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홍수로 인한 피해가 10억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브라질·스리랑카에서도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로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일본에서는 2m가량의 폭설이 내려 철도 등 교통이 마비되고, 세계 각국에서 강추위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했다. 한국 역시 이번 겨울 한파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세계는 지금 이상 기후현상으로 혼란에 빠져있다.

<재난포커스 - 이교진기자>

세계이상기후

호주 북서부가 석달째 홍수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과 스리랑카에서도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로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브라질 남동부 지역에 쏟아진 비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로 리우데 자네이루주를 중심으로 530여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1월 14일 보도했다. 브라질 재해당국에 따르면 재해상황은 마치 쓰나미(지진해일)가 휩쓸고 지나간 것과 같은 재앙 수준이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국토의 4분의 1이 침수됐고 폭우 때문에 인구의 약 5%가 이재민이 될 처지다. 지난달 26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27명이 사망하고, 동·중부 지역에서 100만 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도 3주 가량 폭우가 계속되면서 사망자가 40명을 넘어서고, 이재민이 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북서부 퀸즐랜드주를 강타하며 20명의 사망자를 낸 폭우는 약해졌지만, 비구름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빅토리아주를 비롯해 남호주주, 태즈매니아주 등 남부 지방에서도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1월 1, 2일 일본의 돗토리 현에서는 186cm의 눈이 쌓여 철도 등 도시 교통이 마비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럽과 북미지역이 폭설로 몸살을 앓았다. 폴란드에서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로 수십 명의 동사자가 발생했다. 유럽 대부분의 공항은 크리스마스 시즌 교통편이 무더기로 결항돼 휴가를 즐기려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프랑스에서는 60cm의 눈이 쌓여 20년만의 최고 적설량을 기록했고 아일랜드에서는 동파사고가 속출해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었다.

라니냐

전세계 각국을 강타하고 있는 폭설, 한파와 홍수 등 이상 기후는 강력한 ‘라니냐’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떨어지고 반대로 서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평상시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태평양 해수면의 온도는 1988년 이후 23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니냐 현상이 더욱 더 기승을 부리다 1월 말이나 2월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라니냐는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서남 아시아 홍수, 중남미의 허리케인과 남미 대륙의 기록적인 폭우를 일으켰고, 이번에 호주 홍수와 미국 폭설로 이어졌다. 라니냐로 인한 기후변화가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호주 기상청이 1월 17일 경고했다. 불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라니냐는 적어도 봄(3월~5월)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몇 달간 더 지속되다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룸버그 통신은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역대 최고 수준의 라니냐가 예상된다”며 “수개월 안에는 소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니뇨 모도키

지난 2009~2010년 겨울 유난히 눈과 비가 많이 내렸다. 기상청은 그 원인으로 열대 중태평양을 중심으로 고수온현상이 일어나는 ‘엘니뇨 모도키’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동태평양의 온도가 높아지는 통상적인 엘니뇨 현상에 지구온난화가 더해져 발생하는 신종엘니뇨라는 발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조지아 공대 연구진은 사이언스지를 통해 ‘대서양 허리케인의 수를 줄이는 전통적인 엘니뇨와는 달리 새로운 엘리뇨 모도키는 대서양에 더 많은 허리케인을 일으킨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뜻의 일본어에서 따온 ‘모도키’가 시사하듯, 전통적인 개념의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대 동부의 해수온도를 높이지만 엘니뇨 모도키는 영향력을 서쪽까지 넓혀 태평양 중부까지 수온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처럼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분명치 않지만, 기후변동이나 지구온난화에 대한 반응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한반도 기상이변

한파, 겨울폭설, 겨울 강우현상 등 한반도에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의 원인이 ‘엘니뇨와 라리냐’의 영향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2010년 1월 서울에 적설량 관측 이후 가장 많은 25.8㎝의 폭설을 기록했고, 4월에는 이상 저온현상이 이어지면서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여름에는 열대야로, 가을에는 폭우로 한반도는 2010년 내내 이상 기후현상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엘니뇨 모도키’를 주장하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사실 전 지구적으로 이상고온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엘니뇨는 정작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있다, 없다 논란이 일만큼 사실상 영향이 미미하다. 엘니뇨는 전체 지구대기의 흐름에 이상현상을 미치거나 인접한 남아메리카, 페루 등지에 주로 형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엘니뇨 모도키는 우리나라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한반도 바로 아래쪽인 필리핀 동부 해역에 강한 열대 고기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위쪽의 찬 공기 덩어리와 아래쪽의 온난다습한 공기 덩어리 사이에 낀 한반도는 두 세력의 역학관계에 따라 겨울 날씨가 냉온탕을 오가고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현상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해 한파와 폭설은 지난해의 강력한 엘니뇨(엘니뇨 모도키)에 이어 올해에는 환태평양지역이 강력한 라니냐 영향권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라니냐는 70년대 이후 9~11번 정도 발생했는데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그때마다 우리나라 여름철은 더운 편이었고, 9월에는 비가 많이 왔고 겨울은 강추위가 찾아왔다. 그런 점에서 올해 한반도 기상은 전형적인 라니냐 영향이 두드러지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엘니뇨 모도키, 라니냐 현상이 겹치면서 2010년 한해 한반도는 기록적인 이상기후가 연속되었으며 2011년인 내년에도 예측불허의 이상기후가 계속될 전망이다.

지구온난화→북극 기온 상승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반구 전역에 몰아친 한파의 원인으로 북극권 온난화를 지목했다. 극지연구소는 “햇빛을 반사하는 북극해 얼음 면적이 크게 줄고, 검푸른 바다가 태양에너지를 흡수해 바닷물이 데워져 북극 온난화가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상청 대변인도 “북극 기온이 올라 북극진동수가 음으로 떨어져 북극의 찬 공기 소용돌이가 약화됐다”며 “소용돌이 안에 머물러야 할 북극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 지방까지 내려와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지구 온난화는 더운 지방을 더 덥게 만들기도 하지만 역으로 추운 지방을 덜 춥게 만드는 효과가 더 크다”며 “몇 년 새 관측지표상 북극 등 찬 지방의 기온이 더 많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북극 지방의 기온상승이 제트기류를 약화시킨 것이 최근 한파가 자주 출몰하는 구체적인 원인이다. 북극 주변에서 형성돼 지구를 따라 도는 제트기류는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 제트기류는 북극과 남쪽의 기압차가 클수록 활성화되는데,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 기압차가 줄어들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북극의 기온이 차가울수록 제트기류에 따라 한기가 북극권에 갇히는데, 올해의 경우 북극 고온현상으로 찬 공기가 중위도로 이동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상승했다는 북극의 기온도 여전히 영하 30~40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 이처럼 강한 한기가 북극에서 자주 남하함에 따라 북극 밑에 위치한 북미, 유럽, 동아시아 지역에 잦은 한파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베리아와 몽골 남동부 등 광범위한 구역에 이어진 폭설로 많은 눈이 에너지를 지구 밖으로 반사함으로써 상공의 찬 공기가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상청은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한 상태에서 시베리아 부근에 눈이 덮여 공기가 더욱 차가워졌다”며 “시베리아 상공의 한기가 남하해 우리나라 상공 5km에 영하 40도 가량의 매우 찬 공기가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지구 온난화 따라 추위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서 한파는 더욱 잦아 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상청은 “전날보다 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지는 급작스러운 한파는 앞으로 계속해서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돼 대기 온도가 올라가면 수증기가 많이 발생한다. 대기가 수증기를 많이 머금으면서 비나 눈도 많이 내리게 된다. 강우에 따른 수증기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해상과 달리 육상에서는 가뭄이 찾아오게 되고, 이것이 기온 변동폭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또 기상청은 “영하 20도냐 10도냐는 절대크기는 말하기 힘들지만,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는 전제 하에 기후의 변동은 계속해서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올해 평균기온은 평년(6~16°C)보다 조금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북극 기온 상승으로 갑작스러운 한파는 더욱 자주 찾아올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