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사고나 심각한 심신의 고통을 겪는 사람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정신적 후유증이라는 심리적 문제의 여파로 육체적으로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앞으로 또다른 제2, 제3의 재난으로 대두되면서 전문기관 설립이 시급하다.
글 | 편집자 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람이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으로, 정상적인 사회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으로 전쟁, 자연자해, 폭력 등의 충격이나 재난을 겪은 후, 사람들에게 남겨진 정신적인 충격을 외상이라 부르며, 이 외상에 잇따라 나타나는 여러 정신적·신체적 증상들을 총체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원래 외상은 외부로부터의 상처를 의미하지만, 이상심리학 및 정신 병리학에서는 심리적·정신적 의미의 상처를 가리키며, 정신장애 명칭으로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1982년부터이다. 전쟁, 천재지변, 화재, 신체적 폭행, 강간, 자동차·비행기·기차 등에 의한 사고에 의해 발생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전신적 질병으로 전쟁과 같은 엄청난 재난을 겪은 후에 사람들은 과거경험이 생생하게 재현됨을 느끼며, 공포에 질려 꼼짝하지 못하고, 슬픔에 할 말을 잃고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어지기도 한다.

거대한 재난과 갑자기 찾아 온 불행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며, 타인은 자신의 충격적인 경험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품백화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 사고를 직접 겪거나 사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에게도 호흡곤란, 비슷한 장소에 가면 현기증이나 극도의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이번 연평도 포격과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공무원들까지 재난 심리 치료는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오늘날의 빼놓을 수 없는 현상의 하나이다.

PTSD의 3가지 범주

첫째, 9·11테러는 수많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를 양산하면서 ‘정신적 외상’을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시적으로만 외상 반응을 보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사람의 경우 PTSD가 발병해 사회생활 및 기능에 많은 장애를 가져오기도 한다. 과거에는 통상적인 상황에선 겪기 어려운 끔찍한 일만 ‘정신적 외상’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했다. 최근엔 자신으로선 어쩔 수 없는 극심한 무력감을 느꼈거나 매우 심한 공포를 겪게 한 사건이라면, 설사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목격만 했다 하더라도 ‘외상적 사건’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본다.

따라서 PTSD는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매우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서는 그리 외상적 사건이 아닌 것 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이나 그런 상황을 목격한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현대의 정신의학적 정의에 따르면 PTSD의 평생 유병률은 남자의 경우 약 5%, 여자는 약 1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평균 인구의 약 8%에서 존재하는 흔한 질환인 셈이다.

이러한 외상적 사건과 관련해 PTSD의 전형적인 3가지 범주의 증상, 즉 외상 사건의 재경험, 외상 사건의 회피 및 감정의 둔화, 과도 각성 등의 증상이 있을 때 PTSD로 진단할 수 있다. 재경험은 PTSD의 가장 핵심적인 양상의 하나로, 의식 속으로 반복적으로 끼어드는 외상 사건에 대한 두려운 반복 경험을 말한다. 이러한 재경험은 생각이나 영상 같은 형태로도 나타난다.

두 번째로, 회피 및 감정적 둔화는 침습적 사고로 인한 재경험이 매우 불쾌해 외상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절박한 노력을 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외상적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거부하고, 이를 상기시킬 수 있는 활동이나 장소, 사람, 물건 등과 접하는 것을 피한다. 회피가 극심한 경우엔 고통스러운 기간에 대해 완전히 기억을 상실하는 경우까지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차를 잘 타지 않으려 하는 것, 강간당한 여성이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장소를 피하는 것 같은 현상이다.

세 번째는 대부분의 불안장애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각성되어 잘 놀라고, 긴장상태가 높으며 작은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하며 수면장애, 경련, 악몽, 초조, 분노 폭발, 참을성 부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며 집중이나 기억 곤란, 과도경계, 과잉보호 혹은 과잉통제, 겁에 질림, 사소한 자극에 대한 과민반응 등도 흔히 나타난다.

PTSD 발병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줄 수 있다. 첫째, 외상적 사건 이전 요인으로 이전의 외상 과거력, PTSD의 과거력,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의 과거력, 공존하는 성격장애, 부모와의 애정관계 이상 등이다. 둘째, 외상적 사건 자체의 요인으로는 외상 사건의 양태와 강도를 들 수 있다. 셋째, 외상후 요인으로는 사회적 지지망의 기능과 형태, 경제적 자원, 부가적인 기타 스트레스 원인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심리사회적 요인 외에도 스트레스에 의한 두뇌 내 신경전달물질 체계와 내분비적 변화, 변연계의 과잉활동 및 전전두엽 등 두뇌피질 기능 저하 등이 특징적으로 알려졌다.

연평도 폭격사건 이후 주민들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어느날 갑자기 날아든 폭탄으로 인한 폭음과 연기를 보며 누구나 놀라고 무섭듯이 연평도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깨지고 집이 무너지고 살림살이가 부서지는 현장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물리적 시간이 짧다해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은 다르게 적용된다. 생명을 위협하는 전쟁, 사고, 자연재해와 같은 상황에서 누구나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데 심리적으로도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경험했던 갑작스런 폭음과 붕괴되는 집과 건물들을 보면서 곧바로 느꼈을 죽음의 공포 앞에 가슴 떨리고 온몸이 저려오는 순간에 본능적으로 사력을 다해 도망쳤을 그순간 그것은 공포로 오래 동안 기억에 자리매김되어 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재난과 고통의 연평도의 포격사건은 결코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은 현재 그들이 사고가 끝난 후에도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문제이다. 이미 한순간에 경험했던 사고와 함께 중요시 되어야 할 부분은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대비해야 하는 일이며 불가항력적으로 사고를 당했다면 뒷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연평도 사건으로 인한 주민들의 심리적 치료도 장기적으로 대안과 대비책이 필요해 보인다.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 파동 때문에 땅에 묻히는 것은 소·돼지이지만, 애써 키운 가축을 하루아침에 잃은 농민과 살처분 현장에 직접 동원된 공무원·수의사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자신의 가족과 같은 가축들을 생매장 하는 현실을 지켜봐야 하는 농부들의 마음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또한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살처분에 참여해야만 하는 공무원, 군인, 경찰들의 심리적 고통도 생각 이상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하루도 쉬지않고 매일 살아있는 가축들을 살처분하는 현장에서 울부짖는 소와 돼지들의 몸짓과 소리를 보고 듣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구제역 살처분 작업에 동원된 수의사들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잇따라 사표나 휴직 신청서를 냄으로써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동물이든 사람이든 죽음을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다.

한두마리도 아니고 수십, 수백마리의 살처분해야 한다면 그것을 그냥 바라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죽어가면서 울부짖는 가축들의 몸무림과 본능적 울음소리가 귓가를 울려 마음의 장애로 심신의 고통을 주게 됨으로 일상적인 생활이 힘들게 되는 것처럼 자연재난으로 인한 심리적 치료가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당국이 이들을 위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재난으로부터 인한 정신적 심리적 충격으로 사회적 부작용 등 병리현상을 보이는 피해자 가족과 관련 종사자들의 심리치료 및 전문가 교육을 통한 심리적 치료가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