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산업화 부작용 지구온난화
20세기 후반을 거쳐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수 천년 간 배고픔의 고통에 직면해 있었던 지구상의 많은 국가들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가난에서 탈피하기 시작하였다.물론,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는 절대적인 빈곤에 처한 국가의 국민들이 기아와 배고픔의 고통을 겪고 있긴 하지만, 지난 20여년의 기간을 돌이켜 보면 가난했던 많은 국가들이 산업화를 통해 수 천년간 지속되어 왔었던 가난의 굴레를 벗어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이 개발도상국가에서 산업국가로 탈바꿈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발생한 경제발전은 물질적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꿀물만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부의 편중과 자연훼손이라는 심각한 부작용도 함께 제공하였다.그런 부작용 중의 하나가 바로 지구온난화가 촉발시킨 이상기후변화라 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산업화를 통해 얻게 된 발전과 성장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는 공해를 통해 일어났는데 현재 이런 공해는 전 세계의 대륙과 바다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발생된 이러한 기후변화는 엘리뇨현상 등을 유발시키며 현재 지구상 곳곳에 식량난을 가중시키는 등 엄청한 피해를 주고 있는데 특이한 현상은 홍수와 가뭄이라는 양극화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즉, 어느 지역이 집중호우와 허리케인 등으로 홍수의 피해를 겪고 있는데 반하여 다른 지역은 수자원 고갈로 인한 가뭄을 통해 사막화의 피해를 겪고 있다.

자연적 혹은 인적, 사회적 재난  국가별로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는가?
문제는 이런 지구온난화가 필자가 이미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개발도상국의 산업화와 함께 갈수록 가속화 되고 있다는 점인데 이미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의 80%를 물에 잠기게 했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비롯하여  지구촌 곳곳에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와  슈퍼태풍 등 이상기후의 피해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작금의 지구온난화는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라는 자연재난을 뛰어넘어 이제 그 범위를  금융시스템의 붕괴나 부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다양한 형태의 테러 등 인적 혹은 사회적 재난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자연재난뿐만 아니라 각종 전염병과 화재 혹은 지난 9월 15일 발생하였던 정전사태 등의 인적 사회적 재난을 유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류는 필자가 위에 언급한 자연적 혹은 인적 사회적 재난에 대해 국가별로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는가?

결론은 극히 몇몇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형태는 갖춰져 있지만 현실성이 거의 없거나 아예 재난관리의 핵심적인 알맹이는 없는 무늬만 존재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9월 15일자 발생한 수도권 정전대란을 통해서 너무도 극명하게 밝혀졌다. 전국을 엄청난 혼란에 빠뜨렸던 9월 15일의 정전사태를 통해서 밝혀진 충격적인 내용은 매뉴얼이 수 십년전에 작성되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필자는 이미 재난포커스에 기고한 글들을 통해 매뉴얼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나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피해가 컸었던 재난들, 예를 들어, 성수대교 참사와 삼풍백화점 붕괴, 남대문 시장 화재 등의 원인들을 규명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발생하였던 다양한 형태의 재난들과 이번에 발생한 정전사태를 통해 필자가 느끼는 심각성은 매뉴얼의 비 현실성 보다도 아예 그런 매뉴얼 마져도 제대로 지키려 하지 않는 즉, 안전관리에 대한 동기부여가 전혀 보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웃 중국이나 일본의 사태를 보면서도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동안 우리사회는 대물림되었던 오랜 가난에서 탈피하고자 발전과 성취라는 명제에 사로잡혀 중단 없는 전진을 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미쳐 안전관리에 대해 제대로 신경쓰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안전에 대한 중요성
메슬로우의 욕구5단계에서도 보여지듯이 사실 안전에 대한 중요성도 배고픔이 해결되지 않는 궁핍한 생활에서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즉, 지켜야 할 대상이 존재할 때 안전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듯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발전과 각 개인별 니즈와 욕구의 성취가 달성되었을 때 그것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안전욕구가 발생한다 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20세기 후반 성공적인 산업화를 통해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한 대한민국은 드디어 2004년 3월 11일 최초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제정한 후 2011년 3월 29일 현재 까지 그동안 13번에 걸쳐 이법을 개정하면서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적용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과 규정을 제정하고 개정한다 하더라도 그 법을 지키고 실행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인데 대한민국 국민의 경우, 부끄럽게도 그동안 크고 작은 재난에서 보여 지듯이 안전불감증 증세가 쉽사리 고쳐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동화로 판명되었지만 구멍 난 제방을 자신의 몸이 꽁꽁 얼 때 까지 틀어 막아 나라를 구한 한스 브링카 라는 네덜란드의 소년 이야기는 정말 우리와는 거리가 먼 나라 이야기일까?

왜 대한민국에서는 비슷한 유형의 재난에 대한 피해가 반복해서 발생하며 해를 거듭 할 수록 점점 더 피해가 커지는 것일까?
위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우리국민은 아직 재난관리나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2. 재난 및 안전관련 교육이 너무 방법론적인 면 즉, 기법과 테크닉에만 치중되어 있다.
3. 국민들의 안전관리에 대한 동기부여가 결핍되어 있다.
4. 재난 및 안전관리 관련 규정과 교육 등이 대중 지향적이지 못하고 조직이나 관 지향적으로 너무 획일적이고 규격화 되어 있다.
5. 재난관리와 안전의식에 필수적인 사회를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배려와 공생공존의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6. 정작 매스컴을 통해 재난사고를 접하더라도 국민 대다수는 그 사고가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재난관리 매뉴얼과 만났을 때 재난 효율적 대비
필자가 제시한 위의 내용 이외에도 우리민족이 안전에 불감증적인 성향을 보이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연유로 인해 이번 정전사태를 통해 필자가 느끼는 심각성은 현실을 반영한 최신 매뉴얼의 부재보다도 그 매뉴얼을 지키고 실행하기 위한 안전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재난관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법을 제정하고 개정하거나 재난관련 매뉴얼을 잘 만드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즉, 재난관리의 방법론적인 면 또한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것에 선행되어야 하거나 병행해야 하는 것은 바로 남녀노소 전 국민이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안전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국민이 자발적으로 안전한 생활을 하기위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선행되어야 한다. 

즉, 아무리 안전관리 매뉴얼을 잘 만든다 하더라도 가정과 사회를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안전에 대한 강력한 동기가 결여 되어 있다면  재난관리 매뉴얼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 9월 15일 정전사태를 통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국민이 어떻게 안전에 대한 동기부여를 지니면서 안전을 생활화할 수 있는가?
1. 먼저 가정에서부터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안전이 왜 중요한지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안전을 지키지 않을 시 자녀들은 부모 등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영원히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어려서부터 강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2. 어린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물론이고 모든 학교에서 바른생활처럼 안전생활 과목을 신설하거나 정기적으로 안전생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3.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울 수 있는 안전관련 영상물이나 게임 등을 제작하여 유포시킨다.
4. 대학의 교양과목에 재난관리 관련과목을 신설하여 필수로 수강하게 한다.
5. 모든 관공서와 직장에서는 신입사원 교육 시 재난관리 과목을 신설하여 안전관리를 위한 동기부여와 중요성을 인식 시키며 정기적으로 재난관리 교육을 실시한다.
6. 학생의 봉사점수 중 안전 생활지킴이 등의 봉사점수를 추가한다.
7. 직장에서 승급 시험 시 반드시 안전관리관련 과목을 추가한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발전과 성취욕구라는 두 명제에 너무 사로잡혀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 내 자신의 성공에 더 집착해 왔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이웃나라들에 비해 다양한 재난 특히, 자연재난의 빈도가 적게 발생하였거나 확률적으로 발생가능성이 적어 안전에 대한 마인드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우리국민은 임기응변이 강하여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해결능력은 뛰어나나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재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거나 간과하는 경향이 커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지구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재난사고에서 보여지듯이 재난은 그동안 우리가 공들여 이룩해 놓은 모든 성과물을 한순간에 파괴시킬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김영이 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그런 관점에서 지금 우리국민에게 시급한 과제는 안전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켜 국민 스스로 안전을 생활화 할 수 있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갖추게 하는 길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안전에 대한 동기부여가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잘 갖추어진 재난관리 매뉴얼과 만났을 때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상승효과가 발생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