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특히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산업재해의 원인으로 일반 산업기계조작안전성 문제와 정부의 건설업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시행 방침에 따른 저숙련자 고용이 산업재해를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산업현장 사고사망자 건설업 가장 많아
지난해 산업현장의 사고사망자 10명중 4명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현장의 사고사망자는 총 1,383명으로 전체업종 중 건설업에서 가장 많은 556명(40%)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556명)를 재해유형별로 살펴보면, 추락으로 인한 재해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붕괴·도괴, 낙하·비래, 충돌, 감김·끼임의 순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특히, 올해 들어 건설업에서 상반기에만 295명의 사망자가 발생, 전년 같은 기간(269명) 대비 26명이 증가(9.7%)했으며, 전체 업종 중 가장 많은 사망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단은 건설현장 재해감소를 위하여 대한건설협회(회장 최삼규)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 재해예방 활동에 나선다. 협약 체결에 따라 공단은 △건설재해 통계자료와 재해사례 제공 △기술자료 개발 및 보급 등을 지원하고, 대한건설협회는 이를 활용해 전국 7천여 회원사를 대상으로 건설근로자 재해예방 활동에 활용하게 된다.

이밖에 공단은 건설업체에 대한 안전보건교육과 대한건설협회 회원사의 선진안전보건 기법 도입을 지원하고, 대한건설협회와 산업재해예방 기술자료 등을 공동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공단은 건설업 재해예방을 위해 이번 대한건설협회와 업무협약을 포함해 현재까지 8개 유관단체, 6개 공공발주기관 등 총 14개 기관 및 단체와 건설재해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있으며, 관련 건설현장에 합동안전보건 점검, 교육지원, 기술자료 개발 및 제공 등 재해예방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공단 백헌기 이사장은 “건설근로자의 안전확보를 위해 건설산업의 구심체 역할을 담당하는 대한건설협회와 뜻을 같이 한 것에 큰 의의를 가지며, 건설업에 안전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전모, 안전화, 안전고리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는 필수적
이같이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업무상 사고 사망자 중 대부분이 건설 분야에서 발생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10월 2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대전 지역에서 산업 재해로 피해를 입은 재해자를 살펴 본 결과 3,335명으로 2009년 3,291명보다 약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전반기(6월)까지 대전지역에서 1,847명이 산업재해로 피해를 입었으며 65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올 한해 산업재해 발생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지역은 올해 전반기 산업재해자가 139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94명이 발생한 것에 비해 6.7%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9명이 늘어나 35명을 기록했다. 전국 산업재해자의 경우도 2009년 부터 2010년 3월까지 업무상사고 사망자로 산재 보상을 받은 사람이 1,170명으로 분석됐으며 대부분이 건설 분야에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건축현장의 경우 항시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다른 제조 분야와 운수 분야 등의 기계를 다루는 사업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목숨을 건질 수도 있지만 건축물 붕괴나 추락사고는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건설 현장의 사고는 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확률이 높고 구조작업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인부들은 항상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며 “안전모, 안전화, 안전고리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는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가공기계, 공작기계 등 일반 산업기계에서 발생
이와 함께 산업재해를 발생시키는 또 다른 문제는 일반 산업기계조작안전성 문제다. 안전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일반 산업기계는 상당수 노동자에게 피해를 입힌다.  지난 10월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범관 의원은 2011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정감사에서 “산업기계에 의한 재해자 중 약 84%가 제조 수입단계에서 안전성 확보 의무대상이 아닌 식품가공기계, 공작기계 등 일반 산업기계에서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서 산업기계의 위험 부위에 안전덮개(방호장치)가 설치되지 않아 작업중에 기계의 회전부나 움직이는 칼날 사이에 작업자의 손가락 등 신체의 일부가 끼이거나 절단되는 등 후진국형 재해가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독일 등 EU 국가는 모든 기계류에 대해 제조 또는 수입자가 설계 제작 단계에서 위험성을 평가해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제품에 CE마크를 부착해 판매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2006년 노동안전위생법 개정을 통해 모든 기계에 대해 제조자가 생산단계에서 위험성 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도 제조 수입단계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대상이 크레인, 압력용기 등 11종에 불과하고 그 외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식품가공기계와 같은 대다수의 산업기계는 제조·수입단계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 사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체 사고성 재해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기계에 대한 안전성 확보 없이는 선진국 수준의 산업재해율 달성이 요원할 것”이라며 “정부는 기계의 설계 제작 단계에서 근원적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백헌기 한국산업안정공단 이사장은 “제조 수입단계에서 안전성을 점검하는 대상을 11종에서 43종으로 늘리는 것을 내용으로 한 법안을 입법예고 중”이라고 말했다.

산업재해예방, 재난관리전문가 활용
정부의 건설업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시행 방침이 산업재해를 부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산업재해 발생 원인은 다양하지만 근로자와 사업주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 바로 최저가 낙찰제다.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공사는 국민의 혈세가 사용되기에 차액이 클수록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문제는 과도한 저가 낙찰이 그 대가로 고귀한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무모할 정도로 ‘제 살 깎기’를 감행한다. 저가로 공사를 수주한 업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주로 노무비를 삭감한다. 투입 인원을 줄이고 공기를 단축한다. 작업 팀을 축소하고 작업팀 간 성과급 경쟁을 유도해 작업 속도를 높인다. 고임금 고숙련자보다는 저임금 저숙련자를 투입한다.

고용노동부의 ‘2009년 산업재해 발생 건수’에 따르면 100인 이상 건설현장 중 재해율 상위 10%의 산재 다발 사업장의 재해율은 3.15%로 건설공사의 규모별 평균 재해율인 0.08~0.2%에 비해 매우 높다.산재 다발 사업장에 포함된 공공공사 21건 중 19건이 최저가로 발주된 공사였다. 최저가 공사는 2008년에 발주된 공공공사 건수 중 12.7%에 불과하지만 재해율 상위 10%에 포함된 건수 중에서는 90.5%를 차지하고 있다.

낮은 낙찰가격과 높은 재해율의 연관성을 짐작케 할 수 있는 결과다. 1962년 이후 공공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는 시행과 중단을 8회 이상 반복했다. 항상 부작용이 따랐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공공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했거나 극히 선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우리의 사고 사망인율만 놓고 보면 미국·일본·독일에 비해 20년 이상 늦고 있으며,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는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또한 막대한 비용이 지급되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단기대책만으로 정체된 재해율을 감소추세로 전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재해관리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의 필요성도 고려해 봐야 할 대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우리의 사고 사망인율만 놓고 보면 미국·일본·독일에 비해 20년 이상 늦고 있으며,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는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또한 막대한 비용이 지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