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농협 전산마비와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은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잇따라 터진 금융전산망 해킹사고는 기업과 이용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을 뿐 아니라 금융전산망 보안상황이 그동안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일깨워 준 중대한 경험이었다. 

<재난포커스 - 채상진 기자>

개인정보의 중요성

이렇듯 금융 등 정보보안은 일반 시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보유출시 그 피해 또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정보 통신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1,900여 공공기관 및 기업 등에서 60여만 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였다. 이렇듯 개인 정보보호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개인정보 관리 및 보호대책 등에 대해 최근 많은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의 개념이 시작된 것은 60~70년대 개인정보를 국가가 관리. 활용하는 전산화 및 정보화가 진전 되면서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개인정보의 정의를 개인정보보호법상에서 규정하고 있다. 즉, 정보보호법 제2조 제1항 제6호는 개인정보를 “생존하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주민등록번호 등에 의하여 당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부호·문자·음성·음향 및 영상 등의 정보(당해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경우에도 다른 정보와 용이하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를 말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된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이러한 개인정보는 단순한 정보에 지나지 않으며, 개인정보 자체가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즉, 인터넷의 발달로 자원 또는 상품만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정보 역시 중요한 경제적 가치로 인식되면서 개인정보도 하나의 실질적 경제 가치로 변환되는 것이다.

개인정보 피해 현황

현재 우리나라는 인터넷 이용률은 82.8%로 1개 이상의 웹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SNS를 이용 중이거나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 3년간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신고와 상담건수가 약 13만건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이 지난 3월 1일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개인정보 침해 신고 및 상담 현황’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신고 및 상담이 2008년에는 3만9811건, 2009년에는 3만5167건, 지난해에는 5만4832건으로 총 12만9810건으로 집계됐다.

임 의원 측은 “13만건의 수치는 행안부가 직접 개인정보 유출 신고를 접수받았거나, 유출된 내용을 상담한 데이터로 유출 사실을 몰라 신고하지 않은 수치를 뺀 자료임을 감안하면 훨씬 피해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임 의원은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악용이 되는 경우가 허다해 원치 않는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개인차원의 관리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공기관과 행정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가 해킹 및 유출되지 않도록 해외의 선진 정보보호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와 관련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접수된 개인정보침해 신고 및 상담 현황을 보면, 2004년 23,036건, 2005년 1~6월 9,495건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보면 ‘이용자의 동의없는 개인정보의 수집’, ‘고지·명시 범위를 넘어선 이용 또는 제3자 제공’과 관련한 민원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주민등록번호 등 타인정보의 훼손·침해·도용’관련 민원은 전체 신고건수의 50% 이상을 점유하면서 가장 심각한 개인정보침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밖에도 개인정보 이용자에 의한 훼손·침해 또는 사업자의 기술적 조치 미비로 인한 누출 등의 민원이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이와 같이 국내에서도 개인정보 피해 발생건수가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와 관련한 이용자들의 인식이나, 피해방지 기술, 정부 차원의 정보보호 정책 수준 등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 이용 환경 자체가 급격히 성장한 탓으로 환경변화에 비하여 사용자들의 판단 가치는 미성숙한 편이며, 인터넷 환경을 통제하는 가치규범적규율이 없어 윤리적 지체 현상을 야기시킨다. 또 현재까지의 정보통신기술 발달은 정보 활용의 효율성만을 강조하고 개인정보보호 측면을 고려하는데 미흡함에 따라 개인정보 도용 및 유출에 대한 기술적 대비책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보보호 정책 수준은 47개국 중 18위로 조사되고 있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비하여 법적, 제도적 대응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정보의 사용·수집·이용 등에 대한 법적 규제를 비롯한 다양한 개인정보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제 현황 세계 각국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제 정비, 관련 분쟁조정기구 등 공공 측면의 대책 정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외국 개인정보보호 관련 보험

이렇듯 전자상거래 및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은 다양한 재산손실 및 배상책임손실을 야기시킨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증대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정보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관련 법제 정비 외에 민간 측면에서의 정보보호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많은 보험종목에서 컴퓨터 관련 각종 손실을 담보하고 있다. 예를 들면 All risk 재물보험 계약에서는 보험증권내에 특별히 예외규정으로 명시하지 않는 한 보험목적물에 발생한 모든 물리적 손해, 즉 컴퓨터 데이터, 코딩(coding), 프로그램 및 소프트웨어의 파괴 또는 상실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휴지보험에서는 인터넷 사업자가 기업휴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 그 수익에 대한 보장을 제공하며, 전자적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손실에 대해서는 재물담보 특약을 통해 보장한다. 인터넷 사업자의 경우, 상기의 재물손해 및 인터넷 손실에 기인한 영업 정지로 인한 손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배상책임 손실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즉, 저작권 침해에 대한 클레임, 도메인 소유권에 대한 분쟁, 프라이버시 침해 등으로 온라인 거래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배상책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컴퓨터 관련 직접적인 손해 외에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등으로 발생하는 배상책임 손실에 대해서는 주로 일반 영업배상책임보험(CGL, Commercial General Liability), 하자배상책임보험(E&O, Errors and Omissions Liability)에서 담보하며, 인터넷배상 책임보험(Internet Liability Insurance), 네트워크 시큐리티 보험(Network Security Insurance) 등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도 지난 2005년 4월 개인정보보호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인 2004년부터 개인정보 유출 배상책임보험제도를 개설하여 판매하고 있다.

이 보험은 일본상공회의소의 주관 하에 회원 기업의 개인정보관리 체제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개인정보 유출 배상책임보험에서는 피보험자인 가입기업 등에 대하여 개인정보 관련 리스크 진단 서비스를 무료로 실시하고 ‘개인정보관리 리스크평가보고서’를 제공하여 회원 기업의 정보관리체제의 현황에 대한 분석, 유출방지를 위한 어드바이스 제공 등의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단순한 사고 및 실수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외에 최근 증가하고 있는 ‘종업원의 범죄행위’로 인한 유출 사고도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정보가 유출된 개인에 대해서는 위로금을 지급하는 등 광범위한 보상내용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개인정보보호 관련 보험의 필요성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피해를 담보하는 보험으로는 e-biz@배상책임보험, Net Secure 종합보험 등을 판매되고 있다. 보험회사마다 이미 관련 보험상품을 개발,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 불거진 긍융보안 사고 등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관련 상품을 새로이 출시하는 등 보험업계의 관심도 높다. 또 전자금융거래법이 제정되어 금융기관 및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책임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관련 보험시장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내 각 보험상품을 살펴보면 우선 ‘e-biz@배상책임보험’을 들 수 있다. 이 보험은 피보험자의 인터넷 및 네트워크 활동과 관련하여 행한 행위에 기인하여 손해 배상청구가 제기되어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한다. 단,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 신체장해 또는 재물손해에 대한 배상청구 등에 기인하는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

또한, 이 보험에서는 부담보특별약관을 두어 보상하지 않는 손해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어 특약을 추가하지 않는 경우 포괄적으로 손해를 보상하고 있다. 넷시큐어(Net Secure)종합보험은 피보험자의 인터넷 및 네트워크 사업에서 발생하는 콘텐츠 훼손 인터넷 및 네트워크 부당행위 또는 소프트웨어 훼손으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책임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담보한다. 그 외에 배상책임담보조항, 재물 담보조항, 범죄담보조항을 적용할 경우, 각각에서 명시하는 손해를 보상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보험은 손해보험회사별로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으나, 실제로 판매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즉,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보험시장은 인터넷 사용실태 등 IT 환경 변화나 전체 배상책임보험 시장 규모 및 성장추세를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매우 협소한 수준으로 보험활성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정보보험제도 활성화 시급

이 같이 개인정보보험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기업 및 사용자 모두의 인식이 부족하여 정보유출, 침해에 대한 위험을 자각하지 못하고 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장상황은 정보화가 진전으로 정보에 대한 가치가 인정되면서 그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하는 기업이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사용자들은 성장하는 인터넷 환경변화와 이에 따른 해킹 등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 크게 인식을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 기업 측면에서는 개인정보시스템의 관리 및 관련대책이 소홀하게 되고, 관련 보험제도에 대한 관심도 소홀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 및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보다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인식제고 활동을 통해 자율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활동을 촉진해야할 필요성이 제고되고 있다. 다행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의 경우 자율적, 법적 개인정보보호 대책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보험제도가 자연스럽게 수반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객정보를 많이 다루게 되는 온라인 사업자 등 기업 측면에서는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가입 자체가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고 홍보효과까지 기대되는 등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보험회사 측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활동에 적합한 상품 제공을 위해 힘쓸 필요성이 있다. 또 하나 문제는 최근 각종 개인정보유출 사고 발생 등으로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높은 보험료와 안정적손해율 등으로 기업들의 가입실적이 낮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과실책임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미국과 같이 소송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기업들의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의 가입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가입실적은 저조하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유출로부터 기업 및 소비자 피해 구제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보험가입 편의성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방안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일본에서와 같이 보험제도를 단체보험 형태로 운영할 경우 저렴한 보험료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며, 보험가입의 편의성을 도모할 수 있다.

 또, 현재 개인정보 유출 관련 보험상품의 경우 대부분 해외 구득요율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 보험제도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가능한 한 국내 사정에 적합한 요율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정확한 보험료가 반영되도록 할 필요성도 있다. 즉, 피보험자(기업)별로 위험도가 정확히 반영된 요율을 사용함으로써 확대되는 고객 수요 및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손익 관리도 가능해 진다. 이외에 피보험자인 기업을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 관련 리스크평가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보험금 지급 외에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보험가입률을 제고함과 동시에 기업의 개인정보관리 체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개인정보유출 보험제도가 그 동안 기업이나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였던 원인의 하나로 보험회사들의 적극적인 홍보 및 판매활동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업들의 보험가입에 대한관심이 부족하였던 탓도 있겠지만, 가입률을 제고시키기 위한 보험회사들의 가입 유인책도 부족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자금융거래법이 도입될 경우, 금융기관을 비롯한 기업들은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며, 그 대책의 하나로 보험제도의 활용을 적극 감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 측면에서는 가입대상, 보장범위 등을 다양화하거나, 해킹전용보험, 금융기관전용보험 등 전문화된 보험상품 개발을 증대하여 개인정보보호 수요에 부응할 필요성이 있다. 또 현재 판매되고 있는 개인정보유출 관련 보험 제도라는 것이 주로 온라인 사업자를 피보험자로 하고 있어 오프라인 사업자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즉, 온라인 사업자 등 IT 분야 이외에 의료, 금융 등 각종 서비스 영역에서 개인정보의 이용 및 침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나, 이러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피해 구제책은 더욱 부족하다. 이에 따라, 기존 상품의 피보험자 범위 확대를 검토하거나, 오프라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 개발을 통해 관련 보험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

개인정보보호 대책 보험제도 적극 활용

이와 같이 최근 빈발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구제책으로서 관련 보험 상품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중 보험가입률 제고를 통한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보험자인 기업의 위험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보험회사의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 측면에서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함이 중요하다. 또 보험회사 측면에서는 다양한 개인정보보호 수요에 적합한 상품개발 및 적극적 판매활동에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