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제대(以小制大)와 전략

이소제대라는 말은 전략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자세히 뜯어보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세상의 이치는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소제대하는 것이 진정한 전략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큰 것이 작은 것을 이기려고 할 때에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경쟁의 틀 즉,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기기 위해서는 작은 것이 유리한 경쟁의 틀로 바꾸어야 하는데 이렇게 바꾸어 놓고 싸우게 되면 결과는 작은 것이 큰 것이 되고 큰 것이 작은 것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결과는 최초의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긴 것이지만 경쟁의 틀이 바뀐 이후 단계부터 생각하면 자연의 이치에 맞게 큰 것이 작은 것을 이긴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전략이라는 촉매가 작용하였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비대칭 전력 양성은 경쟁이 틀을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이다.

이이제이( 以夷制夷 ) 전략

오랑캐로 오랑캐를 무찌른다는 뜻으로, 한 세력을 이용하여 다른 세력을 제어함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의 당나라 역사에서 외교정책으로 많이 쓰여진 전략으로 적과 적을 경쟁하게 하여 적을 약하게 만들어 자신과 적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 전략이다. 자신이 직접 경쟁의 장에 뛰어들지 않고 자신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다. 동양의 대 전략가 손자는 그의 병법 제 3 편, 모공편(謀攻篇)에서 “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고상병벌모, 기차벌교, 기차벌병, 기하공성(故上兵伐謨,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적과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 시킬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병법은 적의 꾀를 치는 것이며, 그 다음은 적의 동맹을 치는 것이며, 그 다음은 적의 병력을 치는 것이며, 가장 하책은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이처럼 직접 적과 싸우는 것보다는 적의 꾀를 공격하거나 적의 동맹을 치는 간접 접근 방법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적들을 상호 견제시키거나 싸우게 만들어 자신과 싸울 역량과 시간을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이이제이 전략은 적대국과의 후유증마저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자신과 적간의 경쟁의 틀’을 ‘적과 적간의 경쟁의 틀’로 만들어싸우게 함으로써 적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역량을 완전히 소진케 하여, 감히 경쟁의 틀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전략인 것이다. 즉, 자신과 경쟁의 틀에서 발휘될 역량을 사전에 제거하여 적과의 경쟁의 틀이 형성되면 절대 우위의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전략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이제이 전략은 전략의 최고봉에 자리매김 된다. 요컨대, 이것은 자신에게 유리한 경쟁의 틀로 바꾸는 전형이다.

불루오션 전략과 부전승 전략

불루 오션은 잘 아는 바와 같이 유럽경영대학원 전략 및 국제 경영학 담당 석좌교수인 한국인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공동으로 제안한 이론이다. 간략이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존의 경쟁체제에서 탈피하여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여 경쟁자 없는 상태에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경쟁자가 없다면 그야말로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행동의 자유가 보장된 공간이다. 그러니 불루오션에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그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21세기에 발행된 불루오션 전략과 2500년 전 손자가 강조한 부전승 전략은 시/공을 초월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양 전략이 한결같이 사전에 충분한 준비로, 또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경쟁자가 거의 없거나,전혀 없게 만들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공을 초월하면서도 같은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은 전략이 인간의 심리상태에 크게 기인하기 때문이다.

불루오션 전략의 기본적 관건은 뉴패러다임의 창조다. 기존의 관념을 과감히 뛰어넘어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와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전승 전략도 상대가 싸워보지도 않고 승산이 없다고 경쟁을 회피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무형의 전력이 상대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어야 한다.

우리가 피 흘리는 전쟁을 하지 않고 이기는 부전승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루오션 전략을 적극 활용하여 상대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전력운영 방법을 창안하여야 하고 동시에 상대가 생각하지도 못한 무기체계를 개발하여야 한다. 따라서 부전승 전략은 불루오션 전략을 포함하여 레드오션 분야까지 망라하여 절대적 힘의 우위에 있어야한다. 그러니까 불루오션 전략은 부전승 전략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퍼플오션 전략

퍼플이란 자주색을 말하는데 레드와 불루를 섞으면 된다. 그러니까 퍼플오션 전략이란 쉽게 말해서 레드오션 전략과 불루오션 전략을 섞어놓은 것을 말한다. 이를 좀 어렵게 학문적으로 설명하면 치열한 경쟁시장인 레드오션에 참신한 아이디어로 불루오션 전략을 접목시켜 시장 판도를 바꾸는 전략이다. 그러니까 불루오션 전략이 상당한 모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면 퍼플오션 전략은 기존의 레드오션에서 약간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미 함으로서 변화를 추구하지만 모험이 적은 분야다. 그러니까 불루오션 전략이 혁명적 변화를 추구한다면 퍼플오션 전략은 아마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퍼플오션 전략은 실패의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이 추구하면 좋을 것이다.

기정사실 전략

기정사실 전략이란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목표를 잘게 쪼개어 야금야금 갉아먹은 후 궁극적 목표를 점령하고 나면 상대방도 그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하는 전략을 말한다. 전술적으로는 전술적 목표를 나누어 점령하는 “살라미 전술”이라는 것이 있다. 이러한 전략이 가능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보수적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안달하고 , 예측할 수 없는 결과와 피할 수 없는 갈등을 야기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대립을 싫어하고 피하려 한다. 만약 당신이 적으로 부터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을 빼앗으려 한다면 적은 전쟁도 불사할 것이다. 그러나 작고 별 볼일 없는 것을 빼앗는다면, 적은 굳이 전투를 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작은 것을 두고 싸우기보다 당신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적의 보수적 성향을 이용한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빼앗은 작은 부분은 기정사실, 즉 현상의 일부분이 될 것이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게 된다. 이어서 기정사실을 기반으로 당신은 또다시 작은 부분을 야금야금 갉아먹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당신의 적은 좀 더 경계심을 품고, 당신의 행동을 주시할 것이다. 그렇지만 당신이 갉아먹은 것이 작은 부분이기 때문에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려해보다가 결국은 보수적 성향이 작용하여 싸움을 피할 것이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작은 부분을 갉아먹어 전체를 다 먹어치울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마침내 당신의 목표가 드러나고 당신의 라이벌이 이전의 평화주의를 후회하며 전쟁을 고려할 때가 오겠지만, 그 때쯤이면 당신은 이미 작은 상대도, 처치하기 쉬운 상대도 아닐 것이다. 경쟁의 상대라고 할 수 없었던 완벽하게 열세했던 경쟁의 틀이 야금야금 부분을 갉아먹은 후 강해져서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경쟁 상대가 되었거나 더 나아가 상대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완벽하게 경쟁의 틀이 바뀐 것이다.

이 기정사실 전략을 구현할 때 반드시 주의할 점은 당신이 원하는 것만 갉아먹어야 하며, 사람들이 싸우기를 꺼려하는 본성을 해칠 정도의 분노와 공포, 불신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야금야금 갉아먹는 사이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어 사람들이 잠깐 관심을 가지다가 말게 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더 심해지지 않으며 상황이 좋아진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기정사실 전략의 비결은 사전 논의 없이 빠르게 진행해야한다.

만약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자신의 의도를 드러낸다면 수많은 비판과 분석, 의문에 둘러싸이게 되어 전략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꿈을 이루려는 감정과 엄청난 욕구에 사로잡혀, 대개 한 번의 큰 도약으로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작고 지루한 단계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체계에서도 모든 것의 크기와 안정성은 서서히 자라는 것이다.

그것이 ‘우주변화의 원리’이고 자연스럽다는 의미다. 태양은 우리의 육안으로는 감지되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고 동/식물의 성장 역시 마찬가지로 느리지만 그것들이 자라는 것과 같이 자연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것은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서 변화 발전한다. 이 전략은 처음에는 작고 가까운 것에, 그 다음에는 궁극적인 목표에 더 가까이 가려면 어디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두게 된다. 작은 단계를 밟음으로써 원대한 욕구들은 실현 가능한 것이 된다. 큰 것을 빼앗으려는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씹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것을 삼킨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처리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되며, 이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의욕을 잃게 된다. 이 전략이 더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공격적 의도를 감춰야 한다. 공격의 발톱을 숨기고 어리석음을 표출해야 한다. 전략적 의도를 감추기만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한입 갉아먹었을 때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자기 방어에서 나온 행동을 보여라. 부분적인 것을 갉아먹는 중간 중간에 충분한 휴식기를 두어 당신의 목표가 거기까지라고 인식하게 하여, 당신이 평화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어라. 만약 당신이 더 큰 것을 수시로 갉아먹은 후, 먹을 것 중 일부를 토해낸다면 그것은 이 전략의 극치다. 이러한 전략의 역사적 사례는 1740년 프로이센의 대제가 된 프리드리히 이다. 그는 가장 강력한 적수였던 오스트리아를 상대하여 자신의 목표를 이룩하였다.

그는 마리아 테레지아여제가 오스트리아의 왕이 되자 정통성을 트집 잡아 군대를 오스트리아의 작은 지방인 셀레지아로 보냈다. 수년간 전쟁이 지속되었는데, 상황을 적절히 판단하여 다른 지역까지 위협, 마리아 테에지아가 화평을 요청하게 하였다. 프리드리히는 이 전략을 반복함으로써 싸울 만한 가치가 없는 작은 영토들을 힘들이지 않고 점령해 나갔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미처 눈치 채기도 전에 프로이센을 열강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다른 사례는 2차 대전 당시의 드골이다. 드골은 1940년 6월 17일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을 방문하였다. 그 자리에서 그는 공동의 대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처칠에게 BBC 라디오 방송을 통해 모든 프랑스인들에게 프랑스 해방을 위해 항전하고 용기를 잃지 말 것을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싶다고 했다. 처칠은 비시정부와 마찰을 빚고 싶지 않아 망설였지만 드골이 비시정부를 자극할 만한 말은 전혀 언급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마지막 순간에 승인하였다. 드골은 약속은 지켰지만, 연설을 마치면서 다음 날 방송을 기약했다. 처칠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 막아봐야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으며, 암흑의 시기에 봉착한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드골은 영국에 도착하여 프랑스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한 가지 목표만을 가지고 있었다. 조국 프랑스를 해방시키기 위해 군사와 정치 조직을 이끌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조국이 자유를 되찾기 위해 다른 나라에 의존해야 하는 나약한 국가가 아니라, 연합국과 동등한 위치를 가진 국가로 인식되길 원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그러한 의도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 대신 목표를 주시하고 아주 신중하게 한 번에 한 입씩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첫 번째 로 BBC 방송을 통해 자신을 대중에게 드러내고 그 다음 영리한 전략으로 계속해서 방송에 출연한 것이다.

여기서 그는 친숙하고 극적인 성향과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목소리를 이용하여, 실제보다 훨씬 더 과대 포장된 이미지를 형성했고 자유 프랑스 군을 조직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로 그는 아프리카 지역을 자유 프랑스 군의 지휘 하에 두었다. 외딴 곳이긴 하지만 커다란 지역을 수중에 넣고 있다는 자체가 그에게 확고한 정치권력의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세 번째로 레지스탕스의 환심을 사서 한때 공산주의자의 요새였던 단체를 맡았다. 네 번째로 해방될 프랑스를 통치할 프랑스 국민해방위원회를 설립하고 지휘권을 획득했다.

김 진 항
	공무원 연금공단 상임이사 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 예비역 육군 소장

이러한 드골의 단계적인 행동 방식 때문에 아무도 그의 속내를 눈치 채지 못했다. 드골이 프랑스의 전후 지도자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칠과 루스벨트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기정사실화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정사실 전략은 원대한 목표를 가슴에 새기고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할 속도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작게 나누어진 목표를 야금야금 먹어치워 상대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어찌할 수 없이 그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전략이다. 지금 준동하는 좌익세력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여 그들이 기정사실을 전략을 구사하지 않도록 빠르고 강력한 맞대응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