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기는 지난 3월 11일 동일본지진 당시 일본 도쿄에 거주했던 미국인 Expat. D씨가 당시 혼란스러웠던 일본 상황을 미국인 시각(부인은 일본인)에서 바라보고 쓴 글이다. 외신보도와는 달리 당시 일본 상황이 동일본 지진으로 인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짐작이 가능대목이다.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동일본지진 도쿄시민 공포에 몰다
일본 남부지방인 코고시마의 주민들은 활화산인 사쿠라지마 화산이 폭발하면 그곳 주민들은 다 죽을 것이라 알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용암보다는 지진과 화산재가 날아와서 죽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비슷하게 우리가 머물고 있는 도쿄 역시 큰 지진이 발생할 경우 어떠할까?

그 상황이 벌어지면, 도쿄는 고베와 멕시코시티의 경우처럼 될 것이다. 과거 일본에서 땅이 흔들리면(자주 그렇지만) 우리는 일종의 재미를 느꼈다. 발생한 지진의 강도가 뉴스에서 나올 때 맞춰 보는 것은 가족들 간에는 무슨 게임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이렇듯 일본에서 재해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당연하다는 듯 한 태도는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에 완전히 사라졌다. 도쿄를 강타한 강한 흔들림은 이내 공포심으로 다가왔다.

나의 부인의 고향인 니가타 현과 주에쯔 지방에 강진이 강타. 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카시와자키 원전에 있던 폐연료봉 보관 탱크를 흔들어 방사선 오염이 된 냉각수가 유출되었다. 이 지진으로 도쿄사람들 역시 대피를 서둘렀으며, 우리 가족은 은색가방, 얼마간의 음식, FAK, 식수용 백, 칼 같은 것으로 된 비상용 가방을 구입했다. 거기에는 우리가족이 얼마간 먹을 음식을 추가했고, 물도 더 넣었고, 수건 같은 것을 추가 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지진이 났을 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이 비상용 백을 가져가는 걸 잊어버렸다.

재난시 필요한 것은 비상식량과 손전등
우리는 주차장으로 피신을 했지만, 돈도 없고, 옷도 없고, 음식도 없고, 불을 피울 수도 없게 됐다. 심지어 우리 거실에 놔두곤 했던 자동차 키도 없었다. 가지고 있었던 건 휴대폰뿐이었는데 이건 정말 쓸모가 없었다. 고베대지진이 났을 때 당시 교회에서는 휴대폰이 생명줄이 될 수 있었겠지만, 도쿄에선 마치 대정체가 되고 있는 길에서 누구에게 전화를 하는 것처럼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통화폭주로 연결이 안되거나 송신탑이 무너진 경우를 의미함) 이는 우리가족이 아무런 소통의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였다.

우리가 집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었을 때, 뉴스를 보고 후쿠시마 원전 1호기 소식을 들었다. 나는 현 상황을 평가해보려 애썼다. 우리집에는 한두 개의 맥라이트 전등이 있었지만 여분의 배터리가 없었다. 또 두 개의 스위스아미 나이프와 거버멀티툴이 있었지만 집안이 다 어지러워져서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은신처 역할을 해줄만한 것(침낭, 텐트같은 것)도 하나도 없었다. 한 두가지 음식이 있었지만 굉장히 오래된 것들이었고, 물도 몇 병 가지고 있었지만 정수 처리 할 수 있는 도구도 없었다. 빨리 피신을 한다고 옷도 아무것도 없었고, 음식을 조리할만한 작은 후라이팬 조차도 없었다.그러나 지진 발생이 지난 후 며칠 안돼 우리는 곧 정상으로 되돌아왔고 평상시대로  행동하려 애를 썼다.

정부에서 이틀 뒤, 정전 계획에 의거하여 전기가 들어왔을 때, 나는 물품을 구매하려 인터넷을 연결했다. 건전지와 손전등은 이미 어디에도 없어 (모두 팔려나가 절품되었음)처음 등골이 오싹하는 기분을 느꼈다. 또한 일본식 MRE(비상식량)는 모두 품절 혹은 구매자가 대기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마그네슘-스틸 파이어 스타터와 작은 칼, 방수 성냥 등도 구입하려 노력을 했다. 머지않아 칼과 낙하산 줄이 방수성냥과 함께 배달이 되었지만 나머지 주문은 모두 취소되어  할 수 없이 미국으로 주문을 해야만 했다.

재난, 우리는 어디에 있었나
지진이 난지 2주 뒤 우리가족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 하지만 시내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출근 하기위해 전철을 타던 사람들은 자동차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런 상황에 정유소 파손이 겹쳐 유류가 부족했다. 정부는 아무런 상세한 내용 없이 원전사태에 대한 왜곡된 정보만 계속해서 발표했고 이는 곧 생수난을 발생시켰다.

우리가족은 다행스럽게도 부인이 농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거기서 야채와 쌀, 음식들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소고기나 야채보다는 건전지와 손전등을 구하는 것은 훨씬 어려웠다. 때문에 나는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서바이벌 백을 만들어야 만 했다. 물을 정수 할 알약을 구했고 (sodium-chloride), 거기에 아쿠아미라 정수 필터도 더했다.

우리는 불을 피울 세 가지 방법도 생각해 냈다. 음식과 물을 새것으로 교체했으며, 비상용 담요, 여분의 자동차 키, 추가 건전지와 손전등을 집어넣었다.또 내가 출근할 때, 정전으로 전철이 서 버려 10km를 걸어서 간 경험을 하고 난 후, 이제는 EDC를 가지고 다닌다. (EDC:Everyday Carry Kit : 상시휴대비상품 ) EDC에는 붕대와 약, 낙하산줄과 캐러비너, 불을 피울 도구들, 약간의 바 형태의 음식, 물과 손전등, 폰카드 등이 있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할 것을 대비 휴대폰 충전기도 가지고 다닌다.

칼과 도(刀)의 적법성
나는 칼을 휴대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가 발생했다. 사람들 사이에 칼로 인한 공격이 발생하고 난 뒤, 일본에서는 6cm 이상의 고정식 날을 가진 칼은 어떤 이유로든 불법으로 간주 되었다. 낚시를 갈 때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자기보호용으로는 위법이었다. 날이 접히는 칼은 8cm까지 허용이 되었다. 그리고 전체 칼의 크기는 칼날과 몸체를 합하여 15cm가 넘으면 안되었다.

재난대비 미리해야
빠른 시일 내, 나는 우리 가족이 GOOD배낭(비상용 배낭의 다른 정의)을 가지게끔 하고 싶었다. 지금 가진 배낭은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4인 가족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위기에도 불구하고 침착한 것은 대다수 지역에서 먹을 음식이 아직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일본인들이 제정신이 아닌 경우를 보게 되는데, 보통 새해 상품 세일이 끝나고 난 직후다.

우리가족은 지금 미국 스타일의 MRE, 요리도구, 정수필터가 달린 펌프, 태양열 충전식의 손전등, 좋은 접이식 칼등을 구하길 바라고 있다. 우리 아파트는 공간이 별로 없지만, 우리는 물과 비상식량을 저장할 예정이다. 피난처 역할을 할 장비 역시 아직도 구하는 중이다. (침낭, 텐트)우리 가족은 탈출계획도 만들고 있다. 비상용품은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다시 지진이 발생하거나 소개령이 떨어지면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외국인이다. 피신을 했을 때, 내 부인과 아이들이 나의 아이들이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모든 중요한 문서들을 복사본을 만들어 둘 계획이며 재난시 비상용 백과 함께 가지고 나갈 생각이다.이제야 나는 재난대비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재난을 겪고 나서야 이러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슬픈 현실이지만 나는 우리가 준비가 될 때까지 재난이 우리에게 닥쳐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집에는 한두 개의 맥라이트 전등이 있었지만 여분의 배터리가 없었다. 또 두 개의 스위스아미 나이프와 거버멀티툴이 있었지만 집안이 다 어지러워져서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은신처 역할을 해줄만한 것(침낭, 텐트같은 것)도 하나도 없었다. 한 두가지 음식이 있었지만 굉장히 오래된 것들이었고, 물도 몇 병 가지고 있었지만 정수 처리 할 수 있는 도구도 없었다. 빨리 피신을 한다고 옷도 아무것도 없었고, 음식을 조리할만한 작은 후라이팬 조차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