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면 항상 걱정되는 것이 전력 수급 관계다. 이번 여름 경제 성장과 기온 상승이 예상돼 최대 전력수요가 7477만㎾까지 전망되고 있다. 이상 고온 등의 변수로 인해 전기 사용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공급 예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는 비상 상황이 발생될 수 있는 수치다. 이 시기에 대용량 발전소 고장 등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최악의 경우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에너지위기는 국내에서만의 상황은 아니다. 세계 각국은 현재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여러 제도와 초절전 제품을 내놓으며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독일, 멕시코처럼 원전에서의 전력수급이 안되거나, 원전을 폐기한 곳 등은 이에 대한 대체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일본, 독일, 멕시코의 에너지 극복과정을 살펴봤다.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

日 전력제한령 발동, 일상생활 깊숙이 영향 미쳐

지난 7월 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력이 부족한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과 동북전력 관내에 전력사용 제한령을 발동했다. 이는 지난 1차 석유위기 때 시행된 이래 약 38년 만에 발동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과 동북전력 관내 계약전력 500㎾ 이상인 대수요가는 피크시 전력사용량을 작년 대비 15%를 강제적으로 삭감해야 한다.

반면 강제 삭감의 대상이 아닌 중소기업과 가정에도 자발적으로 15% 절감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일본 경산성에 따르면 강제 삭감 대상이 되는 사업자 수는 도쿄전력 관내에 약 1만4800개, 동북전력 관내에는 약 3700개에 달한다. 이 중 철도, 병원과 같은 공공시설 등 약 30개 분야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제한령은 도쿄전력 관내는 9월 22일, 동북전력 관내는 9월 9일까지 시행된다.

제한령 시행 기간 중 대기업 등은 경산성에 4회 보고를 해야 하며, 제한령을 고의적으로 위반했을 경우 100만 엔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반면 강제 실시 대상외 지역도 절전에 참여하고 있다. 관서전력은 관내 기업이나 가정에 15% 절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요청했다. 또 규슈전력은 전력 절약을 홍보하고 있다. 전력 공급 여력 1% 미만일 경우에는 계획 정전을 실시한다. 경산성은 전력사용량 증가가 예상되는 경우 전일 저녁에 경보를 발령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도쿄, 동북 전력 관내를 대상으로 기업이나 개인에게 절전에 대한 주위를 환기시켜 계획절전까지 가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공급 여력의 예상이 3% 미만일 경우 전일 오후 6시에 TV나 인터넷으로 경보를 발령, 다음 날 여력 예상이 3% 이상으로 개선되면 경보를 해제한다. 하지만 공급 여력 예상이 1% 미만일 경우에는 계획정전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절전시행, 일본인들 생활 깊숙이 영향

절전시행령에 따라 각 기업들 미리미리 대비를 하고 있다. 대상 기업들은 자체 서머타임 도입, 휴일 변경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닛산자동차, 후지중공업, 혼다는 목금을 휴일로 하고 토일에 근무를 하는 여름 휴일 변경을 시작했다. 한편 도쿄, 동북 전력 관내가 아닌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절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후쿠오카은행은 7월 1일부터 후쿠오카시 본사에서 ‘야근합동근무공간’을 만들어 야근을 해야 하는 직원들은 모두 한 공간에 모여 근무하고, 나머지 층의 전기 공급은 제한할 방침이다. 후쿠오카야후돔도 7~8월 야간 경기 전 20경기의 개장시간까지 공조 설비 14개 중 10개만을 가동하고 연습 시간은 통상의 60%만 조명을 사용하도록 했다. 막스발류규슈와 이온규슈, 코카콜라 웨스트는 출근 시간을 45분 앞당겨 8시부터 근무하는 자체 서머타임을 도입했다.

이와함께 일본은 생활 곳곳에 절전의 영향을 미치게 하고 있다. 관동, 동북의 철도회사는 운행횟수를 줄일 계획이며, 각 소매점들은 영업시간을 변경하거나 사용 조명을 소등하거나 냉장 식품의 보존 온도를 높게 설정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의 절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절전 목표를 달성한 시민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지자체도 나타났다.

또한 자동차 기업들을 중심으로 목·금 휴무, 토·일 근무를 하면서 자동차 공장 주변의 상권들은 수요일과 토요일, 일요일의 수요를 잡기 위해 경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머타임을 실시하는 기업들도 많아 ‘애프터 4’ 수요를 잡으려는 움직임도 강해 주점들도 한 시간 빨리 개점하기도 했다. 이번 절전령의 시행으로 일본인들의 일상생활에 여러 가지 변화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절약 상품이나 서머타임 도입으로 길어진 저녁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상품 등에 수요가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독일 정부, 원전 하차 확정에 따라 전력 소비 가격 상승

오는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고,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독일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프치히에 있는 유럽 에너지거래소(European Energy Exchange)에 따르면 이미 3월 14일 원전 가동 중지 조치 이후 2012년 전력 선물가격은 10%가량 인상된 상태로 시장 참가자들의 전력가격 인상 기대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미 독일의 개인 소비자 전력 가격은 지난 5년간 약 26%가 인상되기도 했다. 또 최근 정부의 에너지원 변경 정책에 따라 추가로 수년 내 최대 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이러한 에너지원 변경 정책에 따라 2020년까지 약 2000억 유로의 예산이 필요하며, 대부분의 예산이 전력 최종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형태를 띠고 있어 kWh당 개인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보조금도 현 3.5센트에서 수년 내 5센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가격 상승은 사회계층 중 최빈층에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평등이라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독일의 고정가격 의무구매제도(Feed in Tariff)는 정부보조금의 형태가 아닌, 최종 소비자가 발전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에 따른 사회적 불만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력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독일은 원전하차에 따른 공백을 전략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전력 증산을 통해 메우고자 하나, 이러한 전략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발전비용이 비싼 석유, 석탄, 가스 등 전통적인 에너지원에 의한 발전비율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기후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은 수요 이상의 전기 생산 시, 이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기술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향후 재생에너지의 초과 발전분을 대용량으로 저장할 수 있는 저장장치의 상업적인 보급이 되기까지는 이런 위기가 항상 상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독일에 설치된 태양광설비를 통한 발전규모는 모든 원전을 합한 규모보다도 크다. 하지만 단지 하루에 몇 시간만 활용 가능한게 문제라고 독일 최대 전력사가 평가하기도 했다.

독일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재생에너지법 개정안에 새로운 지원제도인 선택적 시장 프리미엄제도(Optionale Marktpraemie)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기존의 고정가격 의무구매제도 이외에도 전기에 대한 시장수요가 높아 정부의 고정 구매가격 이상으로 시장의 전기가격이 형성됐을 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도 시장가격으로 전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사전 선택권을 주는 제도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에 대한 투자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2013년부터 전력사들의 거래소를 통한 탄소배출권 유상구매가 시작되고, 원전을 대신한 가스 및 석탄전력 생산이 증대됨에 따라 탄소배출권 구매가격 상승을 유도하게 되는데, 이러한 가격상승분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독일의 원전하차이후 재생에너지로의 급선회 정책에 따른 부작용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 및 투기 우려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 강화방향에 장애물로 돌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측면에서도 수급불안정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유휴 전력 저장장치 R &D 분야 지원 강화 및 신규 제도인 선택적 시장 프리미엄(Optionale Marktpraemie) 제도 안착 노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멕시코, 내달부터 에너지 절약형 전구로 교체

현재 멕시코에서는 사용되는 백열등을 에너지 절약형 전구 및 형광등으로 교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010년 제1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 멕시코 대통령 펠리페 칼데론은 2014년까지 멕시코 내에서 백열등의 판매를 중단할 것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1년 12월까지 100W 백열전구 판매를 중단하고, 2012년까지 75W, 2013년까지 40~60W의 백열전구의 판매를 중단하게 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가정의 전력 소비량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전력 프로그램 실행

지난 7월 5일부터 본격적으로 백열등을 에너지 절약형 전구 교체가 시작됐으며 모렐로스, 케레타로, 산루이스포토시등 미초아칸 주를 시작으로 약 1140만 가구가 혜택을 받을 계획이다. 또 오는 8월 1일부터 전국 각 지역에서 교체가 이뤄지며 이는 11월에 마무리가 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정부에서는 약 5억 페소를 투자했으며, 각 가정에 4개의 에너지 절약형 전구가 4개씩 지급될 예정이다.

전구들은 필립스에서 지원하며, 대형 마트 체인인 Chedraui, Soriana, Coppel에서 각 가정에서 사용하던 백열등을 에너지 절약형 전구로 교체해줌. 전구는 무상으로 지급되며 부서지거나 고장 난 경우에도 무료로 교환이 가능하다. 가정에서 백열등을 에너지 절약형 전구로 교체할 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으며, 2만 800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 에너지부(Secretaria de Energia, SENER)는 이번 프로그램의 실행으로 인해 약 100만W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멕시코 원자력 발전소 Laguna Verde의 발전기 두 대를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이다. 2012년에도 올해와 같은 2290만 개의 전구를 에너지 절약형 전구로 교체할 예정이다. 에너지 절약형 전구의 장점은 기존의 백열등에 비해 효율은 높다.

예를들어 100W 백열등은 에너지 절약형 전구 20W와 같은 효율을 낸다. 또 지속시간이 길기 때문에, 전구를 자주 교체할 필요가 없으며 전구가 켜지는 시간이 0.3초 내외로, 눈에 해롭지 않다. 전력 소비량을 백열등에 비해 70~80% 절약할 수 있으며 백열등과 비교해 80%가량 적은 열을 발생하며, 화재의 위험이 적다. 또 일정한 톤의 빛을 내기도 한다. 멕시코는 전국의 가정에서 수거된 백열등들은 멕시코 중부 지역의 이라푸아토 지역의 분리수거 업체로 수거돼 처리될 예정이다.

백열등 처리 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오염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억 페소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와 환경 보호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전국의 백열등을 교체함으로써 발전소 건설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연간 250만 배럴에 달하는 석유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기 에너지 소비 절감에서 발생한 자금을 통해 재정확보도 기대할 수 있으며 또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적어지면서 환경보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 에너지 등 재난관련전문가 필요

한편 이같은 상황에 맞물려 국내에서도 에너지 절전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2000년대 들어 산유국을 중심으로 자원민족주의 정책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수호 수석연구원은 지난 6월 7일 ‘자원민족주의와 석유안보’ 보고서에서 “자원민족주의는 1990년대 신자유주의 개혁기를 거치면서 사실상 폐기된 것처럼 보였으나 2000년대 들어 신흥국 석유수요의 급증으로 고유가 국면이 전개되면서 다시 확산되고 있다” 고 밝혔다.

자원민족주의는 천연자원에 대한 국가의 개입 확대 정책 또는 이를 활용한 자원무기화 정책을 지칭한다. 임 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는 장기 고유가 시대가 전개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시장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장기 고유가 국면으로 진입했는데 이는 공급증가가 수요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펀더멘털 차원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어서 투기나 일시적 경기변동, 지정학적 불안정 등에 따라 단기적으로 유가가 등락할 수 있어도 장기적 고유가 추세는 지속되겠다”고 전망했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인용, 앞으로 고유가 국면은 장기간 지속될 뿐 아니라 유가 역시 더욱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 연구원은 “고유가는 자원민족주의를 확산시키고 역으로 자원민족주의는 고유가를 장기화시킨다”면서 “향후 고유가와 자원민족주의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이 경우 폭발적으로 분출했다 자멸한 과거의 자원민족주의보다 세계경제에 더 영속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에 대한 재난관리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