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의 근로 환경은 각종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지만,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산업재해인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사업장별 특수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아닌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형식적인 교육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무조건적 비용 절감이 인재 불렀다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남현동 강남순환도로 터널공사 중 다이너마이트가 폭파돼 현장에 있던 근로자 소모씨가 사망했다. 큰 비를 동반한 천둥 번개가 다이너마이트 뇌관에 떨어지며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연재해지만, 이는 분명한 산업재해다.비가 오는 날에는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함에도 작업자가 현장에 있었다. 또 당시 사용된 뇌관이 비전기식이 아닌 값싼 전기식이었다. 그동안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터널 발파공사 시 비전기식 뇌관 사용의 의무화를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현장의 무조건적 비용 절감이 인재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월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산업현장의 사고는 4만779건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1만189건으로 가장 많았고 ▲감김·끼임(7752명) ▲추락(6218) ▲낙하·비래(3591) ▲충돌(3457) ▲절단(3261) 등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제조업(1만5680명)과 건설업(9769)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특히 안전관리가 취약한 50인 미만 사업장(3만6302)에서 대부분 발생했고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은 2568건에 불과했다.

때문에 고용부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통해 산업재해 예방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추락과 낙하사고 등과 같은 24가지 예방교육을 실시 중이다. 현장 안전지도원 및 근로자가 체험을 통해 안전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교육에서 끝날 뿐 현장에 적용되지 않으며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건설안전체험교육을 맡고 있는 공단 관계자는 “추락사고 시 생명에 위험이 없도록 낙하산식 안전띠 착용을 권하고 있지만, 강제사항이 아니라 대부분이 값싸고 사용이 편리한 밸트형 안전띠를 착용한다”라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8조9705억 원이나 된다. 2007년 16조 2114억 원에서 2008년 17조 1094억 원, 2009년 17조 3157억 원, 2010년 17조 6187억 원으로 꾸준히 늘며 올해 약 18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00원을 아끼려다 더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유근영 전국건설노동조합 교육선전 차장은 “건설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인 채 얼마나 빨리 공사를 끝내 돈을 아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고는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산업기본법에 작업별 안전사항이 나와 있지만, 법이 지켜지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며 “법 준수만 제대로 해도 안전사고는 절반으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질병 분야도 산재영역 커져
최근 들어서는 산업질병 분야도 산재영역도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교육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근로자들이 수은, 아말감, 카드뮴 등과 같은 각종 화학물질 관련에 노출돼 있지만,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산업재해인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사업장에서 긴 시간을 못 빼기 때문에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안전보건 교육을 매월 2시간 정도 실시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장별 특수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아닌 산업 전반을 아우르다 보니 형식적인 교육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지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위원은 “근로자들이 유해화학물질을 써도 자기가 뭘 썼는지 모를뿐더러 시간이 지난 후에 발병하는 일들이 많아 근무 연관성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선 근로자의 알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라며 “아울러 질병에 대한 원인 규명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우지 않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농축산업 종사자들의 산업재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농기계에 의한 사고는 물론 농약·비료에 따른 사고, 동·식물과 접촉 등 다양한 위험 요인에 노출되면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농업에서만 발생한 재해자수는 645명에 이르렀고, 이 중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법개정안 발의 ‘근로복지공단-재해자 입증책임 나눠지도록’
국회에서 이 같은 실태를 반영해 산재 입증책임을 재해자와 근로복지공단이 나눠지도록 한 법안이 발의됐다.국회 이미경(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46명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11월 1일 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는 우선 산재로 추정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를 위해 재해자 자신이 업무 수행과정에서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노출된 경력이 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된다.

나머지는 근로복지공단의 몫이다. 공단은 재해자측에서 제기한 산재추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산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해야 한다. 현행법은 산재로 열거된 질병 목록에 해당하지 않으면 업무기인성을 입증해야 한다. 즉 재해자가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산재 신청시 자신이 확보한 자료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이 자료는 재해와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증거로 활용된다. 그러나 산업 고도화로 유해화학물질 사용이 많아지고 이에 따른 직업병도 늘어나면서 이를 증명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증거자료의 대부분은 사업주와 공단이 가지고 있어 재해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미경 의원은 “유해 화학물질로 병에 걸려도 입증을 못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억울한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재해자에게 업무연관성을 모두 증명하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이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재해자에게 인과관계를 입증하라는 것은 노동자의 재활과 생존을 지원한다는 사회보험 취지에도 맞지 않다”며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제기가 있어 대책을 고민중”이라며 “국회에 이미 상정된 유사한 법 개정안이 있어 다양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재해 관리예방 전문가의 필요성
이와 함께 건설현장의 산업재해를 근원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현행 개별 현장중심의 재해예방 및 산재관리 체제를 전체 건설산업 차원의 종합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1월 13일 발표한 ‘건설 현장의 산업 안전 주요 현안과 대응 방안’보고서에서 “건설현장 산업재해는 체계적인 관리가 쉽지 않은 ‘소규모 현장’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건산연 심규범 연구위원은 “건설현장은 생산물이 완성되면 소멸되고, 건설근로자 역시 자신의 공종과 직종에 따라 계속 이동한다”며 “하지만 우리의 산업안전 관리 체계는 대개 고정된 사업장과 근속하는 근로자 중심으로 돼 있어 현실과 제도 간의 괴리가 건설재해를 줄이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심 연구위원은 “산업안전보건 관리 능력과 보호구 및 안전교육, 건강진단 등을 공급할 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현장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개별 현장에 두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건설현장의 재해율은 2007년부터 제자리를 맴돌아 2010년에는 0.7%에 머물렀고, 5인 미만 소규모 현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비중은 6.9%인데 비해 재해자의 비중은 10배인 68.0%를 차지하고 있다. 심 연구위원은 “며칠 만에도 이동하는 근로자에 대해 소규모 현장에서 보호구를 나눠주고 안전교육을 시킬 수는 없는 현실”이라면서 “상대적으로 현장별 특수성이 낮은 기초안전보건교육, 정기 건강진단, 공통적인 보호구 등에 대해 근로자의 근로일수에 따라 주기적으로 전체 산업 차원에서 공급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업재해예방대책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는 산업재해는 노동시장에서 경제적 손실 등 막대한 비용이 지급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산업재해관리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의 필요성도 고려해 봐야 할 대목이다.

근로자들이 수은, 아말감, 카드뮴 등과 같은 각종 화학물질 관련에 노출돼 있지만,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산업재해인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사업장에서 긴 시간을 못 빼기 때문에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안전보건 교육을 매월 2시간 정도 실시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장별 특수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아닌 산업 전반을 아우르다 보니 형식적인 교육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