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전략이 암묵적으로 다루는 기본은 ‘경쟁관계의 양방이 서로 동일한 가치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경쟁하는 틀’에서 그 가치를 차지하는 방법론을 다루어왔다. 전쟁은 말할 것도 없고 회사나 개인도 같은 성향을 띠어왔다.

그러나 미래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조짐이 눈에 들어온다. 미래에는 동일한 가치를 나누는데 치중하기 보다는 그 ‘가치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상호 협력하고 그렇게 하여 더 커진 가치의 파이를 우호적 관계에서 나누는 방향’으로 전략이 발전할 것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한정된 가치를 서로 차지하려는 경쟁적 차원의 내부 경쟁의 틀이지만 후자는 가치를 나누기 전에 그 가치 자체를 키우는데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므로 경쟁의 틀은 외부 경쟁의 틀이 만들어진다. 상생 화합하는 내부적 문제는 리더십으로 대체될 것이다. 훌륭한 리더십으로 만들어진 상생 화합하는 내적 분위기는 다른 외부적 조직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는 이기주의를 바탕으로한 무한 경쟁의 철학에서 태동된 것이고 후자는 이타주의를 바탕으로 한 상생 화합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일본의 성공한 기업들은 사원의 행복이 목표인 경우도 있고 사회에 봉사하는 것을 기업의 중요한 가치로 하는 기업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더 큰 가치를 얻기 위하여 경쟁보다는 상생 화합이 더 좋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성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미래에 대한 기본 전략은 사회적 트렌드의 변화를 읽고 무한 경쟁의 틀에서 상생 화합하는 틀로 바꾸는 것이 될 것이다. 요컨대, 미래 전략의 관심은 추구하는 가치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어떻게 상생 화합할 것인가에 모아질 것이다.

내부지향 전략과 외부지향 전략

전략을 구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부지향 전략과 외부지향 전략으로 구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러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전략의 적용 범위가 확대됨에 따란 생긴 결과다. 전략의 개념이 등장한 초창기에는 당연히 경쟁관계에 있는 당사자 간에서 서로 이기려고 하는 방법으로 필요한 것이 전략이었다.

그러나 ‘전략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유용한 방법론’으로 인식되기 시작함에 따라 내부 조직의 효율화를 위한 리더십 분야에서도 전략이 원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주체가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내부의 역량을 키워서 외부의 경쟁자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내부지향의 전략은 전략의 주체와 객체가 동일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므로 내부 구성원이 동일한 목표를 지향하도록 역량을 모으는 것이 필수다. 이러한 것은 결국 리더십으로 귀결이 되는데 그 수단은 감동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리더십을 위한 연구 결과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구성원 모두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심으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해야 하는데, 채찍과 당근도 때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하겠지만,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최상이다. 사람이 자발적으로 노력하게 만들려면 스스로 느끼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외부지향 전략은 경쟁 상대와 경쟁에서 이겨야 하므로 지향하는 목표는 지극히 배타적이다. 오직 뺏느냐 뺏기느냐 의 문제다. 이러한 사례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것이 전쟁이다. 전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승리만이 미덕이다. 전쟁에서 승리를 대신할 가치는 없다. 적과의 관계에서 이기는 방법은 미처 적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전쟁은 현재 열세하다고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결정이 나면 전략의 우세, 열세와 상관없이 싸워서 이겨야 한다. 상대와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장소와 시간, 방법으로 자신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되는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

그것은 기존의 것을 전부 벗어던지고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사고의 전환을 통해 그 방법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전략이고 전사(戰史)는 이러한 사실을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는 내부지향 전략과 외부지향 전략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의도된 전략과 창발된 전략

기업에는 두 가지 전략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의도된 전략이고 또 다른 하나는 창발적 전략이다. 의도된 전략이란 실행에 앞서서 미리 무엇을 할 것인가를 잘 조사하여 선정한 전략을 말하고 창발적 전략이란 미리 전략을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성과를 내는 활동이나 좋아 보이는 방향이 사후적으로 발견되어 채택된 전략을 말한다. 의도된 전략이 사전적으로 계획된 전략이라면 창발적 전략은 사후적으로 생겨난 전략을 말한다.

 위의 분류는 의도적 분류에 지나지 않을 뿐이지 실제로는 두 가지 전략이 동시에 작용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지 처음에 시작할 때에는 전략 상황판단을 근거로 의도된 전략을 수립할 것이고 그 의도된 전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상황에 즉각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창발적 전략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러한 창발적 전략이 필요한 소이는 인간이 갖는 기본적 약점에 기인한다. 아무리 훌륭한 통찰력을 가진 지도자라 할지라도 이 세상 우주 만사의 모든 일을 정확히 꿰뚫어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혹은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때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할 것인바, 그것이 바로 창발적 전략이다.

의도된 전략이 조미니에 가깝다면 창발적 전략은 클라우제비츠에 가깝다. 이 두 가지 전략은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두 전략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된 상황을 신속히 감지하여 그에 적절한 창발적 전략을 지속적으로 수립·시행하는 것이다.

전략가로서 조미니와 클라우제비츠

조미니와 클라우제비츠는 근대 전략 사상가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들이다. 조미니가 스위스 태생으로 나폴레옹의 참모로 활동한 사람이라면, 클라우제비츠는 프러시아 사람으로서 나폴레옹과 싸운 사람이다. 이들이 가진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 모두 나폴레옹을 연구하여 전략서를 저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결과는 우선 보기에 정반대로 나타난다.

조미니는 불어로 나폴레옹 전쟁을 분석한 글을 대체로 쉬운 용어로 쓴 반면 클라우제비츠는 독일의 관념적 철학을 바탕으로한 어려운 독일어로 전략론을 썼다. 하기는 클라우제비츠가 죽고 난 후 부인이 유고를 모아 책으로 발간한 것이어서 엄밀하게 말하면 퇴고도 하지 않는 초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클라우제비츠의 책은 어렵다. 따라서 독일 장교들조차도 클라우제비츠보다는 조미니를 더 많이 읽었다고 한다.

두 전략가의 차이는 두드러지는데 클라우제비츠는 우리에게 전략적 직관을 알려주었는데 반해 조미니는 우리에게 전략적 기획을 알려 주었다. 조미니의 전략적 기획에서는 목표지점을 먼저 선택한 다음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이에 반하여 클라우제비츠의 전략적 직관에서는 머릿속에서 전체적인 그림이 합쳐지고 그 그림의 일부인 결정적 지점을 알게 된다.

먼저 목표 지점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는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나폴레옹은 전략적 직관, 즉 통찰력으로 전쟁을 지휘하였고 그 결과 많은 전투에서 승리하였다. 나폴레옹은 이겨야 할 전투 목표를 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이동하다가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전투를 벌렸다. 결코 나폴레옹은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전투를 하지 않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나폴레옹의 참모인 조미니는 전략적 직관을 중시하지 않고 오히려 전략적 기획에 매달린 반면, 적이었던 클라우제비츠는 나폴레옹이 즐겨 사용한 전략적 직관을 가장 중시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적 직관, 즉 통찰력은 보통 사람들이 터득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클라우제비츠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것이다. 조미니의 전략적 기획은 지휘관의 천재성이 필요없는 것이기에 보편적으로 쉽게 전파된 반면 클라우제비츠의 통찰력에 대한 것은 너무나 어려운 것이기에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전략적 직관은 많은 경험과 공부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기에 그냥 공부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전략이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하였는데 기업적 측면에서의 전략은 어쩌면 조미니에 더 가깝고 전쟁에 관한 전략은 클라우제비츠에 가깝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차이란 불확실성의 차이에 관한 문제일 뿐 본질적으로 더 파고 들어가면 한 방향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결해야 할 사안에 불확실성이 없다면 조미니의 전략적 기획이 더 유리할 것이고 불확실성이 크다면 전략적 기획보다는 순간순간의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전략적 직관 더 중요할 것이다.

 결국 조미니와 클라우제비츠의 차이점은 정확한 정보의 양에 따른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 인간의 능력한계를 생각하면 클라우제비츠의 전략적 직관을 기르는 것에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조미니는 계획 위주의 전략가이고 클라우제비츠는 통찰력을 중시하는 전략가라는 구분은 앞에서 논한바 있다. 전쟁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다. 사실 너무나 많은 변수가 상황을 좌우하기 때문에 전쟁에 대한 상황은 불확실성의 연속이고 클라우제비츠의 비유로는 안개다.

군에서 정보를 중시하는 것은 이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작업의 다름 아니다. 전장에서 벌어진 상황을 미리 예측하여 정확히 안다면 전쟁은 이미 이긴 거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정보 분야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현대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순신 장군도 임진왜란 당시 적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부단히 애를 썼으며 왜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척후를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맞을 확률이 30%가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인간의 원초적 능력의 한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가능한 한 전장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 나머지 부분은 전략적 직관이라고 할 수 있는 통찰력에 의존해야 한다. 이러한 통찰력은 각개인의 노력에 의해 얻어진 소중한 자산이다.

김진항
	공무원 연금공단 상임이사 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 예비역 육군 소장

불확실성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면 조미니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좋고 불확실성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하면 클라우제비츠를 따르는 것이 좋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휘관의 통찰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얻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적확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아무리 공들여 세운 계획일지라도 새로운 정보가 수집되면 즉각 계획을 수정하는 융통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융통성 있는 계획이 되기 위해서는 계획이 너무 복잡해서도 안 되고 의사결정체계가 복잡해서도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