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이 이민자와 자국 국민 간 충돌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위험에 처해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 같은 위험에 직면하자 그 대책을 강구하기에 이르렀다. 유럽의 ‘빅 3’인 영국·프랑스·독일은  ‘다문화주의 실패’를 선언하기도 했다.
<재난포커스 - 이교진 기자(marketing@di-focus.com)>

노르웨이 테러 사건과 영국 폭동

지난 7월 22일 복지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십자군 전사를 자처하는 32세 청년이 정부청사에 대한 차량폭탄테러와 이민 수용에 앞장선 노동당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100여 명이 사망했다. 1992년 세르비아에 대한 나토의 폭격이 이슬람교도들을 구하기 위해 기독교인을 학살한 것으로 생각하는 이 청년은 순수한 백인 유럽문화를 만들고 이민자들 때문에 더러워진 유럽을 구하기 위해 테러를 가했다고 진술했다.

CNN은 테러는 이슬람 근본주의자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상식을 깨고 기독교 근본주의자들도 위험한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지난 8월 4일에는 올림픽 개최를 1년 앞둔 영국 런던이 무법천지로 돌변했다. 젊은이들이 연일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폭력과 약탈을 자행하며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폭력 시위는 엔필드, 달스턴, 월섬스토와 남동부 브릭스톤등 5개 지역으로 빠르게 번졌으며 영국 BBC방송 “런던 내 여러 지역에서 소규모 폭력과 약탈 등 모방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며 “특별한 목적 없이 이웃과 사회를 파괴하려는 범죄 행위”라고 보도했다.

런던 북부 지역 폭동은 4일 흑인 남성 마크 더건(29)이 경찰 총격에 의해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던 평화시위가 일순간 폭력사태로 뒤바뀌었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가열되면서 인근 지역까지 시위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폭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데서 기인한다.

BBC는 “1980년대 초 계속된 경기 침체가 대규모 폭동을 야기했던 것처럼 이번 폭동 역시 런던 북부 지역의 낙후된 경제 상황이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 폭동이 무서운 것은 그 배경이 얼마전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종교적 이념주의와 극우집단세력에서 초래한 이념폭동과 함께 어려운 경제상황이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은 이 같은 집단 폭동의 원인을 실업률 증가와 경제난, 빈부격차 등에서 찾고 있다. 특히 폭동의 진원이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가 모여 사는 곳이었던 만큼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졌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지난 7월 11일 남부 아비뇽에 사는 켄자 드리데가 공공장소 부르카 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파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드리데는 니캅(눈만 노출시키는 이슬람 여성의 얼굴 가리개)을 쓰고 있었다. 드리데는 “이 법은 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흥분했다. 그녀의 남편 알랄은 “내 아내는 13년간 니캅을 썼지만 아무에게도 충격을 주지 않았다”며 “이 법을 따르려면 아내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 다문화주의 위기

이같이 유럽 전역은 이민자와 각국 국민 간 충돌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위험에 처해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 같은 위험에 직면하자 그 대책을 강구하기에 이르렀다. 유럽의 ‘빅 3’인 영국·프랑스·독일은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실패’를 선언하기도 했다. 영국은 지난 7월 14일 “영어를 못하거나 영국 사회에 통합될 의지가 없는 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에 불편과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 타깃은 무슬림이었다. 앞서 캐머런 총리는 지난 2월 “영국에서의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프랑스에서 다문화주의 정책은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이주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해 신경 썼지만, 정작 이들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정체성에 대해선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다문화주의와 관련 500만∼600만명의 무슬림을 특정하면서 “이슬람은 인정하지만 ‘프랑스식 이슬람’이 아닌 ‘프랑스 안에서의 이슬람’은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 역시 지난해 10월 “다문화 사회로 공존하자는 접근은 완전 실패했다”며 “독일어를 못하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외에도 반이슬람 정책을 주장하는 ‘진짜 핀란드인’당이 지난 17일 총선에서 약진하면서 핀란드 이민정책의 강경 보수화가 예상된다. 네덜란드 의회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3개월 이상 실직 상태가 되면 강제추방령을 내리는 법안을 상반기 중 상정할 예정이다. 이 법안에는 이중국적 폐지, 네덜란드어 시험통과 기준 강화 등도 포함돼 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실업률이 20%대로 치솟은 스페인은 외국인 무직자들에게 ‘자진출국 유인제도’를 추진 중이다. 3년 안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 편도 항공권을 제공하고 1만 달러 이상의 출국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한국사회 노르웨이처럼 테러 발생 가능성

반면 이 같은 현상을 대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엄밀히 말해 우리라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7.3%로 영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낙관할 입장이 못된다.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창업을 시도하는 사람이나 군 입대자, 재학생, 휴학생, 취업재수생, 대학원생 등을 빼고 집계한 수치상 실업률일 뿐 실제 청년고용률은 4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저 수준이다.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대부업체의 고리채에 매달리는 88만원 세대의 불만을 방치해선 안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도 노르웨이처럼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미 3D업종은 외국인들이 우리경제의 중심축을 이끌고 있는데도 다문화 사회를 인정치 못하고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들이 언젠가 반사회세력으로 돌변할 수 있는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 영국과 노르웨이에서 잇따라 터진 폭동사태를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사회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는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적재난이 바로 앞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일들이 미리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와 함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재난관리 전문가의 양성을 서둘러야 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