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봄철에 황사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황사 발원지의 사막화로 인해 땅이 더 건조해질 경우 황사가 더욱 심해진다. 또 과도한 가축의 방목에 따른 목초지 감소와 지구온난화의 영향도 황사가 발생하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올해 첫 황사 호흡기 질환자 주의

지난 3월 14일 기상청은 백령도에서 올해 들어 첫 황사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날 내몽고에서 발원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이날 아침 서해 5도를 시작으로 낮 동안에 서해안과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옅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노약자나 호흡기 질환자의 경우 건강관리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중국 북방지역에도 올 들어 첫 황사가 지난 3월 14일 나타났다. 베이징 지역은 강풍으로 인한 국지적 황사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날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는 가시거리 100미터 이내의 서시베리아발 황사로 올 들어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다.

봄철 불청객인 황사현상은 올해 들어서 국내에서도 자주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중 중국 및 몽골지방 등 황사발원지의 사막화가 심해지면서 황사의 위력이 점점 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사(黃沙/黃砂)는 봄철에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에 있는 모래와 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봄철에 황사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나라중 하나다.

원인으로는 강한 바람과 황사 발원지의 눈이나 비가 적게 내리는 경우에 황사가 더욱 심해지며, 또 과도한 가축의 방목에 따른 목초지 감소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발원지의 사막화가 가속되어 황사가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1980년대에는 황사발생일이 3.9일에서 1990년대에는 7.7일, 2000년 이후에는 12.8일로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황사로 인한 피해는 폐호흡기 환자와 조기 사망자가 늘어나고 항공, 운수, 정밀산업 같은 산업이 손실을 입게 되는 데, 황사가 한번 발생할 때 동아시아 상공에 떠도는 미세먼지의 규모는 약 100만t에 이른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반도에 쌓이는 먼지는 15t짜리 덤프트럭 4,000대에서 5,000대 분량인 46,000t에서 86,00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 2002년의 황사의 경우 피해액은 연간 5조5천억 원에 달했으며 국민 1인당 11만 7천원씩의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황사는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키거나 기존 질환을 악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대표적으로 호흡기 질환과 안질환, 피부질환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면역성이 약하고 활동성이 강한 어린이들이나 평소 알레르기 질환 또는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선물이다. 때문에 지리적으로 중국 몽고 사막등지에서 불어오는 먼지바람을 막을 수 없다면 적절히 대처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황사로 인한 피해 심각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 2005년 “황사로 인해 한국에서는 한 해 최대 181만 7천 여명이 병원치료를 받고 165명이 사망한다며 유·무형의 피해를 화폐 단위로 환산할 경우 한 해 최대 7조3천억여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전국 1천명을 대상으로 2000년∼2004년 황사피해 경험 유형을 설문조사한 결과 35.4%가 연평균 2차례 꼴로 황사로 인한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근의 황사는 규소, 철, 알루미늄, 납, 카드뮴 성분이 들어있어 대기중 중금속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사 현상이 나타나면 먼지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 공기가 더러워지면서 코와 입으로 먼지를 마시게 되는 탓에 감기,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질환, 눈병, 콧병에 걸리기 쉽다. 또한 아주 정밀하고 예민한 기계를 사용하는 항공기, 자동차, 전자 장비 등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고, 농작물과 식물의 기공을 막아 성장을 방해할 우려가 높다. 황사 때문에 가장 큰 고민을 안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다. 중국이나 몽골이 대표적으로 모래폭풍이나 강한 바람 때문에 황사 현상이 생기면, 무엇보다도 사막의 면적이 늘게 된다.

지표면의 흙이 바람에 쓸려가고, 비옥했던 토양이 메말라 버려 식물도 자랄 수 없게 전락해 버리고 만다. 매년 황하강 중류에서만 20억 톤의 흙이 사라지고 중국 전체에 걸쳐 초원마저 잠식당하고 있다. 흙이 쓸려가고, 모래가 이동하면서 사막이 넓어져 이제는 중국 땅의 16%가 사막으로 바뀌었다. 비옥했던 토양도 메말라 식물이 더 이상 자랄 수 없게 전락해 버린다.

사막화 현상 가속도

지구는 강과 바다가 많지만 물을 찾기 힘든 사막지대에서는 늘 물이 부족해 농작물을 가꿀 수 없어 식량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막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반면 숲은 줄어들고 있는데 이를 ‘사막화 현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막화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숲은 물을 저장해주므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고, 홍수로 산사태가 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하는데 숲이 많으면 광합성 작용도 활발히 이루어져 맑고 깨끗한 산소를 만들어 내, 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막이 비가 내리는 양보다 증발해 날아가는 양이 더 많아 땅이 건조해진 곳을 말한다면 사막화는 아주 심한 가뭄 등 자연적인 원인 말고도 인간의 잘못이 합쳐져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최근 들어서는 농경지와 땔감을 얻기 위해 나무를 베고 도시가 대형화 되고 숲이 있던 자리에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서 그 현상이 심화됐다. 게다가 산불로 인한 피해, 농약과 화학 물질 살포 또한 땅을 황폐화 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땅은 햇볕을 흡수하지 못하고 반사시키므로 온도가 낮아지고, 밤에는 한기가 찾아온다. 차가워진 땅 위에는 건조한 하강기류가 생기므로 갈수록 비가 오지 않아, 식물이 자라날 수 없는 상태로 치닫는다. 이 경우 적은 양의 비로도 홍수나 산사태로 이어지고, 동식물이 살 수 없어 생태계가 파괴되고 만다. 산소 양 역시 점차 줄어들고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어나면서 지구 온난화 현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

사막화면적 점점 늘어나

지난 2005년 중국 국가임업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사막화면적은 2004년 기준 263만6200㎢로 전체 국토면적의 27.46%, 토양의 모래화(沙化)지역은 173만9700㎢로서 전체 면적의 18.12%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 20~30년간 중국 북동부 반건조, 아습윤 지역의 농업과 목축 교차지대에서 토양사막화가 가장 심각하게 진행됐다. 특히 내몽고 중부 및 동부지역, 화북지역, 요녕성과 길림성 서부지역은 기후온난화 등 환경요인과 과도한 토지이용 등 인위적인 원인으로 토양 모래화가 진행됐다.

고비사막 등 몽골의 중남부 지역도 심각하게 사막화 위협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나라에 주요하게 영향을 끼치는 황사의 발생지역은 내몽고이다. 타클라마칸 같은 전통적인 사막지역은 거리도 멀고 모래알갱이가 굵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별로 끼치지 않으며 최근 사막화된 내몽고의 흙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봄철이면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황사’를 막기 위해서는 ‘사막화’를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 2000년 한·중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2001년에서 2005년까지 중국의 서부 5개 지역에 총 면적 8000ha 조림사업을 추진했다. 그 대상은 중국 감숙성 백은시, 내몽골 통료시, 신강 투루판시, 평라현 은천시, 수문현 귀양시이다. 산림청에서 주도해 사업추진, 전문가를 파견, 연수생 초청, 기자재 지원 등을 지원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 총재 박대원)에서 자금 500만 달러를 지원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계획으로 사막화, 모래이동, 황사 등을 억제키 위해 울란바토르 남부지역을 동서로 잇는 몽골 ‘그린벨트’ 조림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림지역은 토브아이막 룬솜과 옴노고비아이막 달란자드가드이다. 총 길이 3500km의 고비와 초원지대 전이지역을 조림하는 계획으로 총 조림면적은 3000ha이다. 2008년 말까지 실적은 200ha이고 올해 계획은 총 220ha를 목표로 조림할 예정이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은 봄철 황사 예방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경기도는 황사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 내몽고 쿠부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사업에 올해부터 5년간 1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올해 2억 원을 들여 쿠부치 사막 50㏊에 황사방지용 묘목 16만5천260그루를 심는 등 앞으로 5년간 10억 원을 들여 150㏊의 사막에 황사피해 방지용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경상남도의 경우 몽골 볼간 아이막(道)내 황폐화된 바양노르솜 지역에 올해부터 5년간 5억원을 들여 약 50㏊에 포플러와 비술나무, 버드나무 등을 심어 ‘경남도민의 숲’을 조성할 예정이다. 경상남도는 이를 위해 오는 임채호 행정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방문단이 몽골 볼간 아이막 현지를 찾아가 도민의 숲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 협약에는 이미 몽골에서 조림사업을 해온 사단법인 푸른아시아도 참여할 계획이며 5월에는 직접 현지에서 조림을 실시하게 된다. 이와 함께 김두관 경남지사도 2월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를 방문, 황사의 진원지인 쿠부치 사막에 나무를 심어 ‘경남 녹색생태원’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경상남도는 10억원을 들여 5년간 매년 60㏊씩 모두 300㏊ 규모로 녹색생태원을 조성키로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자연이 일으키는 재해는 막을 수가 없지만 최소한 사람들이 황폐화 시킨 부분만이라도 복원하려는 것”이라며 초지조성 사업의 취지를 밝혔다. 반면 이강원 전북대학교 지리교육학과 교수는 ‘중국의 사막화 - 현상과 인식’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건조지역의 특성에 맞는 하계망과 유역분지를 중심으로 한 토지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된다”며 “사막화된 토지의 유형은 다양하니 다양한 대응책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사대책, 사막화 방지가 절실

환경은 국경은 없다. 환경문제도 국경이 없다. 지금까지 황사는 아이들과 노약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정세국 인천지속가능경제연구소장은 ‘황사 피해의 경제적 가치 추정’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현재 황사가 발생하는 기간이나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소장은 “현재 태풍, 홍수 등은 특별재난관리 항목으로 지정해 놓고 많은 예산 지원으로 대책이나 피해보상을 하고 있지만, 황사는 연간 6천억 원에 달하는 물적 피해가 발생함에도 턱없이 적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 소장은 홍수 등의 재해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많은 예산 투입은 물론, 황사 피해의 특이성을 적극 고려, 국제관계에 있어 사막화 방지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소장은 “논문의 핵심은 황사가 점차 확대·증가할 것이란 예측에 대해 대응책이 조속히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면서 “현재의 황사 피해 종합 대책으로는 확대되는 과정에 있는 사막화로 인해 국민에게 미치는 피해대책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의 황사 발생 횟수 및 규모의 증가를 감안한다면 황사 피해의 원인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국민이 보다 능동적으로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