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중앙추진본부 제1차 정기회의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추진 중인 안심일터가 정작 노동단체 없는 반쪽행사로 진행돼 여러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중 현재 한국노총만이 안심일터에 참가하고 있다. 글 | 이정직 기자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지난 2010년 12월 20일 고용노동부가 ‘안심일터 만들기 중앙 추진본부’를 발족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안심일터가 노동계중 한국노총만 참여하는 반쪽 행사로 머물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안심일터는 산업재해를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7개 정부부처와 노사단체, 유관기관, 직능단체 등 18개 기관이 참여 안심일터 만들기 중앙 추진본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안심일터 만들기 중앙 추진본부는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노·사·민·정 관계자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산업재해를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고 교과부, 국토부, 환경부 등 7개 정부부처 차관, 한국노총·경총·중소기업중앙회 등 노사단체,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유관기관, 음식업중앙회·주택관리사업협회 등 직능단체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진행 하에 안심일터 중앙추진본부는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을 비롯, 재해 줄이기 정책개발 및 제도개선활동을 하고 참여기관들은 각자 정한 재해예방사업을 실행한 후 그 실상황을 살펴보게 된다. 지난해 말까지는 16개 광역시·도 단위로 ‘안심일터만들기 지역별 추진본부’를 발족, 전국 규모의 조직체계를 갖추고 지역특성에 맞춰 재해예방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도 안심일터 만들기 추진본부가 구성되고 있으며, 안심일터 만들기를 참여기관별로 기관 특성에 맞는 브랜드사업을 발굴·추진하며 산재예방활동도 펼치고 있다.

민주노총 반발 사업 불참사태

하지만 이같이 의욕적으로 출발한 ‘안심일터 만들기 중앙 추진본부’ 가 사업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주노총의 반발을 사 결국 민주노총이 사업에 불참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0년 12월 20일 사업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주노총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재완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안심일터 만들기 중앙 추진본부’를 발족시켰다. 이에 따라 안심일터 추진본부의 노동계에서는 한국노총만 참여하게 됐다.

안심일터는 재해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산업 재해율이 0.7%대에서 정체되는 것을 놓고 산업안전보건분야 성과목표인 재해율 0.6%대 진입을 달성하기 위해 연초부터 재해감소 노력을 전개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급증하던 산업재해를 감소추세로 전환하기 위해 ‘재해예방 역량집중 100일 추진계획’을 수립 시행하기도 했다.

노동부의 이를 위해 20일 경기도 반월공단 인근에 있는 중소기업연수원에서 ‘안심일터 만들기 중앙 추진본부’ 발대식을 개최하며 그 의욕을 보였다. 노동부는 당시 출범식에서 “산업재해를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노동부의 사업을 두고 전시행정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재예방을 위해서는 노사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부가 먼저 정책을 수립한 뒤 나중에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사업을 결정하는 절차와 내용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행사 취소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그러자 노동부는 뒤늦게 12월 21일 ‘제3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 플러스’에 관한 노사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열겠다고 공문을 발송했었다. 산재예방 5개년 계획 플러스에는 안심일터 만들기 추진본부 운영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양대 노총, 안심일터 관료행정 잔치 비난

당시 민주노총은 지난 12월 20일 성명을 내고 “안심일터 만들기 중앙 추진본부 발대식은 산재예방과 무관한 관료행정 잔치에 불과하다”며 “아무런 반성이나 개선의지도 없이 이미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국민에게 발표한 사업계획에 대해 이제 와서 회의나 해 보자는 것은 기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우리나라가 2008년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55호(산업안전보건협약)와 187호(산업안전보건 증진체계 협약)는 산업안전보건·작업환경에 대한 국가정책이나 산재예방체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노사대표기구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노동부는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중장기 기본계획을 공표하기 전에 노·사·공익을 대표하는 자로 구성된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작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현장 노동자”라며 “따라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수적이며 때문에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오히려 거꾸로 노동자의 참여를 배제시키고, 평생 노동현장의 위험을 경험해보지 못한 탁상관료들을 모아놓고 정책을 입안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부의 반민주적 관료행정이 계속되는 한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정부의 외침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말했다. 민주노총은 “산업재해예방을 위해선 사업주에 대한 관리·감독 및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반대로 사업주 처벌기준을 더 완화하는 등 산재예방정책에 역행해왔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국노총 관계자도 “산재예방 5개년 계획 플러스에 대해서도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여러 차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그대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며 “주체인 노동계를 빼고 무슨 산재예방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2014년까지 근로손실일·사망자·부상자 30% 줄이겠다”

정부가 안심일터를 강화하는 것은 산업재해 관련정책의 목표를 재해율 감소에서 근로손실일·사망자·부상자 감소 등으로 다양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과 하청업체 안전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제3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 플러스’를 발표했다.

0.7%대에서 정체돼 있는 재해율을 0.5%대로 줄이기 위해 지난해 3월 발표한 ‘제3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도 보강했다. 노동부는 근로손실일수와 사고 사망자수·사고 재해율 감소를 5개년 계획에 추가했었다. 노동부는 이에 따라 평균 휴업일수 기준으로 2005~2009년 325만일이었던 근로손실일수를 2014년까지 30% 감소한 228만일로 줄일 계획이다.

사고사망자수 역시 같은 기간 1천 392명이었던 것을 30% 감소한 974명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사고재해(천인)율은 같은 기간 4.45에서 30% 줄어든 3.12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또 기존 5개년 계획대로 현재 9만 명대인 재해자수를 6만 명대로, 0.7%대인 재해율을 0.5%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존의 재해율 감소 목표에 재해의 구체적인 정도가 반영되지 않아 재해 감소 목표치를 다양화했다”고 설명했다.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나 하청업체의 재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추가됐다. 노동부는 사업장의 직·반장 등을 안전보건반장으로 지정해 2014년까지 100만명을 육성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협력사와 공동으로 안전시설 설치 등 ‘원·하청 업체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실시할 경우 각종 지도점검을 면제하고 정부 포상시 우대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조선·제철·화학 등 기간산업과 건설업·제조업·서비스업 등 특성에 맞는 재해예방대책을 수립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심일터, 효율적 재난관리의 필요성

반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제3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 플러스’는 지난해 3월 발표된 ‘제3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대체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노동계는 기존 산안법에 따라 시행하고 있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제도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나 개선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데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조기홍 한국노총 안전보건연구소 국장은 “명예산업안전감독관제도도 제대로 운영이 안 되는 상황에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안전보건반장 제도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고 사망율만 놓고 보면 미국·일본·독일에 비해 20년 뒤쳐져 있는 실정이다.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는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또한 막대한 비용이 지급되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으며 이것이 안심일터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안심일터가 제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예상돼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