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난의 경우 피해를 입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본래의 업무로 얼마나 빨리 돌아갈 수 있는가는 평상시의 준비에 따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한 리사이클 업체는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의 활용으로 일주일만에 업무를 재개하여, 사전에 대비해 놓는 것이 얼마나 큰 성과가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일본 농림수산성에서는 지진 관련 사이트를 개설해서 각종 관련 자료를 모아 게재하여, 정보를 손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재난포커스 - 이교진기자(marketing@di-focus.com)>

공장손상, 계획정전, 물류정체

우선 동일본 대지진이 현재 일본 기업생산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가를 알아보자. 공장손상, 계획정전, 물류정체 등 3가지 제약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거대한 지진과 쓰나미 피해, 도쿄전력의 계획정전, 급격한 엔고, 주가하락.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경제에 강한 충격을 가했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은 기업의 생산활동이다. 1995년 1월에 발생한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보다 더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기업은 공급망(supply-chain) 재구축을 서두르지만, 기업생산을 과연 어디까지 복원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동일본 대지진에 휩쓸린 기업의 생산활동에서 3가지의 제약 요인이 발생했다. 첫번째 문제는 공장 손상이다.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기업이 복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디스플레이용의 부자재로 세계점유율 45%를 장악하고 있던 JX닛코우 일본석유금속의 이소하라공장(이바라키현)은 건물과 설비가 파손되고, 공장은 정지되었다. 일본브레이크공업의 자회사 ‘나미에 일본 브레이크’(후쿠시마현 소재)는 원자력발전소의 피난 구역에 속해 있다.

직접 상황파악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수정부품을 다루는 엡손토요콤의 후쿠시마 사업소도 같은 상황이다. 두번째 문제는 계획정전이다. 중소형 액정 판넬로 세계 4위인 ‘도시바 모바일 디스플레이’는, 전력공급에 변동이 있으면 제품의 품질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후카야 공장(사이타마현)의 조업을 정지했다. 이토햄의 도쿄공장(치바현)은 햄이나 소세지를 취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전이 시작되기 전에 정리를 끝낼 필요가 있다. 정전 시간보다 오랫동안 공장이 멈출 수 있기에 생산량이 통상의 반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도쿄전력의 전력 공급능력은 대지진의 영향으로 3400만kw(다른 회사로부터 받은 전력 포함) 수준으로 떨어졌다. 화력발전소의 재가동이나 독립계 발전사업자로부터 공급을 받는다고 해도 5500~6000만kw 정도다. 통상 여름철의 수요와 비교해서 1000만kw 정도가 모자란다. 계획정전이 길어지면 기업 회복은 한층 더 늦어진다. 물류정체라는 마지막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필요로 하는 원재료나 연료를 계획대로 조달하지 못해 대응에 고심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폴라 오르비스호르딘그스’는 스킨케어 화장품을 넣는 용기의 일부에 대해서, 일본 피해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회사에 제조를 맡기는 일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 위탁을 한 회사인 후쿠시마현 소재 기업이 생산을 정지했기 때문이다. 가네보 화장품 등도 새로운 거래처 개척을 서두르고 있다. 수도권 최대의 정제능력을 가진 동연제너럴 석유의 카와사키 제유소는 풀 생산에 들어갔다. 석유제품의 부족상태는 서서히 완화될 전망이지만, 탱크롤리 차의 부족 등에서 오는 물류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일본 BCP전문가들은, 기업재난이 발생이기 이전에, BCP 차원에서 대비하는 일이 기업에서는 긴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장손상, 계획정전, 물류정체 등 3가지 제약 요인은 이번 같은 자연재난이 아니라고 해도 항상 발생할 수 있는 기업재난이기에, 사전대비책 차원에서 BCP를 준비해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BCP 활용 기업 조기복구에 성공

동일본 대지진은 태평양 연안을 중심으로 해서, 많은 중소기업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괴멸을 면한 기업 중에는 사업연속성계획(BCP)를 잘 활용해서, 조기복구를 완수한 케이스가 있다. 미야기현 나토리시의 리사이클 업체 ‘오일 플랜트 나토리’. 해안 근처에 있는 폐유나 폐플라스틱을 재처리하는 공장이다. 탱크 15기 중 3분의 2가 유실되고 설비 건물도 파괴되었다. 폐유 회수 업무는 지진재해 약 1주일 후에 재개되었다.

3월 22일에는 남은 탱크차와 설비로 공장 폐수의 중화처리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다케다 요이치 사장은 “금년 1월에 도입한 BCP(사업연속성계획) 덕분에 이번에 위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진재해 직후, 종업원 약 40명을 피난시키고, 본사가 있는 내륙 쪽의 민가로, 본사 기능을 이동시켰다. 폐유 회수 재개 일에 관해서는 현 내의 동업자와 제휴했다. BCP 업무 범위에는 운송업자 등 지원을 부탁할 수 있는 협력회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비상시에는, 폐수 처리 등에 대한 판매액이 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가정도 이미 해두었었다. 다케다 사장은 “어느 설비를 먼저 복구시킬 것인지 등에 대해서 미리 순서를 정해 놓았기에 우리 회사가 이번에 큰 덕을 보았다”고 강조했다. 센다이시 와카바야시구에 있는 건설업체 카이세이건설도 건물의 일부에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지진 다음날인 3월 12일부터 사원 약 40명을 동원해서, 복구작업과 관련된 지역 내 피해에 대해서 조사했다.

2010년 3월에 BCP정책을 도입해서, 종업원의 안부를 확인하는 메일을 보낼 수 있는 자동발신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 회사의 미나미 타츠야 사장은 “건설업이 피해를 입으면 인프라 복구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초기 활동체제를 재빨리 확보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각 현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BCP 보급률은 이와테현이 1할, 미야기현은 3할에 머무른다. 동북지방에 있는 현의 담당자는 “재해 현장은 아직 BCP를 바로 도입할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복구에 맞추어 BCP도입 지원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BCP는 이런 내용이다. 기업이 자연재해, 대형화재, 테러 등의 긴급사태에 직면했을 때에, 손해를 억제하면서 조기 복구하기 위한 방법, 복구수단을 결정하는 계획 등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중심사업을 정하는 일, 사업거점의 대체지를 준비하는 일 등이 기본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 바로 이런 일에 도움을 주는 게 BCP다.

지진 발생으로 농림수산업도 피해

동일본 대지진이 일본 농림수산업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은 진도 9.0을 기록한 일본 관측 사상 최대규모다. 또 세계적으로도 1900년 이후 4번째로 큰 규모이다. 인적피해도 엄청나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3월 31일 오후 기준으로, 확인된 사망자는 1만1438명, 행방불명자는 1만6541명이다. 합계 2만 7979명이다. 지진과 쓰나미에 의해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도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발전소에서 노심온도의 상승과 연료집합체의 노출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

방사성 물질은 계속 대기 중으로 확산되었고 대기 중 방사선 량은 커져갔다. 이처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적·물적 측면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농림수산업 피해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막대하다. 쓰나미로 인해, 항구의 암벽을 타고 넘어 올라와 이동을 할 수 없게 된 어선은 해체를 할 수 밖에 없다. 수산물의 선도유지 시설, 창고 시설이 피해를 입어 항구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와테현·미야기현·후쿠시마현에서는 어선과 항구시설, 양식시설 등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농업 피해도 만만치 않다. 지진과 쓰나미 영향으로 농작물의 침수나 유출, 가축의 사망, 하우스나 축사의 파괴 등이 발생했다. 또 농지의 파괴가 1,373개소(피해 금액 27억7800만엔), 농작용 시설의 파괴는 7,822개소(피해금액 17억2800만엔)에 미치고 있다. 또 피해는 산불이나 산길의 파괴 등으로 이어진다. 임야 관련 피해도 간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BCP 차원에서 재빠르게 대응했다.

지진의 발생과 그에 따른 쓰나미 발생에 의해, 사망자와 행방불명자의 발생, 도로 등 산업구조의 단절, 가옥의 붕괴·유출에 의한 피난민의 발생이 확인되자, 농림수산성은, 피해지의 식수·식료품·분유 공급에 즉각 나섰다. 지진 발생 다음날인 3월 12일에는 피해지에서 요청한 식료품 80만끼, 식수 27만통 가운데 이와테현·미야기현·후쿠시마현에 식료품 39만끼, 식수 12만통이 지원되었다.

이후, 농림수산성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에 대한 응급대책으로 5개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① 농림수산업, 관련 산업에 관계된 피해 및 대응상황에 관한 새로운 정보수집, 보고 등 ② 응급용 식품, 식수(페트병), 연탄 등의 조달·공급 대책 ③ 피해를 입은 농업용 댐, 연못, 취락용 배수시설, 산림, 항구 등 농림수산 관계시설의 응급복구 및 2차 피해 방지 대책 ④ 피해 구조견, 해외에서 들어온 지원물자 등에 대한 원할한 공급 ⑤ 어업단속선 등으로 피해상황 파악, 구조, 지원물자 운송 응급용 식료품, 식수 등의 지원이 빠르게 진행됐다.

3월 31일에 이미 식료품 1,463만 7000끼, 식수 165만 6000통, 분유 3만 8000통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외에, 수산청의 어업단속선과 조사선 등을 이용해 등유, 식료품, 식수, 연탄, 생활용품 등 물자를 운송했다. 농림수산성은 지진 관련 정보도 발빠르게, 쓰나미가 일어난 태평양연안 일본 국민들에게 제공했다. 농림수산성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식수와 식료품, 분유 지원과 함께 BCP 차원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동일본대지진 관련 포털사이트 개설

지진 발생 다음날인 3월 12일에는 농림수산성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지진 배너를 내걸었다. 농림수산성에 들어오는 식량의 확보·유통에 대한 정보와 피해를 입은 농림어업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이 수집한 정보는 현지에서 얻은 생생한 정보들이다. 3월 17일 어업단속선이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항구에서 구원물자를 내렸을 때에 현지주민으로부터 받은 메시지카드를 기본으로 해서 이런 정보를 수집했다. 외국인을 위해 농림수산성 홈페이지의 영문페이지에 정보를 올려 놓았다. 식료품·식수 지원 상황, 지진 및 농림수산업과 관련된 피해 상황, 기업에서 보내준 식료품을 무상제공하는 사업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휴대전화를 통해서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전된 피해지에서도, 피해를 입은 일본 국민들이 PC가 없어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포털사이트 개설 경위와 목적은 간단하다. 농림수산성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의 발생에 따른 피해자들, 그리고 모든 일본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사고에 따라서 일본 농축수산물에 방사능이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도 농림수산성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3월 23일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농축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포털 사이트’을 새로 개설했다. 인체나 농축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영향은 매우 중요하기때문에, 적절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정부도 중요한 과제라고 파악하고 있다. 관계부처에서 각종 조사·검토·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관계부처가 많이 있고, 방사성 영향에 관한 정보도 다뤄야 한다. 이 때문에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복수의 정보를 한 자리에서 집약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식료품, 분유와 식수 등의 지원물자의 조달과 운송 정보, 농축수산물이 방사선 영향을 받은 실태 정보에서부터, 정부 전체의 대응·정보 제공 상황까지 일목요연하게 전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농림수산성이 각 부처를 대표로 해서 정부 전체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포털사이트를 개설했다. 동일본대지진 발생 후 일본 농림수산성이 포털사이트를 개설하고 발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은 BCP(사업연속성계획)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