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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물폭탄, 한반도 기후가 변했다
올여름 내내 집중호우 계속될 가능성 높다
2011년 08월 29일 (월) 10:11:38 이정직기자 jjlee@di-focus.com

지난 7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엔 500㎜에 육박하는 비가 내렸다.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7월에 이틀간 내린 강수량 기준으로는 100년래 가장 많은 비다. 서울 관악구에선 지난 27일 1937년 이후 70여년 만에 최대인 시간당 113㎜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호우주의보가 12시간 강수량이 80㎜ 이상일 때 발령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시간 만에 그 이상의 물폭탄이 투하된 셈이다. 특히 지난 27일 서울에 내린 비는 7월 일일 강수량으로는 사상 최고를, 연간으로도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3번째로 기록됐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 기자(jjlee@di-focus.com)>

   
 
“일시적인 대기 불안정이 원인”

서울 외 수도권 및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렸다. 동두천의 경우 지난 7월 27일 449.5mm의 비가 내려 7월 일 강수량 기록을 새롭게 썼고 문산(287.0mm) 역시 7월 기준으로 하루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인제에는 211.0mm의 비가 내려 역시 7월 일일 강수량 관련 새 기록을 수립했다. 이는 월에 관계없이 연 중 기준으로 확대해도 지난 7월 27일 강수량은 엄청난 수준이다. 이번 집중호우의 특징은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 등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비를 뿌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 7월 25일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강한 남서풍을 타고 유입된 데 이어 대기 중 · 하층의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대기 불안정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지표면과 가까운 하층 공기가 상승하면서 상층의 찬 공기와 만나면서 대기 불안정이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아래쪽에 있고 찬 공기가 위에 있으면 온도차를 해소하기 위해 따뜻한 공기는 올라가고 찬공기는 내려오는 대류 현상이 발생한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지점에서 많은 비가 온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물이 냄비에서 끓을 때 부분적으로 튀는 곳이 있는 것처럼 대기중에서 대기순환이 발생하는 지점에는 소나기 구름이 생기면서 그렇지 않은 지역과 강수량에서 차이를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사할린 부근에 머물며 한반도 대기 순환을 가로막고 있는 저지고기압으로 인해 기압계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좁은 지역에 강수가 집중돼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즉 대기 불안정으로 형성된 소나기 구름이 중부 지역을 덮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남부 지방은 상층의 찬 공기가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에 막혀 더 이상 내려가지 못해 대기 불안정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집중호우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예년에도 장마가 끝난 이후 집중호우가 찾아오곤 했다”며 “지구온난화에 따른 엘니뇨와 라니냐 등과 같은 기상이변 때문에 빚어진 현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기상청은 “올해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의 활동이 예년에 비해 예측이 어렵다”며 “올여름 내내 이 같은 집중호우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학계, 지구 온난화 재앙의 시작

   
한편 일부에선 이처럼 집중호우가 자주 내리는 이유가 올해 만 나타난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최근 들어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한반도 아열대화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2070년까지 지구 온도가 2도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강우 강도가 2.5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올해 집중호우도 여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김광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이번 집중호우를 기상이변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지구온난화에 따라 지표면과 하층 대기 사이의 에너지 교환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 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비가 오는 빈도나 양이 늘어나고 우기가 빨라졌다는 얘기다. 기상청도 이번 집중호우가 기상이변으로 빚어진 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2000년대 들어 한반도가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는 추세다.

정관영 예보관은 “한반도 기후가 더워지면서 국지성 호우가 아열대 지방에서 내리는 ‘스콜’처럼 변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강수량 변화는 동아시아 기후변화 전망과 동일하다. 현재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온이 상승하고 대기 순환 패턴이 변화함에 따라 동아시아 일대에 여름 강수량이 증가하고 있다.

동아시아 전반에도 평균 강수량, 강수 강도, 강수 극값이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강수 극값과 강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의 특징은 순간적인 침수와 지역적인 편차가 매우 큰 특징을 보였다. 지난 7월 27일 강수량을 확인하면 관악구 107mm, 서초 85.5mm, 강남 71mm가 내린 동안 은평, 성북구 등 서울북부 지방은 5.5mm이하 강수량을 기록했다. 국

립기상연구소 권원태 원장은 “현재 한반도 평균기온은 0.18℃/10년 단위로 상승해 온난화와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며 강수량도 21.7mm/10년 단위로 증가하고 있어 여름철 강수량 증가추이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유철상 교수도 “도시 집중호우의 경우 10~20분 내에 집중적으로 내려 피해가 발생한다”며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기상 정보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예측 강우량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번 집중호우가 기후변화로 지목되면서 치수 대책 마련과 방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집중됐다. 권 원장은 “앞으로 극한 기상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취약성과 영향평가, 지역 규모의 방재적응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침수 발생 최소화 목표 경제적 방안이 필요

이번 집중호우의 원인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 자리를 따라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강한 남서풍을 타고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북서쪽에서 접근한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가 중부지방에서 만나면서 대류 불안정을 유발해 폭우가 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유철상 교수는 “도시 홍수의 경우 침수 발생의 근본적인 차단은 비경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일시적인 집중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침수를 막을 수 없으므로 침수 발생 최소화를 목표로 경제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이병국 센터장도 “치수 사업에 대한 투자가 많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처장은 동 단위의 기초지자체 단위의 치수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염 사무처장은 “국가, 서울시 단위의 치수 대책은 대형 사업 중심으로 엄청난 예산을 사용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시설과 인력 관리 운영에 필요한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치수 정책의 민주화, 분권화를 통한 지역의 구체적 상황에 대응하는 섬세하고 치밀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안전본부 이인근 본부장은 “기상변화로 인해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침수를 예방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졌고, 시민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져 체감 피해가 커졌다고 본다”며 “기술 향상에 따라 빗물펌프장 확보, 하수장 재정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본부장은 “침수 예방을 위한 선행적인 업그레이드는 기술 미달 및 예산 부족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침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방재 패러다임 바꾸겠다”

한편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이번 폭우로 인해 피해 받은 서울시민에게 지난 8월 4일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오 시장은 “시민여러분들에게 닥칠 고통과 불편, 불안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 점, 깊이 사과한다”며 “시민들의 원망과 질타의 목소리도 모두 겸허히 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환경 변화를 분명한 현실로 인정하고 기존의 도시방재 패러다임을 이상기후 대비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하수관거 용량확대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상습침수지역, 산사태 우려지역에 집중 투자해 반복적인 피해를 예방할 계획이다. 또한 ‘6~7월 우기 전 완공’ 원칙을 세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재난이 발생하기 전 이를 사전에 대비하는 정책도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의 재난관리재정 분석자료에 따르면 방재예산에 대비 복구예산 비율이 일본은 13%이지만, 우리나라는 59%에 달한다. 이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재난관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예는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연간 약 1조원의 치산치수사업비를 투자할 방침이라 밝혔지만 정작 2003년 이후 홍수 피해 복구에 2조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재난관리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이를 전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난관리전문가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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