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의 구조활동에 참가한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입고 있다. 처참한 현장을 겪은 정신적 쇼크로 일명 ‘참사스트레스’ 라고 하여 정신질환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쓰나미와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겹친 복합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정작 일반 피해자의 정신적 문제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참사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의 치료를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의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재난포커스 - 이교진기자(marketing@di-focus.com)>

참사스트레스, 자위대 순회지도팀 치료

“생각나는 것은 자전거를 탄 채로 죽어있던 아이의 사체. 헬멧을 쓰고 있던 얼굴을 닦아주었기 때문에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육상자위대의 제44보병연대는 지진재해 직후부터 미야기현 이시마키시를 수색해 625명의 사체를 처리했다. 젊은 대원들을 통솔하는 안도 카츠노리 육상자위대 준위(53)는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생각난다. 괴롭다. 다른 대원들은 말하지 않을 뿐이다”라며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부대는 5월초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10km권내로 이동,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색을 시작했다. 당시 수색을 하던 안도 준위는 원자력발전소가 가까워지자 불안함을 애써 감추려는 대원들을 보며 “방사선에 대해서도 충분히 교육을 받았지만 ‘정말 괜찮을까’라는 불안이 생긴다. 스트레스증상은 반드시 나타날 것으로 생각되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구조원의 정신적 쇼크를 연구하는 시게무라(重村) 방위의대 강사는 “구조원은 트라우마(심적외상)에 직접 접하게 되는 직종이다.

현장에서 도망칠 수는 없고, 사회적 책임도 크다. 마음의 장애 발병률이 일반피해자보다 높게 나타난 데이터도 있다”고 지적했다. 참사스트레스는 “현장의 광경이 되살아난다”, “감정이 마비된다” 등의 증상이 전형적이며, 수면·소화장애를 호소하는 케이스도 많다. 자위대와 같은 비참한 현장을 목격한 경찰과 소방대원들도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1개월 이상 계속해서 증상이 나타나면 심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진단된다.

특히 이번지진은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포함한 복합재해로, 전문가들은 “참사스트레스를 중증화 시키고, 장기적인 증상으로 진행시킬 요소가 갖추어져 있어 하루빨리 손쓸 필요가 있다”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참사 스트레스가 구조대원 사이에서 심해지자 구조팀에서도 치료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일본 육상자위대의 경우 저녁에 야영지 주변에 10명 정도의 대원들이 모여 자신의 상태나 심경을 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혼자서 끌어안고 있는 것보다 동료끼리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자위대의 참사스트레스 예방을 위해 마련된 ‘순회지도팀’의 권유로 진행됐다. 순회지도팀은 스트레스치료의 연수를 받은 간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피해지의 야영지를 돌며 개별 카운셀링을 하고 있다. 순회지도팀은 “자택의 유실 등, 구조대원들도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원도 있어 걱정이 된다” 며 부대의 지휘관의 요청으로 상담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한편 10년 전에 참사스트레스 대책을 시작한 총무성소방청도 치료의 필요성을 현장에 고지시키고, 소방대원뿐만 아니라 소방단원도 치료 대상에 포함시켰다. 경찰청도 대책에 나서는 등 조직적인 대응이 시작됐다.

“자신은 강하다”고 생각하는 참사스트레스

피해자 쓰나미 피해를 입은 지역의 사체 안치소에 파견된 남성경찰관은 악몽에 시달린다. 그의 꿈은 어떤 번호의 사체를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악몽을 꾸는 경찰관의 임무는 가족에게 사체의 신원확인과 인도수속을 해주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평상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수의 사체를 맞이하며 힘겨워 한다. 그는 “이 사체실은 오열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공간은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고 토로했다. 그는 또 “사체까지 안내하고 같이 확인한다.

사체가 확인되지 않으면 빨리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며 “울고 있는 유족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나는 경찰관이다. 나는 정신적으로 강하다”라며 자신을 컨트롤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꿈속에는 피해자와 유족을 접하는데도 나름의 자신이 있었다.

현실에서는 그 자신감은 곧바로 무너져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사체 처리하는 일이 1주일이 지나자 썩는 냄새도 건물의 잔재들도 이젠 일상이 됐다”며 “임무를 마치고, 지진이 일어나기 전과 같은 일상으로 되돌아오니 위화감을 느낀다” 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일 이후 “잠을 깊게 잘 수 없어서 끊었던 담배에 손을 댔다. 유아의 변사상태를 보고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열심히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충실감 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며 “유족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은 들었지만, 사체를 찾은 것도 내가 아니고, 마지막에 인도만 했다. 자랑할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스트레스에 대해 “정신적 치료와 관련된 조직적인 치료프로그램이 특별히 없고 기대도 하지 않는다”며 “있다고 해도 인사상의 불이익으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믿고 상담할 수가 없다” 고 토로했다. 또 “지금도 피해지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와 연락을 하고 있다. 같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방청 경찰청, 참사스트레스 해소에 주력

이같이 구조대원사이에서 문제점이 나오자 일본 총무성소방청은 하루빨리 참사스트레스대책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무성소방청은 “지금까지는 사명감에 불타는 직장, 약한 소리 하지 않는 풍토가 고정관념이 되어, 치료에 대한 인식이 약했다” 며 “동일본대지진 전 한신대지진과 지하철사린사건(독가스사건)등 많은 소방대원이 PTSD등의 심각한 증상을 보여 왔으며, 당시에도 이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었다” 고 말했다.

총무성소방청은 “지난 44명이 사망한 도쿄·신쥬쿠의 가부키쵸 빌딩 화재를 계기로 긴급시 맨탈서포트팀 제도”를 도입했으며 임상심리사와 정신과의사 약30명이 등록, 필요에 따라 파견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무성소방청은 또 “이런 치료는 규모가 큰 현장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아이가 희생되거나, 동료가 순직한 경우에도 파견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피해지에서도 전국 14도부현의 28개 소방본부에서 파견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도 소방청과 같이 피해지 중 3개 현의 경찰청에서 참사스트레스 임상심리사들을 파견했다.

PTSD(심적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생명의 위험을 동반한 재해와 사건, 사고 등의 체험이 트라우마(심적외상)가 되어 일으키는 정신적 장애. 시간이 경과해도 돌연 기억나는 플래시백과 수면장애, 과잉경계심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1개월 이상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를 진단대상으로 한다. 일본에서는 한신대지진과 지하철사린사건(독가스사건) 등에서 주목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