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말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 대란이 126일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4월 3일 충남을 끝으로 시군 단위의 가축이동제한이 모두 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제역 대란이후 대한민국 축산업은 초토화됐다. 모두 11개 시도 75개 시군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소와 돼지 350여만 마리가 묻혔고, 소요된 예산만 3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구제역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제2의 구제역 대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이후 매몰지에서는 또 다른 재난이 발생중이다. 바로 매몰지에서 나오는 침출수 오염문제다. 현재 전국에는 4000여 곳이 넘는 매몰지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매몰지가 봄이 되면서 얼어있던 침출수가 녹았으며 주변 일대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국 매몰지 공개를 거부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급기야 인터넷 누리꾼들 사이에는 구제역 매몰지지도작성운동이 일어났다. 이들 누리꾼들은 정부의 무책임한 조치에 대해 공개를 요구하며 스스로 구제역 매몰지지도를 작성하는 등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또 하나의 재난은 국내 축산업의 상처다. 이번 구제역은 정부가 구제역 방역대책으로 백신접종을 결정하기 전까지 살처분 후 매몰방식을 취하는 바람에, 전국 12개 시·도 81개 군의 축산업자들은 자신의 분신 같은 소, 돼지가 처분되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같이 구제역이 축산농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자 정부는 지난 3월 2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방안’을 확정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동대응 실패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4월 17일 농식품부는 경북 영천 금호읍 황정리 돼지농가에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밝혀 구제역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구제역 파동으로 실의에 빠진 축산농가에 또 다시 깊은 상처를 남겨주고 있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