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정 전략
‘몸에 좋은 약은 쓰다.’ 라는 말이 있다. 그것이 세상 이치다. 세상에 입에 달면서 몸에도 좋은 약이 있다면 그것은 대박이다.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 좋고 그늘 좋은 곳이 잘 없듯이 하나가 좋으면 다른 하나가 나쁜 것이 보편적 세상의 이치다. 어린아이는 몸에 좋은 쓴 약보다는 우선 입에 달콤한 사탕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계속 아이에게 사탕을 먹도록 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사탕을 계속 먹으면 우선 이가 삭고 나중에는 당뇨병 환자가 될지도 모른다. 몸은 나약해져 종내는 사람 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입에 좋다고 계속 먹다가 몸 전체가 망가지는 것이다. 이를 다 아는 부모가 아이가 사탕을 계속 먹는 것을 방치한다면, 그 부모는 친부모가 아니거나 천치 바보 중에 하나다. 이를 국가에 대입해보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대중은 아이처럼 당장의 달콤함에 빠져들기 쉽다.

대중들의 생각은 자신의 장래 몸의 상황을 가늠하지 못하는 아이처럼 나라 전체의 일을 생각할만한 능력이 없다. 오직 자신의 입장에서 좁은 세계만을 볼 수 있는 대중일 뿐이다. 이 대중들에게 국가 장래를 위해 나라에 좋은 쓴 약을 먹으라고 요구하면 대중은 잘 먹지 않는다. 나중에 나라가 망하는 것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들은 우선 먹기 좋은 사탕을 좋아한다. 나중에 국가가 당뇨병에 걸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해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듯 생각한다. 그런데 국가지도자나 전략가는 그럴 수가 없다. 미래가 훤히 그려지는 전략가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그렇다고 대중들에게 강제로 쓴 약을 먹일 수 없다. 독재체제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어렵다. 이 때 전략가는 그 쓴 약을 삼키기 쉽도록 당의정을 입히는 일을 해야 한다. 당의정을 어떻게 만들어 입힐 것인가는 전략가의 몫이다. 쓴 약에 비록 당의정을 입히더라도 그 약의 효용에 대해서는 정확하고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

검증이 되지 않은 약일수록 대중을 설득하는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지식과 정보 통계를 이용하여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 약을 먹는 것이 나라에 좋고 그 결과가 대중들 자신에게 큰 이익이 돌아간다는 것을 쉬운 말로 설명하고 설득하여야 한다. 그래서 대중들이 이 약을 먹긴 먹어야하는데 약이 입에 너무 써서 문제라는 사실에 이르도록 한 다음에 당의정을 입혀서 제공하는 것이 옳다. 앞으로 국가지도자가 될 사람은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대중에게 쓴 약을 먹이는데 필요한 당의정을 개발할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평지풍파 전략

세상이 너무 조용하고 체계가 확고한 사회는 기회가 부족하다.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예정된 대로 진행되고 미래의 예측이 너무도 분명한 사회에는 기회가 부족한 법이다. 이런 시스템에서 기회가 없다고 판단한 사람은 판을 흔들어버리고자 한다. 시스템이 불완전해야 어설픈 주장도 먹혀들 수 있고 억지도 통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벼락출세를 하고 떼돈을 버는 것은 이러한 이치다. 우리나라도 개발 연대에는 많은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모험심과 야망을 가진 자들이 성공했다. 정해진 길만 가는 모범생보다는 좌충우돌하는 비 모범생들이 더 성공했다. 씨름판에서도 서로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선수들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공격의 기회를 잡기위해 상대를 흔들어 본다. 흔들어서 약점이 잡히면 여지없이 공격하는 것이다. 도저히 희망이 없어 보이니까 이판사판식으로 흔들어 보는 것이 평지풍파 전략이다.

조직 결속 전략

조직의 결속을 강화하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서의 공유”다. 우리나라에서 불가사의한 조직이 해병전우회, 고대 교우회, 그리고 호남 향우회라고 한다. 그러면 왜 그들이 그렇게 결속력이 강한가? 조직 내에서 결속을 강화시키는 정서공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것은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같이 함으로서 만들어진다. 전우애라는 것도 생사를 넘는 전장에서 같이 있었기 때문에 정서공유가 가능한 것이며 훈련을 같이 받거나, 운동을 같이 한 경우에도 이런 정서공유가 이뤄진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서의 공유는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면 보낼수록 그리고 어려운 시기를 많이 공유함으로서 정서공유의 정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신입사원이나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MT를 한다. MT는 단체로 가서 일부러 사서 고생을 하고, 기억에 남는 그들만의 퍼포먼스로 동일 정서를 제공하기 위해 애쓴다. 결론적으로 조직결속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서공유가 된 사람들끼리 모이면 더욱 좋고 그리고 그렇게 모인 조직을 주기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같이 경험할 기회를 많이 제공하면 더욱 좋다.

정치단체가 산악회를 많이 결성하고 자신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같이 산행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산을 오르면서 같이 겪는 고행을 통해 정서공유의 장을 넓히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강온 유연전략

세상의 무슨 일에나 강할 때는 강하고 온화할 때는 온화해야 한다. 문제는 때를 잘 알지 못하고 때를 안다고 하더라고 강온을 적절하게 구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 그게 쉽다면 이 세상에 실패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은 그 쉽지 않은 것을 연구하고 노력해서 시행하는 자가 승리하고 그렇지 못한 자가 실패하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미 하버드 대 케네디 스쿨 조지프 나이 교수는 ‘포스트 9.11 시대’의 승자와 패자라는 글에서 미국이 부시 행정부가 너무나 강경 일변도의 전략에만 치중하다가 알 카에다에게 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살해하는 테러리스트의 수가 모집하는 테러리스트의 수보다 많은면 성공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2003년 11월 5,000명이던 이라크 내의 테러리스트들이 2006년 현재 2 만명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미국이 강경 일변도의 전략만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매파들에게 “온” 전략의 여지는 없었나 보다. 그러나 물리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가공할 군사력으로 밀어부친 강경 전략은 오히려 이라크 내의 적대 세력에게 더 강한 적개심을 유발시켜 내부적 결속을 더욱 강화하였다는 것이 된다.

어느 정도 물리력으로 심적 상태를 강제할 수 있지만 도가 지나치면 반발하게 되어 그 지경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 강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버려도 좋다.’ 라는 상황이 도래하면 통제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조폭의 세계에서 완력이 큰 사람이 결코 보스가 되지 못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정신적 파워, 소위 “깡”이라는 것이 크지 못한 것이 그 이유이다. 대개 조폭의 보수들은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나서 체구가 왜소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체구가 작은 사람이 깡이 크다는 얘기다.

김 진 항
	공무원연금공단 상임이사 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 예비역 육군 소장

체구가 크고 완력이 센 사람이 깡이 작다는 것은 음양의 이치에서도 맞는 얘기다. 그래서 보통 체구가 큰 사람들의 마음이 유순한 경우가 많다. 한 국가가 외교활동을 할 경우나 심지어는 전쟁을 할 때에도 강온 병행 전략을 쓰는 것이 현명하다. 강하기만 하면 결국 부러지고 약하기만 하면 결국 끊어진다. 이러한 것은 멀리 크게 볼 것도 없다. 모든 일에 강온병행전략은 적용된다. 그게 세상 이치의 근본이 음양의 이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