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5일 한반도 전국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또 벌어질 양상을 뛰고 있다. 당시 정전으로 많은 인명상·재산상피해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한전은 비상시 이뤄져야 할 위기관련매뉴얼조차 이번사태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 것이 여실히 나타났으며 재난전문가들은 닥칠 것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올 겨울 최대 전력 예비율이 1%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안정적 예비전력 수준 400만kW 밑돌아
내년 1월 2~3째주 예비전력이 53만kW까지 떨어지는 심각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지난 ‘9·15 정전대란’이 언제든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15일 우리는 전국적인 정전대란을 경험했다. 늦더위 폭염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으로 운행중인 엘리베이터가 멈춰서고, 은행과 증권사, 식당 등 생활 필수 시설의 영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우리나라의 전력공급 능력이 전력 수요에 비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계기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겨울이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올 겨울 최대 확보 가능한 전력공급능력은 약 7900만㎾인 반면, 최대 전력수요는 약 7850만㎾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동계기간 대부분의 공급예비력이 안정적 예비전력 수준인 400만㎾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월 2~3주째 기간에는 공급예비력이 53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전력률이 채 1%(0.67%)도 안 된다는 뜻으로 순환정전 등 긴급절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참고로 9월 정전대란 당시 예비전력은 24만㎾에 불과했다. 예비공급력이 400만㎾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전기 품질이 저하돼 전기품질에 민감한 산업에 피해가 발생한다. 이 시기 100만㎾급 대형 발전소 1기라도 불시에 고장날 경우 일부 지역의 정전 발생이 불가피하다. 공급예비력이 100만㎾이하로 떨어지는 기간중에는 언제든 광역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겨울철 최대전력 수요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2000년 이후 1월 최대전력 수요는 연평균 7.6% 늘어났다. 매년 400만㎾씩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얼어 붙었던 2009년 1월에도 최대전력은 2.8% 증가했다. 2010년과 2011년 1월에는 각각 10.1%와 8.2% 늘었다.전력대란은 보통 최대 소비 전력은 냉방소비 전력으로 인한 여름철 발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2009년 침체됐던 산업경기 회복과 반복되는 이상한파, 전기 난방기기 보급 증가가 겹치면서 최근에는 겨울철에 최대전력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기 난방기기의 보급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억제 기조가 유지되면서 기존 가스나 등유를 사용하던 난방기기가 점차 사라지고, 전기난방기기가 급증하면서 전기난방 부하는 2004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겨울철 전체 전력수요 중 난방용 전력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8%에서 작년에는 25%를 넘어섰다.

특히 난방용 전력 소비 중에는 전기온퐁기와 냉난방 겸용인 시스템 에어컨이 절반을 차지하는데, 2010년을 기준으로 시스템 에어컨은 140만대, 전기온풍기는 120만대 가량이 보급됐다. 전기스토브도 640만대나 판매됐다. 게다가 겨울철 빌딩·상점·식당 등 상업시설에서 사용하는 난방 전력은 전체 난방전력 소비의 61%를 차지한다.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 7853만㎾로 전망
한 예로 한국전력 충북본부에 따르면 올해 겨울철 최대 전력공급 능력은 7906만㎾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는 7853만㎾로 전망된다. 해마다 최대 전력수요치가 경신되는 것을 감안할 때 ‘블랙아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한전은 겨울철 전력공급예비율이 동계 대부분의 기간에 안정적 예비전력 수준인 400만㎾ 이하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2~3주 기간에는 100만㎾ 이하의 심각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기 예비전력이 53만㎾까지 하락하며 전력예비율이 1% 미만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표상으로도 겨울철 전력대란이 예고 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전력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6.1% 증가한 356억1500만㎾h를 기록했다.
게다가 전력판매량의 59%를 차지하는 산업용이 수출호조 등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9.1% 증가한 211억㎾h가 소비됐다.

문제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째 동계 최대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하계 최대전력수요를 추월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는 여름철에 최대전력수요가 발생했었다. 이상한파와 전기난방기기 보급 급증 등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더욱이 당분간 국내에 대규모 발전소 준공 계획이 없어 전력공급 능력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고, 때문에 앞으로 4~5년간은 전력 수급불균형에 따른 비상사태가 수시로 재연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영하 15도 닥쳤을 때 전력이 급 상승할 것
한편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 한국전력은 전국 주요도시 평균 최저 기온이 영하 15도가 닥쳤을 때 전력이 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시나리오를 보면 전국 주요도시 평균 최저 기온이 영하 15도의 살을 에는 추위가 닥쳤을 때 지경부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에 다급하게 긴급 절전을 요청한다. 한전과 사전계약을 맺은 대형 건물 200여 개에도 전력공급 중단을 명령한다. 그런데도 예비전력이 순식간에 100만㎾ 밑으로 떨어지자, 전국이 일시에 정전되는 ‘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 당국은 순환정전 조치를 취한다.

이 상황은 전력당국이 예측한 올 겨울 최악의 전력대란 시나리오다. 단순히 가상의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운 게 예년보다 훨씬 추운 혹한이 예고됐기 때문이다.전국 대부분이 영하로 떨어진 1월 21일 기상청은 찬 대륙성 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올 겨울이 예년보다 추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월엔 차고 건조한 대륙 고기압과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세로 ‘장기 한파’가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케이웨더 예보센터 팀장은 “올 겨울은 평년에 비해 춥고 기온의 변동 폭이 커 강한 한파와 폭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몽골 지역에 눈이 많이 와 우리나라에 한파를 몰고 오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화되고 있고, 북극해 얼음이 녹아 북극진동이 약해지면서 한기가 한반도로 내려올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기상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는 전력당국은 올 겨울 추위와 전력 수급을 예측한 결과 1월 셋째 주가 최대 고비라고 보고 있다.

이 때 최대 전력수요가 지난해보다 5.3% 증가한 7853만㎾로 치솟는 반면 예비전력은 53만㎾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일찌감치 비상체제에 돌입한 전력당국은 일기예보처럼 전력수급 상황을 방송을 통해 예보하기로 하는 등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한국전력거래소의 경우 매일 오후 6시에 다음날의 전력수급 전망을 관련 기관에 통보하고, 방송사와 협의해 일기예보 후 다음날 전력 수급 상황을 예보하기로 했다. MBC, SBS와는 협의를 마쳤으며 KBS, YTN과는 협의가 진행 중이다.

전력거래소는 예보 경력이 있는 전문가 2명을 채용했고, 현재 개발 중인 수요예측 프로그램을 완성해 전력수요예측 오차율을 평균 1.3% 이내로 개선하기로 했다.또 30년 이상의 경험을 보유한 외부 계통운영 전문가 8명을 채용해 비상시 중앙급전소에 투입하기로 했다.

전문적인 재난관련 전문가 필요성 제기
아울러 당국은 전력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를 강화하기로 했다. 예비전력이 400만㎾ 아래로 내려가면 대기업 산업체에 개별 연락을 취해 직접부하제어(전력공급 차단)를 하고, 국민들에겐 방송과 인터넷으로 전기사용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다. 200만㎾아래로 떨어지면 산업체 조업조정을 통한 긴급 감축에 들어가고, 100만㎾이하가 됐을 땐 매뉴얼에 따라 순환정전을 실시할 방침이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기업체들과 협의 후 비상시 절전하도록 계약을 맺었다”며 “우리가 세운 절전계획 대로라면 올 겨울 400만㎾의 예비전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블랙아웃'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겠지만 예상 밖에 긴 혹한이 올 수도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원자력발전소 용지 선정이 한계에 부닥친 데다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걸림돌”이라며 “정전사태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관련 전문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전문적인 재난관련 전문가의 필요성이 제기해야한다”고 말했다.