, 작업을 중단 시킴으로써 대형사고를 예방했다면 공개적으로 커다란 칭찬과 포상을 받는 문화가 항공모함 오퍼레이션 조직문화 내에 깊게 내재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조직은 다른 조직보다 충격에 더 잘 대응하는데 이는 그들의 업무구조나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DNA’에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위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가 있는 것이다. ‘미 해병대(U.S. Marine Corp.)’가 창출하는 막대한 프라이드는 전사(warrior) 문화를 낳고,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투병력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해병대원은 자신이 선택과 훈련을 통해 우월해졌다고 믿으며, 다른 군대가 수행할 수 없는 임무를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미 해병대의 기본임무는 “나라가 가장 준비가 안된 시점에 가장 준비를 잘 갖추는 것”이며, 따라서 항상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부정적 요소를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 여부가 그 기업이나 조직의 가치를 결정짓는 잣대이다. 우리 군 역시 최근의 여러 위기들을 强軍으로 가는 체질개선과 혁신의 기회로 삼고 미 항공모함 오퍼레이션 사례와 같은 모범사례를 통해 배우며 최고로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유종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기업리스크자문본부 이사

[참고문헌] 삼성경제연구소 ‘위기에 강한 고신뢰 조직’, 경영노트 http://seri.org/db/dbReptV.htmlmenu=db12&submenu=&nPage=2&pubkey=db20101118001 리질리언트 엔터프라이즈(The Resilient Enterprise: Overcoming Vulnerability for Competitive Advantage), 요시 쉐피(MIT대 교수) 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기업리스크자문본부 역, FKI미디어 http://mitworld.mit.edu/video/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