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it & See 전략

몹시 굶주린 여우가 속이 빈 참나무 구멍에서 양치기가 잊고 놓아둔 약간의 빵과 고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살금살금 기어들어가 그것을 먹어치웠다.

배가 잔뜩 부른 여우는 그 구멍에서 다시 나올 수가 없었다. 다른 여우가 지나가다가 그의 외침과 비탄의 소리를 듣고 다가오더니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사정 이야기를 듣고 난 여우가 말하기를 “음 그렇다면 네가 들어갔을 때처럼 배가 훌쭉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겠군. 배가 훌쭉해 지면 쉽게 그곳을 빠져나올 수있다구”하고는 그 자리를 떠나 버렸다. 이것은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모든 일은 때가 되어야 되는 것이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동시에 여유 있게 생각하여 전략가라면 들어갈 때 음식을 먹고 나면 어떤 상황이 될 것인가를 미리 생각했어야 한다. 배가 불러진 후에 들어간 구멍을 나올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했어야 했던 것이다.

냄비속의 개구리 전략

냄비에 물을 담아 개구리를 넣은 다음 서서히 가열하면 개구리는 가만히 웅크린 채로 죽는다. 개구리는 서서히 더워지는 물의 온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이다. 그러나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개구리는 참지 못하고 튀어나온다. 이처럼 급작스러운 변화에는 과격한 반응을 보이지만, 점진적으로 아주 천천히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느린 속도로 변화를 추구하면 그 상대는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게 그에 적응해버린다.

따라서 변화의 추구에 시간성의 요소는 아주 중요하다. 그러므로 조용히 그것도 아주 조용히 상대를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냄비속의 개구리처럼 상대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느린 속도로 변화를 시도하라.

천적 전략

세상은 재미있게 구성되어있고 그 진행절차마저 아주 엄격하게 규칙적이고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은 세상 전체국면을 일괄적으로 조망했을 때 해당하는 말이다. 물론 세상을 시/공간적으로 조망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사람을 포함하여 장단점을 반드시 가지고 있다.

그것도 정확하게 반반으로 말이다. 미모가 출중하면 성격이 괴팍하다든지, 두뇌가 명석하면 게으르다든지, 몸집이 크면 약간 둔하다든지 등등. 이렇듯 세상사는 강한 점이 있으면 약한 점이 있으며 동시에 강한 상대가 있으면 약한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천적이 있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최근 농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해충을 퇴치하는데 천적을 이용(진딧물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당벌레를 이용한다)한다는 보도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들이야말로 전략가다.

왜냐하면 천적을 이용하여 해충을 퇴치한다면 그것은 해충을 퇴치하면서도 농약의 피해로 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기 한 마리가 사자의 등에 올라타고 말하였다. “난 자네가 무섭지 않아. 자네가 나 보다 잘 하는 것이 하나도 없거든, 만일 자네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라구. 보나마나 앞발톱으로 할퀴거나 이빨로 물어뜯는 일이겠지 남편과 다투는 여자라면 누구나 그 정도의 것은 할 수 있다구. 나는 자네보다 훨씬 강하다구. 어디 자네가 나보다 강하다면 한번 덤벼 보라구.”

그리고는 용감하게 사자의 얼굴 중에서 털이 없는 콧구멍 둘레를 쏘아대면서 사자에게 달라붙었다. 사자는 앞발로 자신의 얼굴에 계속 상처만 내게 되어, 마침내 싸움을 포기하였다. 더욱 우쭐해져서 의기양양해진 모기는 승리감으로 신명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러나 모기는 그만 거미줄에 걸려들고 말았다. 결국 거미에게 잡아먹히게 된 모기는 가장 힘센 동물과 싸우기를 서슴치 않은 자신이 거미와 같이 보잘 것 없는 동물에 의해 죽게 내버려 두는 운명의 장난을 통탄해 마지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백수의 왕자라고 하는 사자가 모기에게 수모를 당하고 그 모기는 거미줄에 꼼짝하지 못한다는 천적의 사이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을 둘러보면 반드시 천적은 있게 되며 그 천적을 찾아 이용하는 것이 전략의 한 표본이다.

비타민 전략

흔히 사람들은 “무슨 무슨 비타민이 좋다. 아니다 종합 비타민이 좋다” 하면서 비타민을 상시 복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 좋아질 것이다. 신체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일정 기간 복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인체라는 것이 일반 음식물을 섭취하면 거기서 필요한 비타민을 섭취하고 섭취하지 못하는 것은 인체 자체가 생산하여 필요한 곳에 쓰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외부에서 비타민을 계속 제공하면 신체는 비타민을 음식물에서 섭취하는 활동이나 자체 생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 결과 비타민을 음식물로부터 분리 섭취하는 활동과 비타민 생산을 중단하게 되며 마침내는 비타민을 섭취하거나 생산하는 시스템은 퇴화해버린다. 이렇게 되면 신체는 외부에서 완제품의 비타민을 어떠한 수단을 강구하던지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다. 아편(마약)이 그렇다. 아편과 비타민의 차이점은 비타민은 인체의 보다 원활한 활동을 위해 투여한 것인데 반해 아편은 일시적인 정신적 쾌락을 위해 투여한 것이다. 계속하였을 경우 비타민은 신체내부의 일정 비타민 관련 섭취 및 생산 활동에 장애를 초래하는데 그치지만 아편은 그 중독성 때문에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황폐를 초래한다.

그래서 아편은 반인륜적이다. 그러므로 모든 국가는 아편을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비타민이건 아편이건 수혜자는 의존성이 증가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선의적 차원에서 전략을 구사할 때에는 비타민 전략을, 그리고 악의적 차원에서 전략을 구사할 때에는 아편전략을 구사하면 될 것이다. 다만 전략적 차원에서 고려가 되는 것은 이 수혜자의 의존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비타민 전략을 쓰고자 할 때에는 컨트롤 레버를 확실하게 확보해야한다. 비타민을 쓸 것인가 아편을 쓸 것인가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전략적 상황을 고려해서 선택하겠지만 장기적 차원의 전략을 구사할 때에는 비타민 전략을 써야한다. 그것이 대개 인륜에 거역하지 않는 방법이고 그렇게 함으로서 관계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기가 쉽기 때문이다.

기업합병(M&A)에서 이런 전략이 많이 사용된다. 마피아들은 주로 아편전략을 쓰고 있으며 공적 기관에서는 비타민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 포용전략의 저변에는 비타민 전략이 깔려있으리라 생각한다.

갈등 해결 전략

갈등은 상호간의 추구하는 이익이 다를 때 나타나는데 그것은 같은 사안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같은 사안을 다르게 볼까 그것은 그 밑바닥에 이기주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기주의가 아니고 이타주의가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다면 애초부터 갈등이 생길 근거가 없어진다.

그런데 이타주의는 실행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상당한 마음 공부가 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문제는 우리들이 부닥치는 일들은 필부필부를 상대하는 것이므로 그들은 대개 이타주의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며 더구나 그들에게 이타주의를 실행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본능적으로 발휘되는 이기주의를 바탕에 두고 일을 처리하는 방법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그렇다면 이기주의를 바탕에 두고 만들어지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양자가 서로 이익이 되게 해야 한다. 즉,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윈/윈 게임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윈/윈 게임으로 만들 것인가 그것이 문제고 그 문제를 푸는 것이 전략이다.

그러니까 이것을 갈등 해결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갈등의 해결전략은 현재 경쟁하고 있는 가치를 잘 분석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지금 서로가 지키려고 애쓰는 가치를 잘 분석하여 그 상위 가치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다음 단계다. 그 상위 가치가 확인이 되면 그 상위 가치에 대하여 갈등 당사자 간에 서로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서 윈/윈이 된다고 인식하고 수용하게 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다.

이렇게 되면 갈등이 해결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하고 있는 가치로 부터 상위 가치를 확인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알고 보면 컬럼버스 달걀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분한 상태거나 지나친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는다. 많은 경우에 자기가 현재 몰입하고 있는 상황을 벗어나 상위의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럴 때, 제3자 또는 학식이 있는 분이 그 상위 가치를 찾아내어 설명하고 갈등 당사자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이 과정은 복잡하고 인내를 요구한다. 그 과정을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인가가 갈등 전략의 진수다. 이러한 갈등 해결 전략은 상호 경쟁하는 틀의 외연을 상위 계층으로 확대하여 경쟁함으로서 경쟁 상대와 같은 가치의 범주에서 상생으로 틀을 바꾼 전략이다.

미인계 전략

미인계란 아름다운 여자를 이용하여 상대방조직을 분열시켜 승리하는 전략이다. 미인계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강태공의 “육도”라는 병법서인데, “상대방을 무너뜨리려할 때 무기와 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방 신하들을 포섭하여 군주의 눈과 귀를 막아버리고 미인을 바쳐서 군주를 유혹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또한, 군주론의 저자로 유명한 마키아벨리는 “여자가 끼어들어 나라가 망한 사례는 얼마든 있다. 그러나 여자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끼어듦으로서 생기는 불의의 사건에 의해 조직의 질서가 깨지는 것이 가장 두려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미인계는 적의 세력이 강하여 정면승부가 어려울 때 쓴다. 전략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이소제대 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필요하다.

현재의 무력 경쟁으로는 이길 수가 없으므로 미인을 이용하여 상대의 조직을 분열시켜 전투 현장에서는 전투력이 제대로 구사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미인계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이용한 전략이다. 세상의 모든 남자는 미인을 좋아하게 되어있으며 그것은 본능이다. 강한 남자일수록 여자에 약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직의 장이 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그 조직은 와해하기 시작한다.

우선 조직의 장이 사고가 흔들려 판단이 흐려지면 이를 알아차린 부하들의 기강이 해이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그 조직이 제대로 된 파워를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유명한 미인계는 적벽대전에서 주유의 부인인 소교는 남편을 위해 조조를 유혹하여 조조가 대패하게 만들었고 ‘와신상담’고사의 주인공들인 구천과 부차의 복수전에서도 구천이 보낸 서시에게 유혹을 당한 부차 역시 패배하였다.

김진항
	공무원 연금공단 상임이사, 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 예비역 육군 소장

미인계를 전략적 차원에서 평가하면 열세한 전력으로 강한 전략을 이기기 위하여 정면대결의 장에서 열세한 경쟁의 틀을 미인으로 적장을 유혹함으로써 적장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동시에 조직을 와해하여 전투력의 상대적 투사능력을 저하시킴으로서 우세한 경쟁의 틀로 전환하는 것이다. 요컨대, 미인계 전략은 약자가 강자와의 경쟁에서 이중으로 경쟁의 틀을 만들어 싸우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