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의 나라 일본에서는 지난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후 생활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정부보다 발 빠르게 대처하는 민간단체가 있는가 하면 응급대응에서부터 장기적인 복구까지 정부와 방재기관, 관계기관 등이 상호 협조해 재해대응에 임하고 있다.

<재난포커스 - 이교진기자(marketing@di-focus.com)>

초광역 복합재해지도 작성 등 통해 복구총력

일본민간단체는 동일본대지진 응급대응에서 장기적인 복구까지 정부와 방재기관, 관계기관 등이 상황인식을 같이하고 재해대응에 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 등 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이 연계해서, 긴급지역작성팀(EMT: Emergency Mapping Team, 정식명칭: 동북지방태평양연안지진긴급지도작성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지금까지 400개가 넘는 지도를 작성했다. EMT에서는 지난 3월 13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구역내에 건물동수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를 작성했다. 이 지도에는 전국의 방사능측정치의 추이, 피해지역의 세대분포, 피해지역의 65세 이상 인구 분포, 고립자 정보, 수송거점 등이 소개되어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결정과 봉사단 등이 지원활동에 도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성은 교토대학방재연구소의 하야시 하루오 교수가 주도했다. 이는 지난 2007년의 니가타현 나카고 지진 당시 니가타현 피해대책본부내 지역작성반을 구축해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하야시 교수는 이번 지진을 여러 도·현이 동시에 피해를 입은 것이며, 지진·쓰나미·원자력사고라고 하는 복수의 재해가 얽힌 초광역 복합재해라고 말했다.

하야시 교수는 “피해대응에 관한 공적기관과 민간조직의 수는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증가했지만 효과적인 피해 대응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조직 등이 연계를 확실하게 해야한다”며 “이를 기초로 정보의 공유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관계된 사람들이 상황인식을 통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관계기관이나 현·시읍면에서 재해상황과 복구상황에 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기는 하지만, 재해대책본부가 다량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 업무처리용이 아닌 일반사람이 알기 쉽게 다시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EMT에서는 지금까지 ▲각 방재관계기관이 발표하고 있는 피해와 복구 등 문장과 표로 되어 있는 정보를 통합하여 지도에 표시 ▲각 방재관계기관이 대책 등을 검토하기위해 필요한 정보지도를 작성 ▲정부내부에서 사용하기 위한 정보정리 지도를 작성하는 등의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상에서 다른 제공원의 기술과 컨텐츠를 통합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매쉬업이라는 기술을 이용, 피해전의 주택지도와 피해후의 위성사진을 GIS(지리정보시스템)상에서 포함시키는 한편, 쓰나미에 의해 유출된 가옥을 화면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이 시스템을 사용한 본격적인 조사 개시할 예정이다.

재해 증명으로 피해자 지원, 피해상황 확인

EMT에서는 또 이 매쉬업기술을 더 발전시켜, 피해자가 전국 어디에 있어도 재해 증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피해자 명단정리 시스템의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하야시 교수에 의하면, 피해자의 생활 재건을 위해서 재해 증명은 각종 피해자지원제도의 전제가 되는 필수요소이다. 그러나 피해지역에서는 재해 증명을 발급하는 역할을 가진 기초적 지자체가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작업은 생각처럼 진행되지 못했다.

하야시 교수는 “피해자 중에는 재해 증명을 받고 싶어도 피해지에 남아있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고 추측하고 있다. 한편 EMT는 재난피해주민이 재해증명을 받으려면 본인인증, 주택(주소, 구조에 관한 정보 등), 피해상황의 3가지 정보를 연결한 피해자명단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중에 본인인증 및 주택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스스로 신청을 하도록 했다.

건물피해상황에 대해서는 매쉬업기술에 따라 유출주택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현지조사의 부담을 경감시키도록 했다. 이는 건물피해의 조사와 피해자의 신청업무를 EMT에 지원하게 되면 지방지자체의 업무는 대폭 경감될 뿐 아니라, 창구에서 본인확인만 되면, 재해증명의 발행부터 지급까지 원활하게 실시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시스템을 통한 피해자 네트워크를 만들면 피해자끼리 연락을 취할 수 있고, 민간기업· 전국지자체와 일부 데이터를 공유하게 돼 피해자의 전기요금과 주택요금을 할인하는 등 지원도 가능하게 된다. 이번 EMT에 참가기업·연구기관은 약 40단체에 이른다.

정부보다 발 빠른 지원 ‘재해있는 곳에 생협있네’

지금 일본은 대지진, 해일, 원전 사고란 미증유의 재난과 맞닥뜨려 있다. 지난 3월 11일에 일본 도호쿠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해일로 사망자는 1만3705명, 행방불명자는 1만4175명이며 13만7027명이 피난소 생활을 하고 있다. 더욱이 후쿠시마현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수습이 더뎌지면서 수천 구의 유체도 한 달 이상 방치되어 13일부터 방호복으로 무장한 경찰이 겨우 수습을 시작한 상황이다.

일본 사회 전체는 긴급지원과 복구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재민 스스로 서로 돕는 정신과 강인한 인내력으로 버티고 있으며, 일본 최대의 소비자조직이며 전국 조합원이 2500만 가구가 넘는 일본생협연합회(JCCU) 및 회원 생협은 지진 발생 후 30분 만에 대책본부를 마련하고 신속한 지원활동에 나섰다. 맨 먼저 실시한 것은 긴급지원물자 수송으로 재해 당일 야간부터 4월 1일까지 보낸 물자수송 트럭 수는 1407대, 지원 물자는 1017만점(JCCU 집계분), 직원 파견인원은 2802명이다.

재해지역에 들어간 생협 직원들은 피난소 취사 활동, 고립지역에 생활물자를 제공하기 위한 이동판매차량 운행, 지역 주민의 생활 안정을 위한 신속한 생협매장 재건, 조합원 안부 확인 활동에 나섰다. 특히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생활물자 공급이 부족해진 원전에서 가까운 하마도리 지역의 노인요양홈, 복지시설, 어린이집 등에는 생협이 먼저 연락을 넣어 부족 물자를 파악하여 4월 3일까지 시설 403곳에 쌀, 생수, 음료, 채소 등을 공급했다.

의료복지생협연합회는 3월 말까지 의사 109명을 비롯한 529명의 직원을 파견하여 피난소 순회진찰, 가설진료소 설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가까운 의료생협의 입원환자 대피를 서둘렀다. 1995년의 한신 대지진 이후 전국의 생협은 대형 재난에 대비해 각 지방자치단체와 ‘재해시 물자제공협정’을 체결했는데 체결 지자체 수는 2010년에 광역지자체 46곳, 기초지자체 310곳에 이른다.

또한 일본생협연합회는 연합회에 납품하는 가공업체 72곳과 ‘지진 등 대규모 재해 발생시 상품의 우선공급에 관한 협정서’를 맺어 긴급지원 생활물자(음료수, 컵라면, 통조림, 휴대용 난방용품, 휴지, 기저귀, 생리대 등 231품목)를 우선적으로 연합회 쪽에 납품하여 재해지역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본생협연합회는 이런 협정을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예상연습을 매년 조직적으로 벌여왔기 때문에 이번 재해 때 신속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한신 대지진 때 전국의 생협에서 달려와 헌신적으로 지역 주민의 생활 안정을 위해 협동의 힘을 발휘했던 경험에서 ‘재해 있는 곳에 생협이’란 조어가 생겨났다. 당시보다 5배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는 이번 재난 속에서 일본의 생협이 발휘하는 협동의 힘은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