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격동(turbulence)의 시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격동의 파고가 거세지고 있다. 격동이란 태풍, 토네이도, 쓰나미 같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세상을 대 혼란에 빠뜨리는 자연재난은 물론 금융위기로 인해 순식간에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황과 침체, 심지어는 대공황을 유발할 수 있는 사회적 재난도 포함한다(2009년 필립 코틀러). 2001년 발생한 9·11테러에 이어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미국발 금융위기인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인도의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사건, 중국 쓰촨성 지진과 일본 미야기현 쓰나미와 그로 인한 원전사고, 그리고 국내의 구제역 파동 등 이제 세계는 끊임없이 위험과 불확실성에 직면한 격동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격동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는 <글로벌 트렌드 2025>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여 핵심 트렌드를 정의했다. 그리고 그 트렌드를 이끄는 요인들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그 요인들이 서로 어떠한 영향을 끼칠 지를 예측했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가까운 장래에 세계가 지속적으로 붕괴, 격동, 혼돈, 폭력에 직면하리라는 점이 주목된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 때문에 기업의 리더들이 업무의 연속성 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을 통해 기업을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으로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난점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이같은 요인들은 세계 각지의 여러 기업들에게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9월 <맥킨지 쿼터리>에서 1453명의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대중과 정치권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고, 그리고 주주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세 가지 이슈를 제시하라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절반이 기후문제와 환경문제를 중요 이슈로 꼽았다. 이와 함께 필립 코틀러는 2009년 <카오틱스>라는 저서에서 오늘날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 요소들 중의 하나로서 자연환경을 언급하였다.

그는 그 저서에서 오늘날 기업들은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사명감이 더욱 커졌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녹색운동’, ‘환경청정사업’ 등 환경에 관련된 요인들이 기업의 성과와 가치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위의 현상에서 보듯 우리사회는 산업화와 정보화를 거쳐 지식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 곳곳에서 심각한 격동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격동의 여파에 따라 기업들은 ‘사회적 공헌’과 함께 ‘기후와 환경’과 같은 재난관리를 중요한 경영활동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경영 패러다임은 그동안 꾸준하게 제품지향에서 판매지향으로, 그리고 고객과 사회적 지향으로 진화해 왔다. 그 결과 브랜드, 리더쉽, 고객가치, 그린비즈니스, 기후와 환경, 사회적 책임, 인적 자산, 투명성, 기술과 혁신 등과 같은 요소들이 21세기의 중요한 자본 요소들로 떠오르고 있다.

 2. 사회 트렌드에서 보여지는 재난인식

내가 위에 예시한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업이 제공하는 홍보를 통해 인지되고 있는데, 요즘 신문이나 텔레비전 혹은 각종 인쇄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광고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대부분의 광고주제가 제품과 기업 위주에서 사람과 사회 및 친환경 위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광고의 컨셉이 바뀌는 배경은 무엇일까? 나는 그 해답을 위에 언급한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사회의 트렌드 변화에서 찾고자 한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떠오르는 사회의 메가 트렌드들 중 우리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들이 바로 세계화, 정보화, 감성화, 디지털화 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사회의 네트워크화를 지향하면서 생활의 유비쿼터스 활성화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두 가지 면에서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전자는 이들의 유기적 결합으로 인해 사회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종으로 혹은 횡으로 그물망처럼 연결되면서 전 세계를 하나의 지구로 연결하는 글로벌 스텐다드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후자를 살펴보면, 바로 그런 특성으로 인해 지구상의 어느 한 곳에서 위기가 닥쳤을 때 순식간에 그 위기의 여파가 전 세계로 파급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오늘날의 이런 사회적 트렌드는 지구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전 세계의 모든 지역으로 확산시키면서 이제 인류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러한 영향력의 공동운명체라는 현실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3. 경영과 재난관리

결국, 인간과 자연을 중시하는 사회적 트렌드의 이러한 변화는, 이미 서두에서 언급하였던 격동의 시대에서 나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과 자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재난관리에 대한 기업의 대비 수준은 과연 어느 단계에 있는가? 9.11 테러 이후 몇몇 다국적 기업들이 모건스탠리의 성공적인 재난관리 극복사례를 보면서 기업의 경영활동에 재난관리를 접목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 대기업들 중 기업경영에 재난관리를 접목시켜 나름대로 기업경영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과 매뉴얼을 이미 준비해 놓고 시연하는 기업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업은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난과 사회적 재난 혹은 인적재난에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일부 기업들은 아예 인적재난이나 사회적 재난, 자연재난에 대해서 관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 하겠다. 사실 재난은 그 속성상 아무리 대비를 잘 한다 하더라도 완벽하게 방지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태풍이나, 홍수, 지진이나 쓰나미 혹은 해일이나 대설 같은 자연재난은 기상청을 통해 그 정보를 사전에 인지한다 하더라도 그 속성이나 강도 혹은 정확한 사전예측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그것은 평소에 전 세계에서 재난관리를 가장 잘하는 국가로 정평이 나있던 일본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지난 3월11일 미야기현을 강타한 쓰나미로 인해 한달이 지난 4월 11일 현재 사망, 실종자 공식 집계가 2만 7800명이 넘었지만 지금도 계속 그 숫자가 불어나고 있다. 이재민 발생은 15만 5000명에 이른다. 이런 현실을 보아도 재난피해를 피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 극명한 사실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렇게 무서운 자연재난도 사전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하느냐에 따라 그 피해의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후다이라는 어촌마을에서는 촌장의 지혜와 고집으로 인해 마을 방조제를 15m가 넘게 건설했다. 지난 3월 11일 약 14m 규모의 쓰나미가 이 마을을 덮쳤지만 높이 15.5m가 넘는 방조제와 수문 덕분에 3000여 명에 달하는 마을 사람 전부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화생방사고 및 환경오염사고 등과 같은 인적재난 또한 사전에 관리하기에 따라서 자연재난처럼 그 피해의 정도를 경감하거나 회피할 수 있다. 우리는 9.11테러를 통해 평소에 재난관리를 해왔던 모건스탠리 같은 기업과, 관리를 하지 않았던 기업들 간에 엄청난 피해의 차이가 나타난 것을 발견하였다. 이와 함께,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에너지, 통신, 교통, 금융, 의료, 수도 같은 국가기반체계의 마비와 전염병 확산 등으로 인한 사회적 재난 또한 피해를 완벽하게 방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적재난과 특히, 사회적 재난은 이미 언급하였듯이 평소에 그런 재난에 대해 어떻게 준비를 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피해의 결과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지난 겨울에, 사회적 재난에 해당하는 구제역 파동을 겪으며 고군분투 했었던 유관기관의 모습을 되돌아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한 아픔과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기업이나 조직은 재난관리를 통해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힘을 기를 수 있으며, 강한 인간적 공동체를 형성하여 위기에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김영이 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그리고 바로 이런 점들이 기업이나 조직의 평판도를 상승시키게 된다. 이제 사람을 생각하고 환경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고 있다. 결국 오늘날과 같은 격동의 시대에는 이렇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재난관리를 통해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기업들이 위험과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가면서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