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멈춰라, 체르노빌이 예언한 후쿠시마

지은이 히로세 다카시/ 옮긴이 김원식/ 이음(02-3141-6126)/ 1만2000원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하지 않다. 이는 이제 세상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 정도로 널리 알려진 지식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원전에 대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고서 살아간다. 원전은 원전이고, 그냥 바쁘게 살아가는 인생은 인생이란 논리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원전의 실상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은 인생에서 직무 유기다. 이 책은 체르노빌을 비롯한 수많은 원전 사고를 살펴보면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서 대중적이고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원고 사고가 일어나면 으레히 당국이나 과학자들은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치부하지만 놀랍게도 원전 사고 뒤에는, 통제할 수 없는 원자력 물질을 인간이 다루면서 발생한 인적재난이란 사고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내진설계 기준을 낮게 잡아서 발생한 인재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원전 사고가 인재라는 시각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원전 산업 뒤에는, 인류를 모두 다 죽일 수도 있는 원전 위험을 담보로 해서 돈벌이를 하는 원전 기업들과, 이런 사실을 은폐하는데 동참하는 언론 매체들이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20년 전에 이 책을 쓰면서 이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예언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본문 199쪽을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후쿠시마 원전에 쓰나미가 일어나 해수가 멀리 빠져 나가면 원자로가 모두 멜트다운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 사람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말기적인 사태로 몰아 넣는 엄청난 재해가 일어날 것입니다.” 실로 등골이 오싹한 예언이 아닐 수 없다. 실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날아온 방사성 물질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같은 대목 하나만 보아도, 평생을 원자력과 핵의 위험성에 대해서 천착해 온 저자의 노고를 읽어낼 수 있다. 그는, 원전은 결코 안전할 수 없으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한다. 저자는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는 얘기 자체가 허구라고 질책한다.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가장 강력한 논리는 석유 같은 화석연료와 달리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 이란 설명.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유지하는데 어마어마한 양의 석유가 들어간다. 더 큰 문제는 방사성 폐기물 문제다. 처리기간은 반영구적이고, 게다가 폭발위험도 있다. 핵폐기물이 유출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저자는 이번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에 밀려드는 언론 취재에 응하느라 바빴다. 그는 고등학생 손자를 거론하면서 후대를 위해서 원전의 위험성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언론 매체에 내비쳤다.

<재난포커스 - 이교진기자(marketing@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