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8월 3일 서울프레스센터에 모인 각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미흡한 재난 정책을 지적했다. 이번 긴급 토론회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집중호우와 도심침수, 산사태 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을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

취약성 평가와 지역 규모의 방재 적응대책 시급

기후변화센터와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지난 8월 3일 서울프레스센타에서는 ‘반복되는 집중호우와 도심피해, 대책은 없는가?’라는 토론회를 열어 기후변화에 따른 도시홍수의 효과적 대응과 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자리는 국립기상연구소 권원태 소장, 고려대 유철상 교수, 관동대 박창근 교수,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처장,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 이병국 박사, 부경대학교 오재호 교수, 서울시 도시안전본부 이인근 본부장 등이 참석,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한반도 자연재해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우선 첫 발표에 나선 국립기상연구소 권원태 소장은 “이번 국지성 집중호우가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동아시아 대기 순환패턴이 변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권 소장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여름철 강수량, 호우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임을 감안해 미래에 예상되는 극한기상 현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취약성 평가와 지역 규모의 방재 적응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도시홍수 대응의 한계 및 극복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고려대 유철상 교수는 “침투시설, 저류시설, 빗물 펌프장과 같은 구조적인 대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유 교수는 “강수 특성 자체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할 경우 과거 관측기록에 기초해 만든 설계조건이 쉽게 무력화 될 수 있다” 며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는 재해예방의 효율성 및 경제성 제고, 침수발생 시 인명 및 재산피해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시스템 구축, 이를 가능하게 하는 예측 강우의 정도확보 등을 선결문제”를 제시했다.

집중호우 피해 전형적인 인재

토론에 나선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서울시 일부 구를 제외하면 서울 도심지 배수설계를 초과하는 강우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9월 21일에 발생한 침수피해가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시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행정보다는 한강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등 전시성 사업에 많은 예산을 써왔다는 점을 들어 이번 집중호우 피해는 전형적인 인재이자 후진국형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처장도 박창근 교수와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염 처장은 “지난해와 올해 수해 피해를 분석할 때, 펌프장의 용량 부족이나 하수관거 용량 미비가 원인으로 밝혀진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염 처장은 “토목사업 위주의 치수대책보다는 홍수 유출 총량제와 반지하 주택 규제 등 도시계획에서부터 수해예방정책을 반영하고, 예경보 시스템과 피난 및 구호 체계 구축 등 다양한 분야의 계획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 이병국 박사는 “모라꼿 태풍이 대만에 뿌린 하루 3,000mm의 호우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전략 수립과 실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침수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지리정보가 구축되어 왔지만, 공개될 경우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우려해 공개를 미뤄왔다”며, “강우강도의 변동에 대비한 배수체계 점검과 근원적 개선, 침수흔적도를 공개, 위험이 예상되는 지역에서의 시설물 입지 제한 등을 보완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부경대학교 오재호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 중심의 기후변화 ‘완화’와 지구온난화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교수는 “온실가스 저감 정책은 중앙정부가 실행하고, 기후변화에 따라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적응 정책은 지방정부에서 획기적으로 책임지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