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업무 지속경영에 필요한 것은

격동의 파고가 거세지고 있는 현실에서 향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은 새롭게 부상하는 고객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내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미래에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통해 잠재해 있는 새로운 소비자 층의 니즈와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그것은 현재의 고객이 원하는 니즈를 충족 시키기 위한 혁신과는 전혀 다른 혁신으로 지금은 시장에서 별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객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줄 요인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생산자와 최종 소비자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고객을 직접적으로 대면해야 하는 유통업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무엇일까? 유통업은 사람이 몰리는 다중이용시설의 특성상 수많은 고객들의 집객을 유도하는 산업이다. 즉, 어느 점포에 얼마나 많은 고객이 몰려들었느냐는 고객의 집객 수에 따라 해당 기업의 존속이 달려 있다.

작금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다양한 교양강좌 등의 제공을 통해 끊임없이 몰려드는 고객들의 사회성과 관계지향성을 충족시켜 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관점에서 본다면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에 해당되는 것으로 그것은 고객집객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통업의 속성상 새롭게 부상 될 고객의 니즈와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을 고객과 유통업의 ‘공생적 관계’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고객과 기업이 지속적이며 장기적으로 공생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유통업은 업무의 지속경영이 가능해야하며 고객은 자신의 쇼핑을 방해 할 점포의 내적 그리고 외적 위협요인으로부터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편안하고 자유롭게 점포 곳곳을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

재난, 재해 유통업 업무연속성 단절시키기도

그렇다면 고객과 유통업의 공생적 관계를 단절시키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요인들 중의 하나가 천재지변으로 인한 자연재난 등 다양한 형태의 재난으로 인한 요인들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발생했었던 다양한 재난 가운데 특히, 인적재난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967년 새해벽두부터 대구 서문시장에서는 커다란 화재사고가 발생하였다. 그것은 인재에 의한 재난으로 당시 그 화재로 인해 375가구가 전소되었으며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인 1천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그후 10년이 경과한 1977년 서울남대문시장에서도 대형화재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화재사고는 1977년 9월, 남대문시장 중앙상가 C동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당시 C동에 입주해 있던 351여개 점포가 전소되었다. 사실, 남대문시장은 이 화재 이전에도 이미 네 차례나 큰불이 발생하여 행정청으로부터 10여 차례 개수명령을 받았으나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그동안 서울시에서도 형식적으로만 방화시설을 확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당시 방화시설을 완비하였던 C동 지하상가는 지상 건물이 전소되었던 것과는 달리 거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사전에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남대문시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한지, 18년이 흐른 1995년 6월, 그동안 철저히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을 고수했었던 우리사회는 광복 이후 가장 큰 인적 재해로 기록되는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엄청난 재난을 겪게 된다.

삼풍백화점 붕괴와 재난관리

당시의 상황을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Seconds From Disaster〉에서는 백화점은 붕괴 52분 전에도 고객들로 가득했으며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5시 52분경에야 백화점 측은 비상벨을 울리고 고객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으나 비상벨이 울린지 7분이 경과 한 후 건물의 모든 기둥이 무너졌고 약 1,500명이 잔해 속에 묻히게 되었다고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의 경우, 우리사회의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적재난으로 조사결과 다음과 같은 총체적인 부실공사와 안전관리에 대한 무대책으로 사고가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첫째, 건물붕괴의 위험이 있는 설계변경을 실시하여 구조전문가의 검토 없이 공사를 강행하였다. 둘째, 공사비 착복을 위해 설계도 기둥의 지름을 32인치에서 23인치로 줄여 공사를 하였다. 셋째, 본래 4층까지의 설계를 무리하게 5층으로 확장공사를 실시하였다. 넷째, 5층은 하중이 많은 식당을 차리고 설상가상으로 5층 바닥에 온돌까지 설치하였다.

 다섯째, 5층에 29톤에 달하는 에어컨을 3대씩이나 설치했으며 이 에어컨에 냉각수가 가득 채워질 경우 설계 하중의 4배에 해당하는 무게로 늘어났다. 여섯째, 백화점 설계 시 추가하중 고려 없이 하중을 계산했으며 에어콘과 식당 등 100톤을 웃도는 하중을 견뎌야 하는 지경에 놓인 까닭에 이미 붕괴가 예견되었다. 일곱째, 백화점 북관동쪽에 설치되어 있는 에어컨을 서쪽으로 옮길 때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고 에어컨들을 굴림대에 싣고 반대쪽으로 ㄷ자 모양으로 밀고 가는 엄청난 실수를 일으켰다.

여덟째, 붕괴되기 두달전인 4월 경에는 5층 북관 식당가 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5월 경부터는 이 균열에서 흙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5층 바닥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하였다. 아홉째, 붕괴 하루 전에는 콘크리트사이의 뼈대가 전깃줄을 짓눌러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열 번째, 붕괴 당일에는 중앙 홀이 내려 앉았다. 열한 번째, 사고당일 경영진은 5층 기둥이 20㎝가량 금이 가 있고 천장이 뒤틀려 내려앉아 있으며 일부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고 바닥이 내려앉기 시작 하는 것을 발견하여 결국 5층의 식당가 영업을 전면 중지시키고 출입을 통제하였다.

열두 번째, 붕괴당일 시설과 직원 중 한 사람이 “철골구조물에 금이 갔다”고 설명하였다. 열세 번째, 사고당일, 이미 5층은 폐쇄됐고, 4층 가구 및 귀금속매장도 철수한 상황에서 경영진은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영업을 중지하느냐 아니면 강행하느냐”를 놓고 고심을 하는 가운데 당시 시설부장 등은 “백화점 문을 닫고 보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실제로 회의 당시 이 의견을 개진한 중역들은 없었으며 경영진들은 백화점을 정상 영업하는 상황에서 보수공사를 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로 결정한 후 “칸막이를 친 뒤 신속하게 보수공사를 하라”고 기술자들에게 강요했다.

열네 번째, 붕괴 약 2시간 전인 당일 오후 4시 2차로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건축사 소장은 “점검 결과 건물의 안전에 중대한 이상이 발견됐으니 빨리 긴급보수를 해야한다”고 말했고, “백화점 영업을 중지하고 고객들을 대피시키라”고 경영진들에게 권하였다. 그러나 경영진은 고객과 건물의 안전보다는 매장 폐쇄여부가 더욱 중요한 관건이었으며 이를 가지고 토론을 했다. 열다섯 번째, “신공법으로 보수를 하면 위기를 넘길수 있으며 진행되던 침하는 현재 멈췄다.”는 구조기술사의 말만 믿고 결국 붕괴되기 불과 2시간 전, 경영진은 “큰 위험은 없으니 영업을 계속하면서 보수공사를 하자”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이 삼풍백화점은 건물 전반에서 수차례 위험신호가 발견되어 건물 붕괴가 예견되어 왔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안전보다는 매출에 영향을 줄 점포의 폐쇄에만 신경을 써 결국 1천여 명 이상의 종업원과 고객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당시의 피해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망 501명, 부상 937명, 실종 6명, 그리고 피해액은 약 27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삼풍백화점 사례에서 얻은 교훈

삼풍백화점의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업의 목표지향이 고객지향이냐 혹은 매출지향이냐에 따라 그 결과가 엄청난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삼풍백화점이 필자가 위에 제시했었던 수차례의 붕괴징후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관심을 기울였다면 붕괴로 인한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으리라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그렇다면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지 16년이 되는 현재 유통업체들의 재난관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요즘, 대형유통업체들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삼풍백화점과 이웃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 등의 자연재난 등을 보면서 나름대로 고객들의 안전관리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전국에 있는 모든 점포에서 지진과 침수 등 비상 상황을 가상하여 안내방송과 고객인도 및 대피 방법 등 고객안전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 백화점의 경우도 점포별로 매달 실시하는 소방대피 훈련에 지진 등 자연재난 등의 상황을 추가하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는 위기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고객 대피 훈련을 해 오고 있으며 특히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을 세분화하고, 점포별로 매주 진행하는 비상대기조 훈련에서도 ‘지진 발생 시 고객대피 행동 지침’을 신설해 훈련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이웃나라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를 보면서 바닷가 주변에 위치한 부산 광복점, 센텀시티점, 포항점 등의 경우 쓰나미 발생에 대비해 위기관리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위에 기술한 유통업체들의 안전교육과 지진발생 시의 대피훈련 등은 많은 사람이 몰리는 유통업체의 특성상 재난이 닥쳤을 때 나름대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실시하는 유통업의 위기관리의 내용은 재난에 대한 예방과 대비보다는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그것을 관리하기 위한 대응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진국형 BCP가 재난관리 최적 방안

그렇다면 재난과 관련하여 유통업체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대부분의 재난 발생 시 재난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업무를 연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은 위기가 발생 하였을 때의 대응전략보다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는 사전재난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즉, 사전에 재난에 대비하여 건물과 시설물들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 고객안전교육 등을 병행하여 실시하는 것이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지속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이라는 점이다. 예방과 대비에 초점을 맞춘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의 하나가 바로 업무의 연속성 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BCP)으로 이 방안은 고객과 유통업체가 지속적인 공생적 관계를 유지시켜 나가는데 중요한 해법을 제공해 준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봄 폭설, 3연속 태풍 등 재해 패턴이 바뀌면서 재난의 규모와 빈도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김영이 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통합적인 재난관리를 외면하고 여전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급급한 대응과 복구방안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BCP를 통해 예방-준비-대응-복구를 통한 선진국형 재난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며 BCP가 왜 재난관리에 최적의 방안을 제시해 주는 지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BCP에 대한 소개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