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재난 무방비 상태로 노출
지구상에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들은 크고 작은 재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채 오랜 기간 커다란 피해를 겪어오고 있다.  기록문화의 등장과 함께 그동안 지구상 곳곳에 발생하였던 재난들 중 세계사에 기록되어 인류에게 커다란 피해를 주었던 재난들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먼저, 기원전 430년 옛 그리스의 도시국가였던 아테네에서는 Typhus epidemic이라는 질병이 발생하였는데 이 질병은 무려 3년 동안 그리스 반도 전체를 휩쓸어 결국 그리스 문명의 쇠퇴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기원전 79년 세계사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폼페이 화산폭발은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일어났는데 이 화산폭발의 여파는 당시 로마제국의 도시 중 가장 아름답고 융성했던 폼페이 시전체를 1500년간이나 화산재 속에 파묻히게 하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 주었다서기 526년 당시의 기록은 오늘날의 터키와 시리아 경계선에 있는 안티오크에서 엄청난 규모의 대지진이 일어나 25만명이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서기 1228년 네덜란드의 프리슬랜드에 바다가 범람하는 재난이 발생하였는데 이 사고로 10만명이 넘는 사람이 바닷 속에 수장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네덜란드는 이 재난이후 바다 연안 지방에 제방을 쌓는데 온 국가의 역량을 집중한다.서기 1346 인류는 유럽에서 발병한 흑사병(Black plague)으로 인해 대재앙을 맞게 되는데 당시의 기록에 의하면 1352년까지 약 6년간 유럽을 휩쓴 흑사병(Black plague)으로 인해 유럽 인구의 삼분의 일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흑사병은 당시 유럽을 거쳐 아시아와 북아프리카로 전염되어 총 7500만명여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냈는데 유럽에선 노동인구가 격감하여 노동력의 가치가 크게 높아져 농민들의 지위가 향상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수많은 재난 빈번하게 전 세계 강타
14세기에서 20세기전반에 걸쳐서도 지구촌 곳곳은 예전처럼 미국과 중국, 일본, 이란 등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들과 프랑스와 북미지역에서 발생한 천연두와 대형화재,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사이클론과 바닷물의 범람 등 수많은 재난이 빈번하게 전 세계를 강타하였다.

20세기 전반인 1914년 지구상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대재난이 발생하는데 정작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재앙은 전쟁의 피해보다 전쟁 기간이었던 1918년 발생하였던 Influenza pandemic불리는 변종감기바이러스로 1918년에서 1919년까지 전세계 인구의 약 20%가 이 질병에 걸렸으며 질병이 발발한 뒤 25주만에 약 25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그 질병에 가장 커다란 피해를 입은 나라는 인도로 약 1700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이 감기바이러스로 희생되었다. 

이렇게 인류가 재난사를 기록한 이후부터 20세기에 걸쳐 발생한 재난들을 분석해 볼 때 대부분의 재난유형은 자연재난으로 밝혀졌는데 20세기 후반에 인류는 기존의 재난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사회적 재난을 겪게 된다.   그것은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인해 인류가 발명한 문명의 이기로 인한 대재난을 겪게 되는 것으로 당시 그 사고의 여파로 인해 사고 지역인 우크라이나 당국은 9만 3000명이 방사능 오염 후유증으로 죽었다고 발표를 하였다.

이처럼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 왔던 재난은 21세기로 접어들면서 또다시 새로운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은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다변화, 다양화 되면서 이전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신종재난이 등장하여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자연재난과 인적재난의 유형과 다른 이러한 사회적 재난은 금융, 통신, 댐, 에너지 교통 등과 같은 국가핵심기반시설을 위협하는 재난과 대형민간상업기반이나 생활필수품 혹은 유해물질 및 심리적 공황 등으로 유발되는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 및 국가적인 상징물, 유적이나 유물이 훼손되거나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유발되는 국가 정체성 재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겠다. 

재난 발생한 후 후유증과 상처 훨씬 크다
이상의 재난역사를 살펴보면서 매우 특이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재난 그 자체보다 재난이 발생한 후의 후유증과 상처가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재앙은 재난당시에 희생되었던 사람들보다도 재난의 후유증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을 굶어 죽게 한 식량부족과 기근이라는 점이다. 즉, 재난의 무서움은 재난당시의 피해보다 재난 후의 후유증인 식량부족과 기근을 통해 재난시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간다는데 있다.  

그것은 재난의 후유증인 기근으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들을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3세기에 걸쳐 살펴본 결과  1억 2천만여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불과 3세기동안 식량부족과 기근으로 인해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인류는 지금까지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 지식정보사회라는 4차례의 획기적인 사회적 기술 개발을 성공시켜 왔는데 21세기 이후부터 사회는 지식정보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진보의 배경은 수렵기술, 농업기술, 산업기술, 그리고 정보기술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중 농경사회는 인류가 수렵생활을 탈피하고 정착생활을 시작한 18세기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때부터 인류는 가축을 사육하면서 농작물을 경작하였다. 농경사회의 특징은 전적으로 자연현상에 의존한다는 점으로 만일 자연 재난 중의 하나인 태풍이나 홍수, 호우, 해일, 폭설 지진 및 가뭄 등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점이다. 즉, 자연 재난이 발생할 경우,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어 식량부족과 기근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바로 농경사회라 할 수 있다. 결국, 재난은 인류가 구축한 농경사회를 산업사회로 이동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산업사회와 정보사회 및 지식정보사회 등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농업에서 다양한 산업군으로 다변화 시켜주는 계기를 마련하여 재난이 발생하였을 경우, 그 위험을 분산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즉, 20세기 들어, 재난의 형태와 직업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거주지역이나 거주형태에 따라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상이하게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재난이 발생한 지역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직접적인 피해를 겪어야 하는 반면 누군가는 간접적인 피해를 보거나 거의 피해를 보지 않을 수도 있는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기존재난에 이어 신종재난이 새롭게 등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재난의 유형은  필자가 앞서 언급한 대로 기존재난에 이어 신종재난이 새롭게 등장하는 가운데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난의 발생건수 또한 해가 다르게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비록 재난으로 인한 인명의 피해는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나 피해규모는 과거보다 훨씬 더 증가하여 그 영향이 이제는 국지적인 면을 벗어나 점점 글로벌적인 면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난의 피해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09년말에서 2010년초 북반구와 남반구에서는 각각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 및 폭우가 쏟아지는 등 전 세계적으로 대형 기상이변의 발생빈도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01년 이후 500명 이상의 사망자 또는 5억 달러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대형 기상이변의 발생 건수가 1980년대에 비해 2배 수준으로 증가하였다(Munich. Re (2009). Topics Geo: Natural catastrophes 2008).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1년에서 2008년까지 기상이변에 따른 연평균 재산피해액이 1990년대의 3배이상인 2조 2,900.1억원으로 증가하였다(재해연보 2008. 소방방재청). 21세기 들어 전 세계에 걸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는 기상이변의 원인은 무엇인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온실가스가 증가하기 시작하여 20세기 중반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제시하여 20세기 이후의 기상이변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지속적이며 빠른 증가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90%이상으로 추산함으로써 오늘날 기상이변의 주범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간에 의해 발생된 인적재난으로 밝혀졌다( IPCC (2007). Climate Change. 2007).

따라서, 인류가 인적재난에 의해 야기되는 기후변화를 방치할 경우, 기상이변은 세계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Stern(2006)은 기상이변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2100년까지 세계 GDP의 5~20%에 달할것으로 예상하였다(Stern, N. (2006). 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 The Stern Review. Cambridge University Press).

기상이변에 의한 리스크, 국내외 기업 관심 부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상이변에 의한 리스크는 개별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피해의 영향이 너무 광범위한 글로벌 리스크로 인식되어 아직까지 대부분의 국내외 기업의 경우,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실제로 국내기업의 CEO들은 기상이변이 기업에 중요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상황은 인지하고 있으나 기상이변 리스크와 관련하여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전략의 부재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종재난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국내외 기업들은 전략적이며 실천적인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이 3·11 대지진 후 파산한 기업이 모두 397개로 기업들의 연쇄부도로 부채총액만 10조원에 육박한다는 점과 원전과 쓰나미 피해가 컸던 태평양 연안지역에만 2500곳의 기업의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는 사실을 통해서 여실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예고없이 발생하는 자연적, 인위적 혹은 사회적 재난의 리스크에 대해 기업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  그것은 기업에 재난이 닥쳤을 경우, 적정시간 안에 재해, 재난으로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운 데이터 백업과 같은 단순 복구 뿐 아니라 고객 서비스 지속성 보장과 핵심 업무기능을 지속하는 환경을 조성해 기업가치를 최대화하는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구축을 통해 가능하다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운용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평가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파악, 재해에 따른 업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이와 함께 기업이 그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신속하게 정상적인 업무로 복귀하여 재난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난에 대한 대응과 복구보다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업의 조직문화 재난관리 최우선 과제중의 하나
기업에 이러한 시스템이 원활하게 구축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조건이 필요한데 먼저, 기업의 조직문화가 재난관리를 최우선 과제중의 하나로 인식하는 문화로 탈바꿈해야 한다.아울러 최고경영자를 위시한 기업의 전 조직원이 재난관리를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

김영이 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그동안 발생되었던 기업의 재난관련 사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생존경영전략에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다음호부터 재난에 의한 리스크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사례분석을 통해 기업의 생존전략에 도움이 내용들을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