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재난이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지구촌에는 일본·터키·뉴질랜드 지진, 호주와 태국의 홍수, 미국 동북부의 때 이른 폭설 등 각종 재난이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국 가디언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년 뿐”이라는 기사제목을 소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심상치 않은 지구촌 재난의 이유를 살펴봤다.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올해 대표적인 자연재해들
일본·터키·뉴질랜드 지진, 호주와 태국의 홍수, 미국 동북부의 때 이른 폭설, 올해 들어 지구촌에 발생한 대표적인 자연재해들이다. 이러한 자연재해로 지구촌은 인명 피해는 물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지난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2만 5000명 이상의 인명 피해와 일본에만 20조엔(약 280조원)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글로벌 공급망 파괴로 전 세계 경제가 입은 피해는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지난 11월 터키에서는 규모 7.2 이상의 강진이 발생 수백 명이 사망했으며 태국도 50년 만의 최악의 홍수로 지금까지 400명 가까이 숨지고 11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올해 발생한 자연재해 피해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손해보험기업 뮌헨 리(Munich R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생한 자연재해 피해액은 이미 26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사상 최대 재산피해액을 기록했던 2005년의 22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해에도 지구촌은 아이티 대지진과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등 대규모 자연재해로 고통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이러한 대규모 자연재해가 최근 왜 연이어 발생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간 문명의 발달로 세계의 상호 의존성이 커져 피해규모가 커진 것이지 결코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나 강도가 높아진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동일본 대지진은 지진 규모가 역대 4번째로 큰 9.0을 기록했지만 세계 경제가 받은 피해 규모는 1960년 칠레에서 발생한 세계 최대 규모 9.5의 지진에 비해 더 크다.

이는 일본 대지진이 원전사고로 연결되고 일본이 세계 자동차 전자 산업 부품 공급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특수한 환경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만약 일본 대지진이 원자력 발전 기술이 발달되기 전이나 세계 경제가 밀접한 관계를 맺기 전에 발생했다면 그 피해는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미 동부를 강타하는 허리케인과 호주와 태국의 홍수 사태에서 보듯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과 인간의 미숙한 대응으로 자연재해가 더 자주 발생하고 그 피해 규모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는 태국 홍수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는 태국 홍수의 경우 6월부터 9월까지 광범위하게 많은 비가 내려 방콕을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 강 수위가 지속적으로 높아졌음에도 별다른 배수시설을 마련하지 않아 사실상 인재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관건은 상호 의존성이 강화된 지구촌이, 계속 발생하는 자연재해로부터 받는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와 기술의 발전이 자연재해가 가져오는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등 전인류 차원의 종합적인 자연재해 극복마련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구촌이 재해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을 덮친 때 이른 겨울 폭풍, 3개월이 넘게 계속되는 태국의 홍수, 터키에 이어 페루에 닥친 강진 등 지역을 불문하고 각종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북동부 지역은 10월 30일(현지시간) 이틀 간 눈폭탄을 맞으면서 330만 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입고 도로와 철도, 항공 등 주요 교통이 끊겨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전력회사들이 제설작업과 쓰러진 나무를 제거하는 등 전력 공급 재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전력이 완전히 회복되기에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뉴저지주 북부의 플레인필드에 최대 68.6cm의 눈이 내리는 등 폭설로 최소 3명이 숨졌으며 뉴저지와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주와 뉴욕주 13개 카운티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태국은 수도 방콕이 전면 침수되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으나 불안은 여전하다. 다만 방콕 외곽은 돈므앙과 싸이마이, 방플랏, 타위 와타나 구역 등 침수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페루는 지난 10월 29일 규모 6.9의 강진이 중부 해안지역을 강타하면서 1000여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페루 재난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1445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건물 708개가 붕괴하는 지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피해를 집중적으로 받은 이카시는 지난 2007년에도 규모 7.9의 지진이 강타해 600여명이 숨지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곳이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영국 가디언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년 뿐”이라는 기사제목을 소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신문은 11월 9일 국제 에너지기구(IEA) 수석 경제학자 페이스 브리톨의 말을 인용, 당장 화석 연료 사용을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 5년 후 인류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에서 브리톨은 11월 28일부터 남아공에서 열리는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2012년 이후 효력을 상실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지구 온난화 대응은 요원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발생한 이상 기후 현상을 돌이켜 보면 브리톨의 지적은 단순한 허풍이 아니다. 당장 한국 만에도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우가 찾아왔다. 지난 7월 26일부터 3일간 쏟아진 집중호우로 서울은 10년만에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

서울에는 시간당 최고 113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한강이 범람했고, 서울 시내 주요 도로는 운하로 변했다. 지하철 역이 물에 잠기고, 고속도로도 한시적으로 통제됐다. 이틀 동안 최고 431㎜의 기록적인 폭우에 우면산도 무너졌다. 이 산사태는 인근 주민 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일간의 폭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사망 27명, 실종 6명, 부상 32명의 인명 피해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의 온도 변화 지목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촌의 잇단 기상이변의 근본 원인을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의 온도 변화를 지목했다.
지난 7월 말 라니냐가 촉발한 폭우가 예년보다 25%나 많은 강수를 동반하면서 태국을 강타하는 바람에 최악의 홍수 피해가 일어났다고 WSJ는 분석했다. 라니냐는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면서 동남아시아와 호주 북부 및 동부에 정상보다 많은 강우량을 유발하고 열대성 폭풍의 위험성을 높이는 이상기후 현상이다. 반대로 미국의 가을 폭설은 대서양의 서쪽 수온이 예년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쪽에서 이상 발달하며 남하한 찬공기가 따뜻한 바다와 만나 강한 눈구름을 형성했고 이 눈구름이 미국 북동부 지역에 눈을 뿌렸다고 NYT는 분석했다.최근 미국과 중국, 이스라엘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진은 네이처와 지오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대기오염 물질이 증가하면 구름 형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쳐 건조 지역에서는 강우량이 줄고 비가 많은 지역이나 계절에는 강수량과 폭풍이 늘어 기후의 양극화 현상을 부추킨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한국인 민승기 박사를 포함한 캐나다 환경청 연구팀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유럽과 북미, 아시아에서의 폭우와 폭설이 증가한 이유로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온실가스의 대폭적인 증가를 꼽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기사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지구촌에 극단적인 이상 기후현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원인을 찾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인류는 지질시대 수많은 생물들이 일시에 사라지는 대멸종의 재앙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가 심상치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