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초토화시킨 구제역 바이러스 바람 타고 번지는 구제역 앞에 속수무책

구제역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바람을 타고 번지는 구제역 앞에 속수무책이다. 우리 농촌의 소, 돼지 10마리 중 1마리꼴로 도살을 당했다. 수은주가 영하 10도로 떨어지는 혹한에도 백신접종도 별 효과 없이 구제역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에 구제역 확진 및 의심증상을 보인 가축이 하루에도 수만마리가 살처분·매몰되고 있다. 한편 백신 접종이 계속되고 있지만 확산 추세는 도리어 더 거세지고 있는 양상이다.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충북을 거쳐 경기·강원에 이어 충남까지 확산되면서 경남과 전남·북, 제주만 남긴 채 전국을 뒤덮었다. 정부는 방역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구제역에 속수무책이다. 더욱이 확산 경로조차 오리무중이다. 여기에 구제역 바이러스의 정밀검증을 위해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으나 현지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는 사료회사 등 축산 관계자들이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야생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에 의한 전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전보다 훨씬 방역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확산 추세가 멈추지 않아 답답하다”며 “현장에서는 이번 바이러스의 임상증상이 기존 것보다 더 강하다고 얘기하고 있어 변이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출수 대책 없이 파묻기 급급…
오염 우려 커 가축 피가 넘쳐 인근 도로로 흘러나와

소·돼지 등의 전염병인 구제역으로 살처분 된 가축 등을 땅에 파묻으면서, 토양·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돼지 1500마리를 국유림에 매몰한 강원 원주에서는 지난 4일 가축의 피가 넘쳐 인근 도로로 흘러나오는 사고가 발생, 논란이 일고있다. 이어 경기 파주에선 매장된 가축에서 피가 새어나와 인근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에까지 스며들기도 했다.

 부실한 매몰 작업으로 매몰 직후 침출수가 새어나올 경우 구제역 바이러스가 추가 확산 될 가능성이 사실상 크다. 매몰과 관련 있는 환경 전문가는 “가축이 부패하면 구제역 바이러스도 자연스럽게 죽지만, 초기 관리 실패로 침출수가 새면 구제역 추가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방역 당국이 매몰 작업에만 급급한 나머지 침출수 관리에 소홀하며 파묻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가축 매몰 작업은 해당 지역 지자체 공무원들만 수행할 수 있는데 살처분 가축 수가 워낙 많아 침출수 관리까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방역 당국은 살처분한 가축들을 매장하면서 토양·지하수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매장 직후 가축에게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지표면으로 뿜어져 나오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구제역 소독제인 생석회가 물과 닿아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이유다.

환경부 토양지하수 관계자는 “환경오염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매몰된 가축에게서 나오는 침출수 양은 미미한 편”이라며 “생석회 때문에 발생하는 초기 침출수 분출 현상도 3~6일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는 가축을 매몰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8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상수도를 추가 보급할 계획이다.

구제역, 정부 차원의 초기 대응 시스템 필수
정부 초기 대응 시스템 허점 드러난 셈

구제역이 이처럼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을 놓고 정부차원의 초기 대응 시스템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된 이유가 바로 정부 대응 부재라는 것.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구제역 감염 의심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부터 해당 축산농가를 비롯한 안동 일대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있어야 했는데 정부가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제역 감염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구제역 관련 매뉴얼에 따라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파견돼 간이키트로 구제역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경북 안동의 경우 처음에 간이키트 검사 당시 음성 판정이 나와 통제를 하지 않았는데 최종적인 항원·항체검사까지 1주일여의 시간이 걸렸고 결국 29일쯤에야 최종 확정 판정이 나와 정부가 방역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는 정부차원의 통제와 대책 마련이 미흡하다는 것을 절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최종적으로 구제역 감여 여부가 확인되는데 이 같은 정밀 검사가 이뤄질려면 사실상 국제표준연구소로 지정돼 있는 수의과학검역원만 가능하다. 지자체는 매뉴얼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결국 현재 초기 대응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셈인 것이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은 과거 1933년 처음 발생해 2000년, 2002년, 2010년 발생하는 등 점차 발생빈도가 잦아졌다.

실제 구제역은 소가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5%에 불과하지만 일단 감염되면 젖소의 경우 우유 생산량이 급감하고, 일반소의 경우 체중이 감소해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돼지는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50%를 넘어 축산업계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구제역 청정국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다른 국가의 수입을 견제하는 일종의 수입장벽 역할을 하면서 장기적 안목에서 구제역을 피할게 아니라 체계적 대응 시스템 마련을 해야하다.

이는 곧 구제역을 재난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고 특히 재난을 담당하는 정부부처의 시스템이 강화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구제역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매번 반복되는 구제역을 정부가 안이하게 보았다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구제역에 대한 대책을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시각과 함께 BCP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재난 대책의 필요성을 보여줘야 한다.

<재난포커스 - 김정환기자(knews24@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